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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Sep 06. 2023

평국에게 나라를 부탁하다

조선시대 남장여자 장군의 의미

평국에게 나라를 부탁하다

-홍계월전에서     


작자미상의 고전소설에 <홍계월전>이 있다. 이 작품은 명나라를 배경으로 하여 전쟁에서 승승장구하는 장군인 평국이 등장한다. 남장을 한 평국은 나가는 전쟁마다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대승을 거두는 뛰어난 지략을 가진 장군이다.


이때 자신을 길러준 여공의 집에 보국이 있어 함께 전쟁에 나가는데 평국의 수하에서 전쟁을 이끌게 된다. 평국은 영웅형 서사를 지닌 전형적인 인물이다. 또한 평국은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 보국은 부장원으로 급제한다. 평국은 처음부터 남장을 하고 자라며 훌륭하게 장군으로 성장한다.      


평국은 보조적인 위치가 아닌 남성보다 우월한 능력을 지닌 장군으로 국가에서 최고로 높은 벼슬에까지 이른다. 공을 세운 평국은 전란으로 헤어졌던 부모와도 상봉을 한다. 그러나 결국 여성임이 탄로가 나 여성의 옷을 입고 규방에 기거하기를 자처하나 이때에도 보통의 여성처럼 수를 놓는 것이 아니라 바둑을 두며 지낸다.


그리고 평국이 여성임을 알게 된 천자의 주선으로 보국과 결혼하게 된다. 남편인 보국은 보통의 남성으로 가부장적 사고를 갖고 있어 뛰어난 기량을 가진 평국과 불화를 겪는다. 이내 다시 나라가 전쟁에 휩싸이고 나라는 위기에 처하며 평국은 천자의 부름을 받는다.


명나라 천자는 평국의 여성 됨을 개의치 않고 재등용하고 평국은 다시 위기에서 나라와 남편인 보국을 구한다. 결국 평국은 대사마 대장군의 작위를 받게 되고 벼슬이 대원수를 지나 최고의 자리인 승상에까지 이른다.  

    

평국(홍계월)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비범한 능력으로  남성들과의 경쟁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능력을 발휘한다. 그의 탁월한 능력과 영웅적 활약상이 큰 전쟁에서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엄격한 가부장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에 남성들이 항상 핵심적 위치에서 중요한 일을 수행하는데, 여기에서는 홍계월이란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적 지위와 능력이 뛰어난 인물로 등장한다.


또 남성의 권위에 복종하거나 현모양처의 길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의 면모를 보이며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실현한다. 여성임이 드러나 어쩔수 없이 규방에 거할 때에도 수를 놓는 것이 아니라 바둑을 두며 자아를 수양한다.

 

즉 여성인 평국은 장군의 위상과 권위를 가진 인물로 등장하여 능력있는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여성들에게 통쾌한 해방감과 더불어 벼슬을 하고 신분이 상승하는 자아실현의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조선시대에 여성적 한계를 뛰어넘는 장치로 흔히 남장이 많이 사용된다. 


이 작품에서도 남장을 통해 공적인 벼슬에 오른다. 이는 조선시대의 남성 중심사회에서 한계를 극복하는 장치로 활용된 것이다. 남장을 통해서 여성의 지위와 한계를 탈피하고 남성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활약상이 전개된다.


그러나 남장이 드러나는 순간 다시 여성의 지위로 돌아오는 현실은 한계로 나타나 갈등이 표출된다. 결국 남장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평국의 남편 보국은 가부장제의 대표적 인물이다. 평국이 여성임을 알게 되자 무시하고 결혼해서는 첩을 두는 등의 가부장적 태도가 드러내는데 기존의 남성과 다를 바 없는 사고를 가진 인물을 대표하는 것이다.


평국은 이에 굴하지 않고 기존의 관습을 따르지 않으며 본래 부하였던 남편인 보국을 큰 소리로 꾸짖으며 훈계한다. 이에 그 위엄에 눌려 보국은 벌벌 떨며 장군이자 아내인 상관의 명을 받들게 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볼 때 자신의 삶을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개척하는 모습이 많다. 계월의 어머니도 도둑에게 잡혀갔으나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남편을 찾아가며, 맹길에게 잡혀 왔던 춘랑도 원하지 않는 남자의 아내가 되기를 거부하고 때를 기다려 사람들과 함께 탈출한다.


이와는 반대로 계월의 아버지인 홍무는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도적에게 거짓으로 항복하고 나중에 들켜 유배를 간다. 이 소설의 남성들은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굴욕적인 경우가 많다. 특히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그들이 지향하는 인물상을 벗어난다. 오히려 여성은 주체적이며 의지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 책은 기존의 여성 영웅 소설과는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다. 박씨전이나 금방울 전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돕는 형태로 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자신의 소망을 남성을 통해 대리 성취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김희경 전에서는 영웅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여주인공이 정체가 밝혀진 후에는 가정으로 돌아가 가정에 안착하는 모습으로 한계를 드러낸다.


그러나 홍계월전은 영웅적 활약을 보이고 남장을 벗고도 다시 지위가 오히려 더 오른다. 따라서 기존의 여성영웅 소설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있으며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소설로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여성이 활약하는 소설에 이춘풍전과 정수정전이 있는데, 이춘풍전은 방탕한 남편을 대신하여 아내가 활약하여 가정을 재건한다는 이야기로 허위에 찬 남성을 구하는 여성의 능력을 부각한 소설이다. 정수정전은 불행이 닥쳤을 때 남장을 하고 과감하게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고 남편과 대등한 위치에서 현실에서 부족한 것들을 해소한다.     


그중 홍계월인 평국에게 오늘도 한계를 극복하고 나라를 구해달라고, 이 나라를 부탁해 본다.



이전 05화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이춘풍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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