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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May 08. 2024

봄에게 미안하다

찬바람 부는 겨울 밀어

한 촉을 잡고


긴 시간 겨울이 끝인 줄 알았는데

언덕 너머 바람에 흔들리는 얼굴을 보니 반갑다


재두루미 머리에 깃을 치고 오르는 봄

개천에 이미 당도해 있는 봄을 목격한다


그대, 갯버들 벌써 흐드러지는데

이제야 겨울 지나 그대를 만난다


봄에게 미안하다. 이미 당도해 있는데

열이 오르고 기침으로 쿨럭이면서 긴 밤을 보냈지


외롭고 쓸쓸하게 깊이 병든 날에도

봄은 오는구나


숭고하게 오는 봄

그대에게 미안하다

봄에게 미안하다



<마술상점> 시인수첩 여우난골 2021


계절은 반드시 오고야 마는 것을 잊을 만큼 아팠다. 이미 당도해 있는 화사한 봄을 보면서 알아차리지 못하고 반기고 즐기지 못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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