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리즘과 낙서 효과
사건 사고 기사에 오늘도 낙서처럼 댓글이 달린다. 특히 정치적 글에는 댓글이 산을 이룬다. 댓글은 낙서의 기능이 있다. 낙서처럼 어디에나 적는 것이다. 낙서처럼 어떤 말도 적어보는 것이다. 욕설은 물론 심하면 인신공격도 불사하는 것이 낙서다. 사랑의 고백을 낙서처럼 벽에다 하기도 한다. 산 정상의 바위에 이름 석 자를 새겨 놓고 소망을 비는 것도 부지기수다. 다양한 욕구가 분출되는 것이 낙서의 심리다. 이러한 낙서가 편리하게 댓글로 옮겨왔다.
어떤 공부방 회사는 회사의 선생님들에게 많은 매출 부담을 주거나 거짓 실적이라도 올리게 한다. 강제성이 없다고 하나 은근한 압박으로 거짓으로 실적을 채우게 되고 그렇게 발생한 소득은 다시 더 많은 실적으로 채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회사에 대한 비방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말할 수 없어 진실을 낙서처럼 표출하기도 한다. 공부방업계 일인자인 ㅍ사가 그렇다.
낙서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순기능이라면 자기표현과 쾌락적인 기능이라 할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특히 유아기에는 낙서의 시기를 거치는데, 마치 통과의례처럼 난화를 그린다. 로웬 펠트(Victor Lowenfeld)는 『인간을 위한 미술교육』에서 이를 ‘엑스레이투시’라고 하면서 난화를 내면세계의 표출이라 하였다. 결국 낙서가 낙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심리를 표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낙서는 상대를 공격하기보다는 대체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압도적이라면 댓글은 상대를 비방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 매우 많다. 이에 댓글은 자신의 심리를 대중을 향해 분노로 표출하는 장이 되어가고 있다. 첨단사회로 갈수록 두드러지는 것은, 자신만 소외되는 것 같은 심리가 분노와 혐오의 댓글로 드러나는 것이다.
또한 낙서는 ‘현존하는 상태의 문자’가 남는 특성이 있으며 언제나 자신이 다시 볼 수도 있는 사물의 형태다. 그러나 댓글은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 존재한다. 이에 자신의 댓글이라야 1%도 안 되는 극미량에 속하므로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댓글은 수많은 생산량과 더불어 극미량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의미로 끊임없이 떠돌게 된다는 것이 큰 문제다.
또한, 무척이나 귀한 상징을 간직한 고유의 문화재 담벼락에 빨간 스프레이로 저급하게 낙서해서 물의를 일으킨 사람도 있다. 이처럼 문화재에 낙서하는 것을 반달리즘(vandalism)이라고 한다. 아무리 돈이 중하다 해도 문화재에 낙서라니, 의식이 없는 사람이다. 게다가 문무대왕 암에도 푸른색으로 선명하게 스프레이질을 한 사람도 있다. 도대체 왜 이리 이상한 빌런들이 많아진 걸까?
사건·사고 기사에는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댓글이 달리지만, 정치 기사에는 찬반 댓글이 마치 파리떼처럼 더 집요하게 덤빈다. 또한,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상대 진영의 정치집단을 극단적으로 혐오한다. 더 나아가 상대 진영의 정치인에게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고 멱을 따야 한다고 소리 지른다. 그의 생명을 노리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극악한 범법행위, 살인이 댓글에서는 마구 일어난다.
세상 어디를 가나 낙서가 없는 곳은 없다. 해외의 유구한 유물에서 한글 낙서를 발견하고는 기겁하기도 한다. 물론 세계 각국어로 된 낙서가 훨씬 많다. 사람들은 왜 유물에도 낙서하는 것일까?
쓸 때는 짧지만 파급력으로 인하여 엄청난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유포되는 것이 댓글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주 작게 떠들었던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그것이 사회의 기류를 형성하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낳는다. 더구나 댓글이 달리면 그것의 진위여부를 떠나 마구 소문으로 형성되며 손쉽게 퍼 나를 수 있는 함정이 있다. 문자화되어 수많은 사람에게 여과 없이 노출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진위여부를 따질 겨를 없이 퍼 나른다. 우리 사회는 지금 지독한 함정에 빠져 있다.
아침에 달린 댓글이 오전 중에 회사에서 ‘그거 봤어?’라고 서로 이야기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빠르게 전파되는가 말이다. 심지어 기자들까지 댓글을 읽고 뉴스와 함께 시민들의 반응을 댓글로 판단하여 전하는 상황이니 댓글의 눈부신 성장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