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문헌/김신영

by 휘루 김신영

시인의 말-인생길을 자꾸 곱씹는다. 여기서 너무 멀리 가지 않고 너무 가까이 가지도 않을 자리에 있다.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그만큼이다. 상처를 받는 것도 상처를 주는 것도 아닌 평온, 중용의 자리에서 나를 본다.


어리숙하고 꺼벙하고 자주 버퍼링을 일으키면서 갈 길을 못 찾고 있으므로 지금보다 더 완벽한 그림을 걸고 붓질을 내리붓는다. 그림은 한껏 나를 닮았다.




참고문헌 /김신영


고증에서 고증으로 넘어가는

동서고금의 훌륭한

참고문헌

그 허기진 페이지를 들추다가

머리가 말라 농경이 멈춘다

지심이 길을 잃는다

마른 강을 채울 수 없으니

미래의 문장까지 허기진다

그리하여 오늘은 참고문헌 없이

혹독을 읽어 머리에 올린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참고문헌이라면

살아내고 있는 현재는 무엇이며

다시 살아갈 날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느 해 여름 해쓱한 마른장마에

축 처져 버린 빈 가지처럼 길을 잃어


목마른 나여,

배가 아픈 나여,

몹시 침이 마르는 나여!


흔하게 내리훑는 인상착의를

너와 내가 참고할만한 오롯한

참고문헌으로 각주를 달게 되기까지

오늘은 길이길이 잊어야 하나니

나의 과거까지 참고문헌으로 각주를 달고

미래는 각주 없이 날아보는 날을 기다린다


-시와문화 2025 여름호특집 이 시인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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