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만족>
대리만족의 형태는 다양하다. 댓글을 통한 대리만족은 악플이든 선플이든 모두 해당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누군가 해주는 것도 대리만족이며 스스로 그러한 말을 하는 것도 대리만족이다. 사람들의 욕망은 너무나 다양하다. 심지어 쇼핑에서도 다른 사람이 마구 사서 쟁이는 것을 보는 것, 마구 먹고 싶지만 먹방을 보면서 만족하는 것, 쿡방에서 비싼 음식을 만들어 요리하는 것 등 너무나 많다. 드라마나 소설로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내밀한 속성을 댓글이나 인터넷이라면,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 얼굴은 물론 이름도 드러나지 않으며 드러나더라도 자신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엉뚱한 용기가 솟는다.
누구나 프로레슬러가 될 수 없지 않은가? 우리는 경기를 관전하면서 거칠어지고 싶은 욕망을 대리만족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본말전도의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본질은 사라지고 비방과 욕설만 남는 인터넷 공간이라면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다.
더욱이 그것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치욕이 되며 지옥으로 이어져 자살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책임은 명백히 발화자, 그 심한 댓글을 단자, 욕설을 퍼부은 자, 악플러 자신에게 있다. 그러므로 악플러는 자신의 발화에 대한 책임을 어떠한 형태로든 달게 받아야 한다.
어떻게도 유명해지지 않을 바에야 나쁜 놈으로라도 이름을 남기고 싶을 만큼 인간은 인정욕구가 강하다. 댓글로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다.
기아(飢餓) 충격은 사람이 음식을 먹지 않을 경우, 공복감을 느끼게 되면 신체가 위기상태로 여기고 경고 알람을 울리며 신체의 생명유지 시스템을 일제히 발동시킨다. 클리브 맥케이 코넬대 교수는 기아충격으로 면역력, 자연치유력, 해독력 등이 백혈구 등이 증가하고 신진대사 속도가 빨라진다고 하였다. 인간의 인정욕구도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할 때 갖가지 방법으로 자신을 증명하며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기아충격과 같다. 온갖 존재유지시스템을 가동하여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한다. 그러나 범죄성이 있다면 이는 엄청난 사회문제로 비화한다.
더불어 악플의 성질은 악한 것을 은밀하게 즐기고 싶은 잠재적 욕구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약자에게 못되게 굴던 습성은 인터넷에서도 여전히 더 극심하게 존재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은 요즘 설자리를 잃어 이들은 먹잇감 수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갖은 욕을 다 먹어야 하며 눈 뜨고 보지 못할 위협적인 상황에 맞닥뜨리며 힘겨운 상황을 견뎌내야 한다.
악플이 타인에게 해악을 끼친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악플을 다는 것이 예사롭지가 않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악할까? 선플만 달면서 살 수는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