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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루 김신영 Jun 07. 2023

달그락

-김신영 시인, 문학박사

      

하늘과 이윽한 동네에 들어서면

골목이 더 깊은 골목을 만들어 가는 것이 보인다


어디를 봐도 광장으로 뚫려 있는 사방에서

골목을 헐고 사람이 환하게 피어난다     


황금 재벌도 길목에서 편의점 문을 열고

찻물 우리는 작은 카페도 달그락에 있고

하나님도 좁은 길에서 낯선 사람과 악수를 한다      


서로의 사이가 너무 가까운 아침이면

학교 가라 깨우는 예지 엄마 소리가 나까지 깨우는

.

.

때로 하나님이 잡수실 음식을 나르기도 하는데

이웃에서 건너온 음식은 하나같이 맛있다


세월이 넘어가는 끝에서 만난 길

세상 어디보다 넓고 따뜻한 달그락이 있다      



김신영 시인의 "골목길"에 관한 시는 색다르게 다가온다. 층간소음으로 잦은 다툼이 있는 시대인 것을 생각하면 이 시는 오히려 층간소음을 포용하고 있는 다정한 모습이다.


 시인의 시선이 확장되고 있음을 “어디를 봐도 광장으로 뚫려 있는 사방에서/ 골목은 없어지고 사람이 환하게 피어난다”는 문면에서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선종 3대 조사 승찬의『신심명信心銘』서두에 있는 ‘至道無難지도무난 唯嫌揀擇유혐간택’을 연상시킨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오직 분별 간택함을 꺼려할 뿐이다”라는 의미처럼 시인이 편견 없는 마음으로 대상을 대하고 있음이 최근의 시에서 특히 확인된다. 『맨발의 99만보』에서 시작된 열린 마음의 원융하고 걸림 없는 시각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찻물 우리는 작은 카페도 달그락에 있고/ 하느님도 좁은 길에서 낯선 사람과 악수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열린 시선이 없으면 결코 감지할 수 없는 세계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정겹게 받아들이고 “하느님도 좁은 길에서 낯선 사람”과 더 가깝게 다가간다는 인식의 전환, 비로소 화자에게 세상은 하나님 순리대로 돌아가는 따뜻한 세상으로 인식되고 전환된다.


그와 함께 화자는 주위를 돌아보며 “정겨운 이웃이 궁금하면 아침마다 열리는/ 달그락에 꽉 막힌 도루묵 가슴을 대어 보라”고 조용히 소리친다. ‘달그락’소리는 화합의 소리다. ‘달그락’소리를 듣고 있으면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연상시킨다. ‘달그락’소리에 자신의 존재에 절대적 긍정의 시선을 연속적으로 보내는 화자다.


이 시의 귀결점은 “때로 하느님이 잡수실 음식을 나르기도 하는데/ 이웃에서 건너온 음식은 하나같이 맛있다”는 시적 정의에 있다. 이웃 간의 정겨운 소통과 화합, ‘달그락’소리에 동조하며 부르는 합일하려는 조응과 합창의 의미도 곁들인다. 따라서 ‘달그락’소리를 계속 귀엣말로 들려주는 이 시는 절대긍정의 세계에서 분별없이 살아가는 이유를 각자 숙고하고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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