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너나 잘 하세요!’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살고 있는 아파트 건너편 골목길 초입에 편의점이 새로 생겼다. 그 라인에서 점포 위치는 최상이다. 애용하던 깐부치킨 가맹점이었는데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었다. 깐부 포인트가 제법 쌓였던터라 도망치듯 문을 닫아 조금 불쾌한 기분이었다.
한참 동안 빈 가게로 있다가 공사를 하는 것 같더니 C편의점으로 바뀐 것이다. 눈으로 보면서 지나다니다가 제로콜라를 살 겸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여 주인장이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 주저리주저리 깐부 이야기부터 편의점 경쟁(그 길거리엔 편의점이 대충 3~4개 있다), 임대료 등등을 주인장과 나눴다. 주인장은 비싼 임대료 부분에서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월 임대료는 말해줄 수 없다면서 걱정이라고 했다.
손에 집었던 제로콜라는 원플러스원이었다. 재고가 없어 카톡을 통해 쿠폰 형식으로 교환권을 발행해준다고 했다. 어젯 저녁 쿠폰을 확인하려는데 편의점 어플을 깔아서 쿠폰을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어쩔 수 없이 어플을 깔았다. 재고조회, 점포검색, 택배예약, 이벤트 등 다양하게 구색을 갖추어 놓았다. 스마트폰 속 어플 세상이 그야말로 온몸에 반응하는 시대구나, 싶었다.
“제로콜라 교환권 사용 가능한가요?“ ”예, 물건 가져오세요!“ 남자 주인장이 근무 중이었다. 50대 중 후반쯤 보이는 얼굴이었다. 앞서 쿠폰 발행하는 법을 잘 몰라 난처해했던 여 주인장과 달리 일처리가 순조로웠다. 콜라 바코드를 찍더니 다 됐습니다, 라고 한다. 오지랖의 후반전 없이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뒤돌아섰을 때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들려왔다. 진심이 가득 했다. 습관성 상투적 언사처럼 들리지 않았다. 책임감과 부담감과 자신감과 조바심 등 현재 위치가 만들어준 감정이 깊이 배어있는 듯 했다.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깼다. 불현듯 어제 들렸던 편의점의 앞날이, 걱정과 기대와 기도로 이어졌다. 동병상련의 마음이었다.
요즘 좀처럼 열어보지 않았던 페북에서 들어왔다. 역시나 감정을 자극하는, 본업을 차치하고 정치와 사회 평론가들로 나선 이들의 비난과 조롱 글이 대부분이다.
이런 영화 대사가 소환됐다. ‘너(희들이)나 잘 하세요!’ 나 역시 나는 나야, 가 아니라 오지랖 우산 접고 나나 잘 해야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