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꽃의 역설은 희망이다.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약속이다
가을 꽃 중에 <꽃며느리밥풀>이 있다. 꽃 이름의 탄생은 이렇다. 가난한 농가의 며느리는 제사상에 올릴 밥을 준비하다 쌀알 두 개를 떨어뜨렸다. 흙이 묻은 쌀로 밥을 지을 수 없다고 판단한 며느리는 버리기가 아까워 입에 넣었다.
제삿밥 쌀을 입에 댔다는 이유로 시댁에서 쫓겨난 며느리는 이내 목을 매고 만다. 며느리의 넋은 꽃으로 환생(還生)했다. 혓바닥처럼 생긴 붉은 꽃잎 한 가운데에는 두 개의 쌀알 같은 흰 점이 있다. 이 꽃이 바로 꽃며느리밥풀이다.
이 꽃의 슬픈 사연처럼 가을은 외로움과 고독의 계절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는 것 같다. 그것은 가을꽃들의 꽃말을 보면 알 수 있다. 국화의 꽃말은 맑음, 고상함이다. 동요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누나가 좋아했던 과꽃의 꽃말은 신념이고, 맨드라미는 열정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 가을이면 하늘하늘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꽃, 코스모스의 꽃말은 소녀의 순정이라고 한다.
이름 있는 꽃들은 전설이나 설화가 있다. 늦여름부터 우리들 눈에 쉽게 들어오는 코스모스는 그렇지 않다. 신(神)이 가장 먼저 습작으로 만든 꽃이 코스모스란다. 그래서일까, 가냘퍼 보이기만 하다. 흡족하지 못한 신은 여러 종류의 코스모스를 추가로 만들었다. 최후에 만들어진 꽃이 국화다. 코스모스는 국화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코스모스가 가을꽃의 시조(始祖)라도 된다는 건가. 꽃은 사연을 품고 있지만, 묵묵히 아름다움과 사랑을 선물한다. 가을꽃의 역설은 희망이다.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약속이다. 희망을 품은 씨앗이 꽃 속에 숨어있기 때문이요 고독의 시기인 가을에 피는 꽃의 반어적 효과 때문이다. 가을 꽃은 우리한테 대기만성의 희망을 선물한다.
“고맙습니다, 가을꽃’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