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느낌33

고마움과 경계사이

by NaeilRnC

오늘 avan9 선생님의 글을 봤다.

나에게는 일기였는데, “첫 문장부터 심상치 않다”는 말에 이상하게 마음이 간질거렸다.
나는 그냥 살아남으려고 썼을 뿐인데, 그걸 “재미있다”라고 읽어주시니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나의 하루가 누군가에게 읽히는 하루라는 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사실 제목처럼 ‘대놓고’ 쓰지는 못한다. 나는 늘 조금씩 숨긴다.
이름을 빼고, 지명을 흐리고, 시간을 비틀어 사건을 정제한다.
글을 쓰는 순간부터 내 문장을 검열하는데, 그 이유는 폭로가 아니라 숨통 때문이다.
하지만 숨통은 너무 크면 오히려 들킨다. 그러면 나의 대나무숲에도 CCTV가 달릴 수 있다.


그렇다고 내가 ‘진짜’를 포기하는 건 아니다.
내가 남기고 싶은 건 사건의 사실관계가 아니라, 그날 느낀 감정뿐이다.
왜 숨이 막혔는지, 어떤 표정이 나를 밀어냈는지, 어떤 침묵이 사람을 죄인으로 만드는지.
그 감각만큼은 내 언어로 남기고 싶다. 그게 내가 지키는 최소한이다.


오늘은 고마움과 경계가 동시에 왔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준 게 고맙고, 그 글이 나를 현실에서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게 경계된다.
결국 이 두 감정은 한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고마움이 커질수록, 경계도 함께 커진다. 읽히는 순간부터 기록은 증거가 되기도 하니까.

그래도 나는 내일도 쓸 것이다. 조심하면서, 그러나 겁먹지 않으면서.

내가 감추는 이유는 생존이고, 그럼에도 쓰는 이유는 생존보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다.

선생님은 ‘2탄’이 기대된다고 하셨다. 사실, 폭로를 하자면 뭐… 많다.
하지만 나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애써 숨기고자 한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나는 사건을 정리하지만, 누군가는 구조를 읽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 준다는 사실만은 잊지 않으려고 한다.

감사합니다, avan9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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