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쩝쩝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사람들은 예의가 없다고 생각한다. 껌을 씹는 소리를 들으면 또 태도의 문제를 지적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 우리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왜 사람을 판단하고 있을까.
쩝쩝거리는 소리는 예절이 되고, 껌 씹는 소리는 태도가 되고, 회의실의 침묵은 긴장이 되고, 층간의 발소리는 전쟁이 된다. 같은 소리라도 누가 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고, 어디서 들리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어떤 소리는 그냥 소리로 끝나지만, 어떤 소리는 곧바로 사람의 수준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소리를 듣는 순간
거의 자동으로 판단을 시작한다. 저 사람은 예의가 있는지, 성실한 사람인지, 무례한 사람인지, 혹은 가볍게 행동하는 사람인지. 이 판단은 놀랄 만큼 빠르다.
대개 몇 초면 충분하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묻지 않는다. 왜 어떤 소리는 예절이 되고, 어떤 소리는 태도가 되고, 어떤 소리는 갈등이 되는가.
왜 우리는 같은 소리를 듣고도 어떤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가혹한가.
이 시리즈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소리는 단순한 물리적 진동이 아니다. 소리는 사회 속에서 규범이 되고, 신호가 되고,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이 글들은 소리를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의 방식을 이야기하려 한다.
우리는 지금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을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