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노곤을 재해로 인정한 잠의 교주
잠의 교단 본부는 평소와 달리 조용했다. 정확히 말하면, ‘정적이 너무 깊어서 불길한 정도의 조용함’이었다.
평소라면 신도들이 “꿀잠이여 오라!”를 외치며 낮잠 의식을 치르고, 수면의 향을 뿌리고, 베개를 나눠주는 행사로 바쁘게 돌아갔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본부 전체가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잠의 교주 로두스는 커다란 의자에 앉아 신도들에게서 모아온 보고서를 펼쳐놓고 있었다.
“노곤님… 최근 숙면 시간이… 또 늘었다고요?”
참모는 목소리를 최대한 낮췄다.
“예, 교주님. 일 평균 18시간입니다.”
교주는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18시간? 하루는 24시간인데?”
“깨어 있는 동안 씻고 식혜 마시는 시간을 빼면 거의 전부… 수면입니다.”
교주의 미간이 무겁게 접혔다. 그는 종이를 넘겼다. 다음 보고는 더 충격적이었다.
〈노곤 수면 영향력 확장 현황〉
# 왕국 학생들의 평균 낮잠 시간 2배 증가
# 군대에서 경계 근무 중 17명의 병사가 동시에 잠듦
# 북부 왕국에서는 회의 중 장관 12명이 졸음으로 쓰러짐
# 어느 마을에서는 ‘집단 낮잠 현상’으로 마을 축제가 중단
교주는 입술을 달싹였다.
“…이게 정말 축복인가?”
잠의 교리는 단순했다. 잠은 신성한 회복이며, 잠의 기운은 인간을 부드럽게 만든다.
노곤은 그 교리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존재라 여겨졌다. 그러나…
지나치게 완벽했다. 교주는 머리를 감싸며 속삭였다.
“…이건… 예측 불가능이다.”
그 순간이었다. 한 신도가 문을 두드렸다.
“교주님! 큰일입니다! 북방에서 ‘기상 현상 이상’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기상이라니…?”
“수면 파동이 북쪽으로 새어 나가고 있어… 눈보라가 잠잠해지고, 야행성 짐승들이 낮에 잠들고 있습니다!”
교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걸로 세계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겠나…?”
그는 문득— 구두닦이 시절의 감각이 머리를 스쳤다.
발바닥을 보면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신발끈 하나로 성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시절, 그는 수많은 사람을 분석해왔다. 그 중에서도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특징이 있었다.
신발끈이 늘 풀려 있다.
발뒤꿈치가 무너져 있다.
양쪽 밸런스가 서로 다르다.
노곤의 신발이 그랬다.
“…아. 이 인간은 통제가 안 되겠구나.”
교주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결론을 내렸다.
노곤은 ‘신성한 존재’가 아니라, ‘자연재해’다.
교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노곤님을… 무력화해야 한다.”
참모들은 경악했다.
“교주님!? 그건 배신입니다!”
“침묵하라. 이건 배신이 아니라… 세계 수면 균형을 위한 조치다.”
그는 천천히 돌아서며 말했다.
“그리고… 이 일을 함께할 자가 있다.”
그의 눈빛에 차가운 결심이 떠올랐다.
발두르 나이크람 7세. 은퇴한 마왕이자, 한때 재앙을 통치했던 자.
교주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마왕이여… 다시 한 번, 손을 빌릴 시간이군.”
*이 글에 포함된 이미지는 AI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