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것
# 그들만의 공유 경제
공유경제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사춘기 남자아이들은 공유 경제를 몸소 실천한다. 물론, 극히 소수의 아이들은 예외지만.
남자 중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제일 기피하는 수업 시간이 있다. 체육시간 바로 다음시간과 점심시간이 막 끝난 5교시. 교실은 들어가기 전부터 땀냄새와 사춘기 아이들 특유의 체취가 뒤섞여 코를 찔러댄다. 마스크를 써도 소용이 없다.
어느 날 우리 반 학생이 교무실로 찾아왔다.
"선생님, 체육복 잃어버렸어요."
"그래? 누구 빌려준 거 아니야?"
"그런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나요."
"일단 알겠어. 우선 다른 반 친구한테 빌려서 입도록 하자."
혹시 지금 대화에서 이상한 점을 찾았다면 아들을 키워 본 적이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누군가에게 빌려줬는데 누구한테 빌려줬는지 모르는 저런 이상한 상황은 교과서, 노트, 체육복, 운동화, 심지어 돈에 이르기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1학년의 경우다. 3학년이 되면 그런 일이 안 생겨서가 아니라 아예 교무실에 오지 않는다. 빌리던지 혼나던지 알아서 해결하기 때문이다.
1학년 담임을 하던 때의 일이다. 반 아이가 체육복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여기저기 사물함을 열어보며 찾고 있었다. 주인 없는 사물함을 열자 거기에 체육복이었던 것이 보였다. 체육복에는 군데군데 검은 점이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곰팡이였다. 체육시간에 실컷 땀을 흘리고 들어와서 햇빛 한 점 없는 사물함에 넣어두니 안 생기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니겠는가. 놀라운 것은 그 체육복이 누구 건지 알 수 없다는 것, 더 놀라운 것은 그 체육복은 우리 학급의 공유 체육복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이후 나는 금요일만 되면 "사물함에 체육복 있는 사람, 가져가서 세탁해 옵시다."라는 공허한 외침을 했다.
# 내 것이 우리 것이 되는 신비한 공유 경제의 논리
학교는 개인 물건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공유하고 있다. 교실, 책상, 화장실, 심지어 급식실에 있는 숟가락, 젓가락까지. 그 어느 하나 공유하지 않는 것이 없다. 사실 학교에서 내 것이라고는 책가방 말고는 없으니까. 그래서일까?사춘기 남자아이들은 내 것보다는 우리 것에 익숙하다. 누군가가 축구공을 가져오면 그것은 우리 반 공이 되고 운동장에 그 공을 내어놓은 순간 운동장에 있는 우리 모두의 공이 된다. 이 신비로운 공유 경제의 논리를 남자 중학교 교사 20년 차가 되어서도 100%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 그들은 전염병도 공유한다.
공유 경제는 물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학교는 공간의 특성상 전염병에 취약하다. 수두, 독감, 눈병 등의 법정 전염병이 걸리면 출석인정으로 일정기간 등교가 금지된다. 사춘기 남자아이들은 물건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한 몸처럼 붙어서 논다. 말로 하면 될 것을 복도에 눕히고 뒤에서 끌어안고 한시도 떨어지질 않는다. 아침에 편의점에서 사 온 음료수도 한 입씩 공유하고 빵도 한 입씩 공유한다. 그러니 친구가 병에 걸리면 절친이 따라서 걸리는 건 인지 상정 아니겠는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감염환자가 발생하면 엄청 큰 일처럼 생각되던 시기가 있었다. 감염 환자가 한 명 발생하자 그 절친들도 줄줄이 감염되었다. 전염병을 공유한 그들의 우정은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
하지만 3년이나 지속된 코로나19는 이 공유 경제를 마비시켰다. 쉬는 시간만 되면 한 몸처럼 붙어서 노는 아이들을 떼어놓는 것도 모자라 칸막이로 분리시켜 놓고 밥 먹을 때는 말도 못 하게 했다. 사춘기 아이들의 공유경제는 무너지고 경제대공황 사태가 벌어졌다.
실제로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에 청소년 우울증, 무기력증 환자가 급증한 것은 이것의 반증인 것이다.
# 공유는 우정의 또 다른 이름
얼마 전 아들이 오해가 생겨 아빠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일단 아들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하지만 엄마의 위로는 아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음날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
"엄마, 어제 아빠한테 혼나고 oo 이한테 얘기했더니 oo이가 내 편을 막 들면서 나 대신 화를 내주더라고요.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마음이 괜찮아졌어요."
그들의 공유경제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한 마음을 공유하고 서로 보듬고 있었다.
사춘기 아이들의 단면만 보고 그들을 판단하지 말자.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것, 니 거 내 거 구분 못하는 것, 병이 걸릴 줄 알면서도 붙어서 노는 것. 그 이면에는 어른들에게 위로받지 못한 마음을 서로 부둥켜안고 위로해 주며 함께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는 모습도 있음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