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가득한 온전한 내 삶을 꿈꾸며...
성대(목)에 혹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4월 즈음이었다. 증세가 시작된 것은 그보다 한 달 전. '약을 먹으면 일주일, 약을 안 먹으면 7일'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흔들리기까지는 한 달여의 시간이 걸렸다.
의사는 최대한 빨리 수술하길 권했지만 수술 후 한 달간 목소리를 크게 내는 일을 피해야 한다는 사실에 두 번 고민할 것도 없이 일정을 방학식 이후로 미뤘다.
"어쨌든 목소리는 계속 나빠질 겁니다."
의사의 조언을 외면하고 잘 관리하면 문제없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무너지기까지는 3달이 걸렸다.
의사의 조언은 정확했다. 목소리가 안 나오는 것뿐만 아니라 발작성 기침으로 잠을 이루기 힘들어진 것이다. 목 상태는 수업을 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지만 불굴의 정신력으로 (방학 전) 마지막 수업을 마쳤다. 도장 찍기 한듯한 뿌듯함이 덤으로 딸려왔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폐의 기능까지 약화되어 이대로라면 수술이 어렵다는 진단 결과에 결국 천식 흡입기까지 사용하게 되었다. 정신력에 대한 과한 믿음과 고장 났다고 아우성치는 몸을 혹사시킨 것에 대한 대가였다.
다행히 수술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이제 남은 건 일주일간의 묵언수행.
말을 할 수 없으니 정말 필요한 것만 메모로 소통한다. 말을 비워낸 내 삶은 단조롭고 꽤 가벼워졌다. 타인과 함께 나누던 시간은 오롯이 내 몫으로 남았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불필요한 말 혹은 행동을 하느라 애를 쓰며 살아간다. 또 상당 부분 그로 인해 걱정하고 고민하느라 시간을 보낸다. 결국 그 많은 시간 중 내 몫은 없다. 분주한 삶이지만 나는 없는 삶.
한동안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했다. 미니멀 라이프는 물건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삶에도 필요하다. 말을 비워내고, 타인과의 관계를 비워내고, 욕심을 비워내고... 그래야만 빈 공간에 나를 채울 수 있다. 온전히 내 삶을 살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