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테리 May 18. 2021

신조어,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알잘깔딱센 댓글 써주시면 완내스

보배.

stop!!! 무엇을 떠올렸는가?

혹시 '바다의 보배'를 떠올렸다면

나는 확신한다. 우린 같은 세대다.     

찐.

stop!! 찐만두를 먼저 떠올렸다면 

도망가지 마라!! 우린 전우다!!    

보배는 보조배터리를 뜻하는 줄임말 형태의 신조어다.

찐은 진짜를 뜻하는 대상을 강조하기 위한 신조어다.

단번에 맞추었다면 당신은 인싸? 몇 가지를 더 테스트해보겠다.     


“만반잘부”

“오놀아놈”

“오~~꾸안꾸?”

“꾸안꾸는 무슨 꾸꾸꾸겠지.”

“뭐 마실래?”

“난 얼죽아지!!”

“그래 맥날이나 갈까?”

“노노”

“너또다?”

“아니.어차피 이생망. 오저치고?”

“당모치”

“옥희. 오늘 내가 치킨 쏠게. 어제 코인 딘딘해서 쫌쫌따리 벌었거든.”

“오~~ 역시 넌 워라밸이 잘 잡혀있어.”

“봤어? 지금 지나간 애? 완내스!! 군싹이네.”

“고앤톡.”

“ 아 됐어. 아이씨. 내가 쌍수코곽술만 잘됐어도 바로 가는 건데.”

“스불재인데 누굴 탓하겠어.”

“너 지금 되게 엄근진?”

“노노 아 참 너 생선 뭐해줄까?”

“알잘딱깔센.”

“아 어려워. 복세편살”

“쉽살재빙”

“심심한데 코노나 가자”    


무리없이 알아들으셨는지...?

위의 대화가 대화로 안 들리고 무언가 암호처럼 들리셨다면

빼박이다. 우린 친구다.

친구를 위해 위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게 풀어보겠다.    


“만나서 반갑고 잘 부탁해!”

“오~놀줄 아는 놈인데?”

“오~꾸민 듯 안 꾸민듯한 패션?”

“무슨... 꾸며도 꾸질꾸질이겠지”

“뭐 마실래?”

“난 얼어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

“맥도날드나 갈까?”

“아니”

“너 또 다이어트 하냐?”

“아니 어차피 이번생애는 망했어. 오늘 저녁에 치킨 Go?”

“당연히 모든 치킨은 옳지!!”

“오케이. 치킨은 내가 쏠게. 어제 코인 단타쳐서 쪼끔 벌었거든.”

“오 역시 넌 일과 삶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

“봤어? 지금 지나간 애? 완전 딱 내스타일이야. 군침이 싹 도네.”

“가서 말걸어봐.”

“아 됐어. 아이씨 내가 쌍커풀하고 코하고 안면윤곽 수술만 잘됐어도 바로 가는건데...”

“스스로 불러온 재앙인데 어쩌겠냐?”

“너 지금 되게 엄숙 근엄 진지하다?”

“아니야. 아 참, 너 생일선물 뭐 해줄까?”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아 어려워. 복잡한 세상 편하게좀 살자”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심심한데 코인 노래방이나 가자.”    


이쯤 되면 소통을 원하는 것인지 불통을 노리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누군가는 아예 초성만으로 자신만의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네이버에 누군가 여친이랑 헤어졌는데 여친 프로필 초성좀 해석해 달라며 올렸다.    

ㅊㄲㅃㅇㅇㅅㅅㄱㄱㅍㅌㄷㅈㅌㅂㅎㅅㅅㅇㅅㅊㅊㅈㅍㅋㅇㅍㄲㅈ

이 정도면 뭐 고문 수준인데 이 러시아 핵개발 암호같은 초성의 나열을 또 누군가는 풀어낸다.    

참깨빵 위에 순쇠고기 패티 두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까지.    

뭔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뒤처지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네티즌이 무섭다.    


사실 벼르고 별렀다. 오늘의 주제 말이다.

나만의 단어를 창조하는 작업. 

예문이었던 “im pagodling you”(나, 너에게 파고들고 있어.)를 능가하는 신조어를 창조하기 위해 난 그 어느 때보다 열렬히 고뇌했다. 예전부터 나는 사랑한다는 말의 대체어를 개발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게으름의 지분이 좀 더 컸던 관계로 엎어져 있는 욕망 부스러기가 되고 말았지만. 이번 기회에 꼭 사랑해를 대체할만한 어마무시달콤상콤한 로맨티끄캬라멜같은 신조어를 발명해내고 말리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신조어를 창조하기 위해

신조어를 알아야 했다. 반나절이면 충분할 줄 알았다.

기껏해야 뭐 수십개. 가뿐히 마스터해주고 스마트한 내 머리를 이용해 나만의 신조어 뚝딱!! 신조어 맛집 등극!!!


시나리오는 꽤 근사했지만 늘 그렇듯이 시나리오대로

인생이 흘러가진 않는다. 반나절이 흐른 뒤에도 나는 여전히 고시생처럼 신조어를 공부하며 끙끙대고 있었고 자신감 충만하던 머릿속은 사색을 내려놓은 채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신조어의 바다에 겁도 없이 튜브도 없이 뛰어든 나는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의 껍질을 벗겨내는 식당 주방 막내처럼 혼이 나가 있었다.     

H워얼v가 사랑해가 되는 대목에서는 차라리 고어를 연구하고 싶은 심경이었다.     

신조어의 대부분은 90년세대 이른바 mz 세대의 산물이다. 

그러나 나는 한참을 위로 거슬러 올라가 x세대였던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고자 한다. latte is horse. 나때는 말이다 라며 옛날얘기를 하는 윗 어른을 무조건 꼰대 프레임으로 몰아넣어 아예 대화를 원천 봉쇄하려는 것은 아닌지. 수많은 신조어를 만들어 그들만의 언어로 세상을 바꾸려는 것은 아닌지. 이런 음모론을 제기하면 나는 슈퍼 개꼰대에 프로불편러가 되는거겠지?

그래서 나는 생각을 이내 바꿔 빠태한다. 빠태가 뭐냐고? 빠른 태세전환. 일일이 말하기도 입아픈 세상에 양껏 단어를 줄여주고 신박한 신조어를 끊임없이 양산해주는 MZ세대에게 심사속고하게 된다. 뭘 심사속고냐고? 심히 사랑하고 속 깊이 고맙다고...    


아. 그래서 나만의 신조어는 어떻게 되었냐고?

결국 아임파고들링유에 필적할만한 신조어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매일 속으면서 매일 기대를 거두지 않게 되는 신비한 마력이 있는 내 머리에 마지막까지 기대를 걸어 보았지만 무릎을 탁 치는 기가 막히는 신조어 발명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대신 잔잔 바리 몇 개를 가져와 봤다. 질을 포기하고 양을 택했다.

멋들어진 고급 일식집을 오픈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박리다매 가락시장 회 직판장 모드로 무심하게 몇 개 올려놓아 볼테니 혹하는 템이 있으시면 얼른 가져다 쓰시라.    


1.너퐁또퐁- 너라는 사람에게 퐁당 또 퐁당

--->상대의 매력에 흠뻑 취했음을 고백하는 자백형 신조어다.

2.멘들링 –멘탈+핸들링 

---> 정신줄 제대로 부여잡으라는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

3.도모다기릿-도모하여 다 해치워버리자

---> 도모하다+힙합용어 렛츠기릿을 섞음으로써 도모하여 다 해치워버리자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먹을 것들을 너무 많이 시켰을 때 남을 것을 누군가 걱정하면 이때 돼지런하게 한마디 하자. “도모다기릿.”

4.머다빠- 머리 다 빠진 남자

ex: 머다빠하고는 금사빠도 어렵지. 이렇게 라임을 써서 사용할 수 있다.

5.여패타- 이상형을 뜻하는 신조어

--->항상 옆에 태우고 싶은 누군가의 의미이다.

6.말보로-말할 때 마다 보고싶은 로맨스

--->ex: “너는 나의 말보로걸.” 지나가 버렸지만 담배의 깊은 여운을 남기는 존재를 뜻한다.

솔라솔- 뭔가 애매함

---> 그 음이 그 음같다는 말. 도찐개찐. 뭔가 탁월하지 않을 때 쓸수 있는 표현이다.

ex: 음...그 아이디어는 뭔가 솔라솔인데?... 좀 더 기발한 거 없어?

7.샤또오마쥬엘레강스큐트글래머시그니처엘파리슈퍼카펜타우스

-너무 좋아.

---> 좋아하는 단어 생각나는대로 다 넣어봤다.

8.먹먹계곡-먹어도 먹어도 계속 고기가 땡겨.

9.당삼보꽃-당연히 삼겹살보단 꽃등심이지.

10.내쏘돼니쏘소- 내가 쏘는거면 돼지고기 니가 쏘는거면 소고기.

11.달링앤폴링-달려가 빠질래 (고백용)

12.기분이 참치해,삼치해-창피해의 애교스런 버전

13.아예귀해- 아름답고 예쁘고 귀엽고 해맑아

14.오내오내- 오늘 내일 오늘 내일. 단조로운 일상을 뜻함    


마지막으로 이 긴 글을 읽어주신 마음씨 좋은 분들의 내일이 luckluck 하기를.

아. 럭럭은 행운에 행운이 더해지길 바란다는 의미로 god bless you와 유사한 의미이다.        

작가의 이전글 졸음의 흑역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