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는 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한 강제동원의 기록을 담고 있는 국립박물관이 있습니다. 바로 부산 대연동에 있는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인데요. 영도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과 더불어 부산에 있는 단 두 개의 국립박물관이기도 합니다. 중앙부처(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의 박물관인 만큼 전시에 있어서도 특수한 성격을 띠고 있는데요. 일제강점기 당시 국가권력에 의해 인적, 물적 수탈을 당했던 역사를 기록하고 징용, 징병 등 피해를 입었던 이들의 혼을 기리고 추모하는 사업과 연구, 학술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역사관의 도슨트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자료를 살펴보고 공부했습니다. 양성교육부터 전문가분들의 특강 수강, 전시해설 테스트 등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쳤는데 아쉽게도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도 상황이 녹록지는 않지만 내년부터는 다시금 도슨트 전시해설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서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명찰도 새로 제작을 했고, 전시관의 유물들을 어떻게 안내할 지에 대한 공부들도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도슨트가 되어가는 과정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지만, 작년에 강제동원역사관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한 가지 딜레마가 있었습니다. 도슨트로서 역사관의 내방객들에게 어떻게 당시의 사실과 현시점의 의미를 전하는 게 좋을까? 하는 고민이었는데요. 역사관의 특성상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의 방문이 많았는데, 아이들이 보기에는 어찌 보면 어둡고 슬픈 내용들만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다크투어리즘이란 말도 있지만, 너무 다크 했거든요.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 : 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 위하여 떠나는 여행
아픔을 치유함에 있어 역사적 사실(Fact)을 분명히 정의하고 아는 건 중요하지만, 이 단계에서만 머물러서는 앞으로의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제에 의한 강제동원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었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수많은 나라들과도 관련된 문제였기 때문이죠. 우리와 비슷한 고통과 피해를 입었던 나라들과의 연대 및 앞으로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일본을 상대로 책임 있는 자세를 요청하는 단체 활동, 학술 활동 등 인권과 평화라는 기치 하에 좀 더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역사관을 둘러보고 나갈 때 마냥 마음이 무겁기만 해서는 안되니깐요.
같은 전시도 어떤 설명을 듣느냐에 따라 이해의 폭이 달라질 수 있다
과거 일본의 하시마섬을 배경으로 한 '군함도'라는 영화가 주목받으면서 일제 강제동원의 참혹한 현실이 사회의 주목을 다시 받기도 했지만 이러한 아픔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 지에 대한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일본은 버젓이 하시마섬을 일본 근대화의 유산으로 유네스코 유산으로 신청하고 그 섬에서 이루어졌던 참혹한 징용의 역사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으니깐요. 나라가 힘이 없어서 사이판 등 태평양권의 섬으로 우리 국민들이 강제 이주당하고 피해를 입었던 우리 선조들이 제대로 된 위령비조차 갖춰지지 않았던 경우도 많았는데, 이러한 아픔에 대한 치유와 인류 보편적인 가치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