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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Mar 19. 2022

골목길 스몰 브랜드의 브랜딩

해리단길 로컬투어 후기

오늘은 대학 동기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해리단길 투어도 있었죠. 오랜만에 슈트를 입고 나와서 결혼식을 들른 후, 부리나케 해리단길로 이동했습니다. 미팅 시간에 가까스로 도착해서 슈트를 입은 채 해리단길 투어는 자연스레 시작됐습니다. 대구에서 오신 게스트분은 부산을 제법 자주 오셨던 거 같습니다. 해운대는 몇 번 왔지만, 해리단길은 처음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만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해운대의 이미지는 고급 호텔이 즐비한 해변가에 집중됐던 게 아니었나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리뉴얼을 마친 구. 해운대역사를 보며 해리단길의 탄생 배경부터 거슬러 올라가 보았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 개통한 동해남부선 해운대 열차 선로는 동해남부선 복선 전철 확장 공사로 2013년에 기존 해운대역사를 비롯하여 미포 철길 구간이 폐선되었습니다. 해운대역사의 폐선으로 역사 뒤편의 주거 구역이 나만의 브랜드를 실현해보고자 하는 젊은 창업가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0년대 중반을 거쳐 이곳은 '해리단길'이라고 불리며 개성 강한 카페, 베이커리, 공방 등이 밀집한 골목길 상권이 형성되었습니다.


굿즈 수장고 이로이로샵


물론, 기존 주거 지역에 상업시설이 들어오고 여행객들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문제도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불법주차 문제였는데요. 한정된 주거 구역에 많은 방문객과 차량이 몰리다 보니 별다르게 주차공간이 없던 해리단길은 자주 마비가 되고 민원이 늘기도 했습니다. 이후, 유료주차장 공간을 확보하고 보행자 도로를 보완하면서 지금의 해리단길로 정비된 부분이 큽니다.


상권이 처음 형성되기 시작했던 골목 초입의 주택부터 해리단길의 터줏대감인 우일 맨션의 1층 가게들을 하나하나 세밀히 둘러보았습니다. 정감 있는 유부초밥을 파는 호키네 유부, 양질의 파운드 베이커리로 유명한 모루비, 그리고 작년에 시몬스의 팝업샵으로 SNS를 달궜던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팝업샵)' 자리까지 오래된 주거 구역에 이색적인 스몰 브랜드 콘텐츠들이 들어오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현상들을 살펴봤던 거 같습니다.


파운드 베이커리 전문점, 모루비
카페 겸 바, 플럼피


자본력이 있는 전국구 프랜차이즈 빅브랜드를 대기업이라고 보고, 상대적으로 리소스가 적은 골목길의 스몰 브랜드를 스타트업이라고 본다면 빅브랜드는 분명히 빅브랜드로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리그가 있고, 스몰 브랜드는 빅브랜드가 제공하지 못하는 틈새와 개성에 대한 부분을 전달할 수 있는 강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브랜딩이라고 하는 게 꼭 대기업의 빅브랜드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했죠. 


오래되고 낡은 것을 리뉴얼하는 방식이 기존의 것을 다 부수고, 완전히 새롭게 짓는 방식과 기존의 지역 정체성을 보존하며 새롭게 재생시키는 방식이 있다면 최근에는 후자의 방식들에 대한 고민과 실행이 많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대량생산에 의한 일괄적인 마케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에 스몰 브랜드 각각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과 시도와 실패의 히스토리, 그리고 이러한 축적의 결과물들이 SME도 코로나를 이기는 브랜딩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대화를 깊게 나눈 시간이었습니다.   


※SME : 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




https://www.myrealtrip.com/offers/105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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