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기차 이용이라면 서울-부산 KTX가 전부였습니다. 시간은 항상 3시간 내외였고, 비용은 일반석 기준 6만 원 정도였죠. KTX라는 고속열차의 특성상 최단 경로로 가장 빠르게 목적지까지 가는 구조이기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소요시간을 줄이는부분이었던 거 같습니다. 오로지 목적지로의 빠른 이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 출장을 마치고 동해선 무궁화열차를 타면서 처음으로 창밖을 보게 됐습니다. KTX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속도였지만, 느린 열차는 저의 시선을 창밖으로 향하게 했고 창밖 너머에는 강원도의 푸르른 산과 산 밑으로 이어진 계곡의 경치가 있었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지친 마음이 절로 안정되는 것 같더군요.
한참을 멍 때리다가 최근 일정들에 대해 복기해보면서 다시 한번 삶의 균형감에 대해서생각하게 됐습니다. 항상 빠르게만 몰아치는 삶도, 항상 천하태평 유유자적하는 삶도 실제로는 어렵기 때문이죠. 성실함에 있어 지나침이란 없지만, 항상 마음의 여유는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 열차여행은 그러한 여유와 균형감각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해 준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