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역할에 대한 생각
미팅을 나왔다가 카페에서 업무를 마무리하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됐습니다.
날씨도 쌀쌀하고 종일 신경을 곤두세웠더니 허기가 졌던 지라 근처에 있는 콩나물국밥 집으로 향했는데요. 뜨끈한 국물도 땡기고, 사이드 메뉴로 뭐가 없나 하고 들어간 가게는 비슷한 생각으로 찾아온 손님들 몇 팀이 있었습니다. 가게는 대략 살펴보니 주방에 요리하시는 아주머니 한분과 홀에서 서빙하시는 아주머니 한분이 분주히 음식을 만들고, 테이블을 치우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두 분이서 상당히 정신없으신 지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는 데도 상당히 지쳐 보이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주문을 해야 하는데 멈칫거리다가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시키고 기다리며 식당을 쓱 둘러봤습니다.
식당은 24시간 콩나물국밥집이라고 표시되어 있긴 했으나, 무언가 좀 부족했습니다. 오후 7시 언저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있는 메뉴 중에서도 콩나물국밥만 가능하다고 하고 그마저도 힘에 부치는 모양새였습니다. 거기다가 주변 공사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식대장부 같은 것을 맡기고 확인하러 왔는데, 오전에 근무하신 분들과 인수인계가 안 된 건지 안 그래도 이런저런 서빙으로 바쁜 아주머니께서는 연신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식당을 찾은 손님으로서 이런 모습들을 지켜보니 마음이 좀 무거웠습니다. 최근에 업무들이 몰리며 갑작스러운 일들과 당황할 일이 많아진 제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인데요. 이런저런 사정이야 있겠지만 식당 사장님은 어떻게 식당을 운영하고 직원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 내부적으로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계속해서 혼란을 가지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이 바빠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이 소신과 최소한의 심적 여유를 가지고 임해야 손님들에게 양질의 결과물을 선보일 텐데, 그러지 못한 상황인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수요와 시장 상황은 항시 유동적이라고 하지만 오너 혹은 관리자는 이러한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실무자들이 어떤 고충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파트의 업무를 해야 더 효율을 내고 재밌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꼼꼼히 살피고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표면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다 괜찮은 거라고 볼 순 없습니다.
외부적으로 문제가 표출됐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기 때문이죠. 일하는 사람에 비해서 일이 많으면 사람을 더 쓰던, 일을 줄이던 어떻게든 구조적인 조치를 취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각자가 담당하는 일들에 집중해서 고객에게 더 나은 결과물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콩나물국밥을 거의 다 비우고 나올 즈음 '오늘은 재료 소진으로 마감합니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마 다음에 다시 가게를 찾게 된다면 다른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구조적으로 지치는 상황은 노동자들의 지속성을 빼앗아 갈 테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