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상품을 가다듬고,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가꾸어가며 노력합니다. 가치를 인정받아 상대의 마음을 얻는 과정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며, 이성의 논리가 작용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시도와 개선 과정 속에서 상대의 마음을 얻게 되어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성공한 사업가들이 연쇄창업가가 되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것도 이러한 기쁨의 가치를 잘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코로나 기간 동안 여행업계 종사자로서 앞으로의 여행 트렌드에 대한 고민 속에서 골목길 브랜드에 관심을 가져왔던 것도 여행자들의 마음을 얻는 여행지 같은 공간들의 비밀이 궁금했기 때문인데요. 그런 과정들 속에 어제오늘은 오랜만에 골목길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일 년 반 전에 투어를 했던 분이 다시금 투어 신청을 해주셨습니다. 이전에는 해리단길과 영도를 둘러봤었는데 이번에는 그 외에 2개 지역을 더 봤으니 제가 기획한 네 지역의 투어를 다 같이 함께 한 두 번째 고객님이 되겠습니다(웃음)
투어준비 : 안내자료 & 해설 시나리오
일찌감치 한 달 전쯤 투어 스케줄을 문의해 주셔서 일정을 미리 잡아두었기에 이번 투어를 위해 다시금 망미동과 전포동의 현황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망미동은 고가도로가 많은 부산에서 수영고가도로 밑 유휴공간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꾼 비콘 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양쪽의 골목길마다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은 곳인데요.
지리적으로는 조선시대 남해안의 4군영을 총괄했던 경상좌도 수군의 본진인 경상좌수영이 있던 수영사적공원과 전국팔도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던 명소인 수영팔도시장이 인근에 있어 부산의 타 지역에 비해서 아파트 재개발이 빨리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주민 연대에 의한 활동들이 활성화된 곳이기도 합니다. 비콘 그라운드 주변으로 우드톤의 감성카페인 고래커피 로스터스, 고려제강 수영공장 부지를 활용한 복합문화공간 F1963, 맛있는 채식문화를 전파하는 빵집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 출판사 겸 독립서점 비온후 책방까지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망미동 골목길 조형물
재작년부터 부산시에서는 골목길의 이색가게들을 관광콘텐츠화하는 '골목길 관광자원화 사업'을 진행했는데요. 1차 연도에 부산의 여러 골목길 중 '망미동 골목', '전포동 골목' 2곳이 선정되어 골목길의 정체성을 발굴하고 콘텐츠화하기 위한 활동들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망미동 골목 곳곳에 '망미동'을 상징하는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새롭게 생긴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망미동의 로컬브랜드들 자체가 갤러리나 독립서점 등 문화예술적인 성격의 공간들이 많고 이들이 교류하는 정도가 다른 지역보다는 강한 편이었는데 동네 협의체 이름인 '망미골목 아름다운 이웃'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아기자기한 모습들이 동네 골목골목 많이 늘어난 것 같아 포근한 느낌을 주었던 거 같습니다.
망미동 골목에 이어 오늘 진행했던 전포동 골목길 투어에서는 전포동 일대의 변화상에 대해서 깊게 살펴보았습니다. 부산의 주요 번화가인 서면 바로 옆에 위치한 전포동은 근래 10년 간 다양한 변화를 겪으면서 특화상권의 입지가 확장되어 왔는데요. 서면1번가, 서면2번가로 불리는 전통적인 중심 상권에서 벗어나 과거 대우자동차(구. 신진자동차) 공장이 있던 터에서 활성화되었던 공구부품 가게들이 자동차공장이 타 지역으로 이전하고 지역산업이 쇠퇴해 나가던 과정 속에서 이색적인 아이템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창의적인 소상공인들에 의해 특화 상권이 형성되었고, 전포동 카페거리를 시작으로 이슈가 되었습니다.
1960년대 미국의 다이너 느낌의 카페 '듀코비 다이너'
특히나 전포동 카페거리는 2017년에 뉴욕타임스의 꼭 가봐야 할 명소 52에 선정되면서 외부적으로 더 유명세를 치렀죠. 이후, 임대료 상승 등의 이슈로 전포동 카페거리 주변 지역으로 상권이 더 확장되어 전리단길(전포공구길), 전포사잇길 등 전포동 일대는 새로운 가게들의 성지로서 다양한 변화들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수년간 전포동 상권을 관찰하면서 살펴볼 수 있었던 큰 특징은 면적이 넓은 곳이든 좁은 곳이든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곳들은 어떠한 형태로는 시장의 변화에 반응해 나간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존에 랜드마크9 으로 잘 운영되던 전포동의 터줏대감 카페가 2021년 코로나 속에서 부산의 디자인 스튜디오인 듀코비와 협업하여 듀코비 다이너라는 60년대 미국 다이너 느낌의 카페 겸 스튜디오로 변화를 시도하고, 소상공인들을 위한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시작하고, 전포공구길의 버거샵이 자매브랜드인 롱블랙커피 전문점 로쿠앤스윗을 론칭하여 고객 가치를 넓혀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여행자들의 마음을 얻는 골목상권에는 이러한 기민한 브랜드들이 많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듀코비 다이너' 내부
가시적으로 이러한 변화들을 만들어내기 전 앞단계를 보면 대표 및 관계자분들은 많은 고민과 선택의 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찾는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계속된 트렌드 탐색과 변화 속에서 가능한 것이고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들이 골목상권의 경쟁력 자체를 강화시키고 이를 관광콘텐츠화하려고 하는 지자체의 노력과 더해 동네 골목의 정체성을 더욱 살리고, 많이 이들이 찾아오고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