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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Feb 25. 2021

스펀, 핑시 천등 축제를 이야기하며

여행 강의 후기(대만 편)

물리적 여행이 제한을 받는 시대다. 


곧 있으면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만, 정확히 언제쯤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을지 예측은 여전히 어렵다. 일 년 넘게 지속되는 상황에서 억눌린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는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Contactless, 언택트라는 기치 아래 랜선 여행이 등장하고 여행 지역의 사진 및 영상들을 아카이빙 한 콘텐츠들이 나오면서 실제로 가지 못하는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상실해보았을 때 소중함을 안다고,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누렸던 일상적 여행은 지금 이러한 의미로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다시금 자유로운 여행을 꿈꾼다고 하지만, 특히나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이 겪는 답답함과 아쉬움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했다. 등교 제한으로 인해 학교에 제대로 나가지 못하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뛰어놀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지치고 우울감을 느낄 거라 생각했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니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이 되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강의라는 타이틀을 달고는 있었지만, 이미지와 영상으로 나마 여행 도시들이 가지는 매력과 얽혀있는 이야기를 통해 재미를 느끼게 하고 때론 아이들 스스로가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대만 북부 지역의 작은 탄광 마을인 스펀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일 년에 한 번 원소절이라고 불리는 정월 대보름이 되면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스펀으로 모인다. 과거 대만이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던 시절, 스펀은 지우펀이나 진과스에서 채굴된 금광 등이 운반되기 위해 철도가 깔려있던 지역이었다. 여기서 현재는 일 년에 한 번 미국의 CNN, 디스커버리 채널에서도 강력 추천하는 유명 축제가 열린다.


'스펀 핑시 천등 축제' 


성인 4~5명에서 잡아야 균형을 맞출법한 천등을 띄우기 전, 사람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소원을 천등에 적는다. "우리 가족들이 더  건강하길", "올해는 하는 일들이 더 잘 되길" 등 국적과 종교는 달라도 건강과 번영이라는 인류의 궁극적인 가치는 천등 앞에서 몇 가지로 수렴한다.


이렇게 준비된 천등은 한 번에 200개씩 15분 간격으로 7~8차례 띄운다. 불을 붙여서 점차 팽팽해지며 하늘로 떠오르는 천등 무리를 보고 있으면 절로 경건한 마음이 들며 기록한 소원에 대해서 스스로 되새기게 된다.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생각을 바꾼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의 어려운 상황도 언젠가는 극복이 될 거고, 오히려 지금 상황을 기회로 여겨 일상에 감사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보자고. 


사실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스펀, 핑시 천등 축제를 이야기하며  ⓒ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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