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다

변을 보다가 변을 당하다

by bigbird


쓰러진 날. 2016년 3월 5일 토요일. 오후 2시 30분경. 약간의 비가 내린 날.


나는 집 화장실에서 변을 보다가 변을 당했다. 대변을 보고 일어나다가 몸의 오른쪽 편에 힘이 안 들어가서 바닥에 쓰러졌다. 처음엔 말문이 막히고 무슨 문제가 있는 지를 인식하지 못했다. 당황스럽고 황당하다. 더구나 목소리가 안 나오다니.


‘내가 왜 이러지?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안 나온다.’

‘이게 무슨 일이지? 도대체 모르겠다.’

‘아, 내 주머니에 휴대폰이 있지. 그걸로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고 멀쩡한 왼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마지막 통화가 아내였음을 보게 된다. 버튼을 눌러서 통화 연결음이 들린다. 한참을 기다린 후 연결이 됐다.


이제는 말이 안 나오는 게 문제다. 힘껏 소리치는데도 목소리가 밖으로 안 나온다.

‘이건 도대체 뭔가?’

‘자기야, 얼른 화장실로 와봐.’라는 생각과 달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여보세요? 자기야 어디야?”


나중에야 이야기했지만 침대에서 누워있던 아내가 그땐 장난전화한 줄 알았단다. 내 핸드폰 번호가 뜨자 졸리기도 하고 집안에 있는 사람이 장난전화인 줄 알고 그냥 잘까?라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냥 안 받고 잤으면 난 지금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아내가 거실로 나와 보고는 가까스로 화장실 문을 열고 쓰러져 있던 나를 발견했다. 깜짝 놀라며 아내가 나를 내려다보며 바쁘게 움직인다. 나를 화장실에서 잡아 끄집어내려고 하고. 119로 전화를 하고. 나를 보고 괜찮냐고 하며.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구급차가 오고. 구급대원이 와서 나를 들것으로 옮긴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비가 한 방울씩 내려 내 얼굴로 떨어졌다.


구급대원과 집사람이 계속해서 질문을 한다. 나는 “네.”라는 대답이 입 밖으로 나왔다. 다른 말은 안 나왔다. 생각은 다른 말을 하고 싶은데 다른 말은 안 나오고 오로지 나오는 말은 “네.”


놀라기도 하고 충격도 많이 받아서 인 듯하다.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 강남 성모병원 가는 길은 상습 정체구역이고, 비까지 오니 안 막히면 5분 이내 도착거리인데, 30분 정도를 길에서 허비하고 응급실로 들어갔다.

병원에 도착하고는 내 진료 기록이 있는 가까운 병원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를 하고는 뇌경색이라는 판단을 한 듯했다. 응급실 의사는 내 주치의(몇 번 만나본 의사)에게 전화 확인을 하고는 혈전용해제를 투입했다. 아내에게 설명하길 내 몸무게에서는 작은 병으로 2병을 투입해야 하는 데 혈소판 수치가 낮아서 1병만 투입한다는 설명을 했다. 혹시 1병으로도 뇌출혈 의심이 들어 중환자실에서 지켜봐야 한다고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 몸무게에 맞게 2병을 투약했으면, 아마도 뇌경색 치료하다가 뇌출혈로 중환자실에서 나오지 못했을 거 같다.


병력 관리를 하나의 병원에서 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됐다. 위기의 순간에 빠른 판단 자료로 쓰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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