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80% 회복을 말한다

건강을 잃어보니 하고 싶은 게 많아진다

by bigbird

쓰러지고 나서 우측 편마비 증상이 회복가능한지 여부와 소요기간이 가장 궁금했다. 의사는 80% 회복을 말한다. 100% 회복을 말하지 않는다.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어쩌면 감사하고 어쩌면 서운하다.


“제가 다시 걸을 수 있을까요? 완전한 회복이 가능할까요?”

"회복은 어느 정도 되겠지만 완전하게는 어렵습니다. 열심히 재활하시면 기존의 80%선까지는..."


중환자실로 회진을 돌던 의사를 보며 물었던 말이었다. 누워있을 때 바라보는 의사는 신과 같았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한 확신에 찬 말이었다. 처음에 의사는 물었다.


“무슨 걱정 있으세요?” 잔뜩 걱정스런 표정이었나 보다.

“다시 못 걸을까봐...”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란 사람 본 듯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면서 말한다.


“걱정 말아요. 완전하지는 안겠지만, 열심히 재활하면 80%정도는 회복할 테니까요.”


그 말에 많은 희망이 보인다. 나 하기에 따름이다. 80%이상을 100%로 만들고 말테다. 인간의 의지는 대단하다. 결국 나는 해낼 것이다.


그때 누워있었지만 희망을 보았다. 내가 서서 걷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뛰리란 것도...


올해(2020년)는 다시 태어난 지 4년이다. 빠른 회복을 보인다. 벌써 작은 뜀박질을 시작하다니...

전에 침으로 치료를 해 볼 생각으로 한의원에 갔었다. 내 상태를 보고는 한의사는 5년 정도 치료하면 될 거라는 말을 했었다. 그 한의사 말이 맞아 들어가는 듯싶다. 자연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허접한 절름발이에서 점점 완벽한 걸음을 걷고 있다니, 세월의 힘을 새삼 느낀다.

그리고 생각한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내가 증인이다. 내 삶의 증인. 그러고 보니 이 말은 내가 누군가에게 했던 말이다.


"내가 너의 삶의 증인이 되어 줄게."





건강을 잃어보니 하고 싶은 게 많아진다

마치 먹을 것을 제한했을 때 먹고 싶은 게 많아지는 것처럼 건강을 잃어보니(신체에 제한이 있다 보니) 하고 싶은 게 많아진다. 제일하고 싶은 일은 달리기다. 아직은 절름거리며 걷고 있지만 달리기는 안 된다. 그래서 계획을 세워 꿈을 꾼다. 언젠가 춘천마라톤 완주를 꿈꾼다.


처음에는 10킬로미터 걷기(2019년 달성), 그 다음에는 달려서 10킬로미터 완주(2021년 계획).

그리고 42.195킬로미터 완주까지...


2019년 춘천마라톤은 10킬로미터를 접수했다. 친구들이 함께했다. 마라톤은 달리기지만, 우리는 함께 걸었다. 친구 J와 S가 함께 걸었다. 허리가 아파서 함께 걷지는 못했지만, 함께 가서 우리를 기다린 DH. 2019년 춘천에서 우리는 함께 했다. 그 사실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우리는 3킬로미터를 반환점으로 돌아왔다. 일반인이 10킬로미터를 뛸 때 우리는 6킬로미터를 걸었다. 2년 후를 기약했다. 그 때는 뛰기로. 그 때까지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며,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마음껏 여행도 해보고 싶다. 지금껏 많은 여행지를 다녔지만, 이동에 불편함이 있다 보니 더더욱 하고 싶어진다. 다치고 처음 가봤던 하와이 마우나케아. 밤하늘의 별이 내게 쏟아지는 듯한 놀라운 경험. 많은 이들이 하와이 하와이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이킹도 해보고 싶고, 트래킹도 해보고 싶다. 자연이 좋은 나라를 중심으로 세계일주도 해보고 싶다.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해나가야 겠다.


"Shall we dance?" 영화를 보고 잠시 경험해 본 사교댄스. 백화점 문화댄스에서 3개월 코스로 부부 스포츠댄스 강습을 받았었다. 그런데 다시해 보고 싶다.


몸에 제약이 가해지니 더욱 몸 쓰는 일이 그립다.

이전 03화중환자실에서 3일간의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