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한 생활, 운동부족, 고혈압
현대인은 바쁘다. 바쁜 것을 마치 자랑하듯 입에 달고 살아간다. 나 역시 그랬었다. 뭔지 모를 바쁨에 나를 맡기고 살아갔다. 바쁘지 않으면 삶이 아닌 듯, 바쁘게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과연 그 바쁨이 누구를 위한 바쁨이었을까 싶다.
물론 바쁘게 사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바쁨은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러나 맹목적인 바쁨. 그저 바쁘게 사는 모습에 지쳐 있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삶을 되돌아보거나 반추 없이 사는 것. 그건 살아 있어도 사는 게 아니다.
리암니슨 주연의 영화 '애프터 라이프'에서 리암니슨은 장의사 역할로 나온다. 무료하게 살아가는 여자를 죽이고(죽은 것으로 위장) 탈출의 기회를 주지만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그냥 죽어가는 것을 선택하는 조금은 의외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장의사는 그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겁나지?"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가 삶을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기를 희망했지만 그냥 그렇게 의지 없이 죽어가는 것을 선택한다. 좀 충격이었다. 삶을 의지 없이 살아간다는 사실이...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 보면 놓치는 게 많다.
그 첫 번째가 건강이다. 바쁘면 건강관리를 제대로 못한다. 바쁠수록 건강을 살피고 돌봐야 함을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하지는 못한다. 건강할 때는 건강관리를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흔히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비로소 건강관리를 시작한다. 마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그러나 건강관리는 건강할 때 시작하는 게 좋다. 머리로는 알지만 건강할 때는 건강생각 안 하게 되고 못하게 된다. 저 역시 그러했습니다. 건강할 때는 건강관리를 안 하게 된다. 몸에 이상이 생기고 쓰러지고 나서야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러니다. 꼭 쓰러지고서야 깨닫게 되니 말이다. 건강할 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쓰러지고 나서의 불편함을...
병원에서 만난 이들과 얘기해보면 대부분은 후회한다. 건강할 때 건강을 유지하려고 애쓰지 못했음을. 또는 너무 심하게 관리하다가 쓰러져서 오신 분도 봤다. 너무 안 한 것도, 너무 심하게 하는 것도 문제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운동은 필수다. 적당함을 찾는 것도 본인의 몫인 것 같다.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꾸준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건강을 위해 하는 좋은 습관이다.
두 번째는 가족이다. 바쁘면 가족을 생각하지 않는다. 바쁘다는 핑계로 우선순위를 뒤로 미뤄놓는다. 가장 어리석은 일이다. 쓰러지고 나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내가 쓰러졌을 때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이도 나를 일으키게 만든 이도 가족이다.
그렇다. 나 자신의 건강이 첫째이고, 그다음이 가족이다. 가족과 건강. 반드시 지켜야 하고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쓰러지기 전 징후 : 불규칙한 생활, 운동부족, 고혈압
혈압이 높아졌다. 그러나 약을 먹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가장 후회하는 부분이다. 약을 먹으면서 운동할 걸...
혈압 약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말이 더욱 약을 멀리 한 것 같다. 30분 정도 산책하면 다시 낮아진 혈압으로 혈압약 처방도 받지 않고, 먹지도 않았다.
시력이 떨어지는 징후가 있었다. 안경점 가서 다초점으로 바꿨다. 노안이라고 했다. 중심을 잘 못 잡고 넘어지면서 발톱이 부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건강관리 제대로 못했다. 10여 년(30대~40대 초반)을 야간 교대근무를 하며 보냈다. 그때는 몰랐던 것 같다. 밤샘근무의 유해성을. 사람도 자연의 일부인지라 해가 떠 있을 때 활동하고 해가 질 때는 쉬어야 한다. 꼭 이루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차라리 새벽에 일찍 일어나 해야 한다.
불규칙한 생활
통풍이라는 지병을 10여 년 넘게 앓고 있었다. 통풍 약을 10년 이상 먹고 있었던 것이다. 한번 통풍 발작이 오면 너무도 아프기에 약을 잘 챙겨 먹었다. 아플 것 같으면 아프지 않게 예방하는 비상약도 가지고 있다가 느낌이 오면 먹곤 했다. 그 비상약의 부작용에 혈소판 감소가 적혀 있음을 너무도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그전에 알았더라도 지속적으로 먹었겠지만...
야간 교대근무는 불규칙한 생활의 주범이다. 통신 일은 시스템 감시 및 이상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조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24시간 지켜야 하는 교대근무가 있다. 교대근무는 젊은 시절에는 몸이 그래도 견디지만 마흔이 넘으면 몸에 무리가 오는 것 같다.
그래서 낮에 일하는 부서로 옮겼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쉬고, 가장 정상적인 생활이 몸에 건강에는 도움이 된다.
운동부족
중고등학교 시절 합기도를 해서 2단까지 취득한 나는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다. 어찌 보면 자만심이라고 해야 하리라. 직장 생활하면서는 전혀 운동 없이 지냈다. 학창 시절의 운동이 평생을 보장해 주리라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건 누가 봐도 오산이었다. 운동은 저축이 안 되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살아있는 동안 꾸준히 해야만 하는 것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아는 것과 실천은 별개다. 알면서 운동 안 하는 건 더욱 나쁘다.
고혈압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 고혈압은 겉으로 나타나는 것이 없다. 주기적인 혈압체크가 없으면 모르고 지내게 된다고 하여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칭으로 쓰인다.
혈압이 들쭉날쭉 이었다. 정상혈압이 수축 시 120 이하, 이완 시 80 이하가 정상인데 내 경우는 어쩔 때는 140~160 이상을 상회하고 산책코스 한 바퀴 돌고 나면 정상혈압을 나타낸다.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 약을 꺼려하는 이유는 한번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쓰러지고 나니 가장 후회하는 부분이 바로 거기에 있다. 약을 먹다가도 정상혈압이 유지되면 끊으면 되는 것을...
혈압만 잘 유지했어도 뇌경색으로 혈관이 막히지는 않았을 텐데...
뒤늦은 후회는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다. 주변에 혈압 약으로 고민하면 난 언제나 말한다. 일단 먹고 보라고. 병원에서 먹으라고 처방하면 무조건 먹어야 한다고.
일단 혈압약을 먹고 운동이나 살이 빠지면 혈압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면 그때 의사와 상의해서 끊으면 된다. 예전처럼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이 아니다.
혈압관리를 했었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아니다. 어쩌면 쓰러진 것이 평생 건강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