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
태종대에서 깨우침
재수생 시절 마음이 힘들어 홀로 부산행 밤기차를 탔다. 지금 있는 ktx가 없던 시절. 무궁화 막차로 영등포역에서 부산역까지 5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자정을 넘어 막차를 타고 밤새 달려 부산역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5시 30분 정도.
가는 길 내내 어둠에 잠긴 차장 너머 희미한 불빛들을 뒤로 뒤로 보내면서 모든 생각들을 보냈던 것 같다.
부산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태종대의 자살바위에 서고 싶었다. 단지 그 위치에 서 보고 싶었다. 서보니 떨어지면 죽을 것 같았다. 왜 자살바위인 지 알 것만 같았다.
마음을 다 잡고 바닷가로 내려갔다. 바닷가에는 모래사장이 아닌 자갈밭이었다.
“몽돌.”
자갈들이 동글동글했다. 그 자갈들을 보며 생각했다.
"모난 돌이 없다. 세찬 파도에 깎여 모난 돌이 둥글둥글 해졌구나. “
모진 세파에 커다란 바위에서 부서지고 갈라지고 깨지며...
또한 바람과 파도에 휩쓸리며 모난 돌이 점점 둥글둥글 해졌으리라.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우리의 삶을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둥글둥글한 돌도 있었으리라. 사람도 처음부터 둥글둥글 성품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으니...
그러나 대다수의 돌들은 처음에는 모났을 것으로 생각된다. 모난 돌이 모진 세파를 만나 깎이고 휩쓸리며 둥근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네 삶도 저 둥근돌과 같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거기에 미치고 그 생각은 지금까지 내 삶에 스며들었다. 지금도 모나고 거친 생각이 들 때면 태종대의 몽돌을 생각하며 웃음을 짓는다.
웃으며 둥글둥글하게 살자.
지금 비록 몸과 마음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기운 내시고 살다 보면 웃을 일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