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정리하다

by bigbird

책장을 정리하다

예전부터 책을 참 소중하게 여겼다. 그래서인지 한 번 산 책은 좀처럼 버리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좁은 책장은 늘 넘쳐났고, 정리는커녕 책들 사이에 길을 내며 살아야 했다.
대학 시절 전공서적도 그대로 책장 한 켠에 꽂혀 있었다.

얼마 전, 마음을 다잡고 중고서적 매입 사이트(알라딘)를 검색해보았다.
판매 가능한 책은 몇 권이나마 매도했고, 다시 볼 일 없을 전공서는 과감히 재활용으로 보냈다.
직장생활 중 샀던 책들도 하나둘씩 손에서 놓았다.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막상 마음을 먹으니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듯했다.
수십 년 쌓인 것을 하루아침에 정리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을 들이다 보면 언젠가 끝은 날 거라 믿는다.

한 번 크게 아프고 나니, 물건에 대한 애착도 많이 사라졌다.
예전엔 버릴까 말까 고민하던 것들도 지금은 그냥, ‘귀찮다’는 이유로 내려놓게 된다.
이걸 다 가지고 간다고 해도 무슨 소용일까. 결국은 다 두고 가는 걸.

죽음을 생각하면, 언젠가 떠날 준비를 하며 사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직장생활 초기에 꽤 나이 차 나던 한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던 그는, “언제 죽을지 몰라서 집에 가면 PC에서 야동부터 지운다”고 웃으며 말하곤 했다.
"혹시라도 남이 정리할 때, 쪽팔리지 않게 살아야지." 그 말이 농담처럼 들리면서도, 왠지 오래 남는다.

그 선배는 퇴직 후 오토바이를 처분했고, 지금은 조용히 잘 살아가고 있다.
나도 이제 조금씩, 삶의 흔적을 스스로 정리해가는 중이다.
그게 어쩌면, 남은 인생을 더 가볍게 살아가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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