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작가야 Oct 08. 2020

헉! 처음 해본 돼지수육 맞아?

집사님 맛비결은... 정확한 계량과 정성!

계란후라이도 몇 번 해본 기억이 없는 내가 결혼을 해서 음식을 한다. 이 맛이 아닌데? 미식가 아빠의 리엑션 덕에 더 장금이가 되신 엄마.

엄마께 여쭙는다.


''엄마, 엄마 왜 난 그 맛이 안나지?''

''후루룩 끓으면 쏟아 버리고 기름기 깨끗하게 씻어내야지.

씻어내고, 센 불에서  다시 푹 한번 삶아요.''

''얼마나? 몇 분?''

''글쎄... 젓가락으로 꾹 찔러봐서 피가 안 나올 때까지.''

''아 진짜 ㅋ 근깡 언제 찔러보냐구?''

''언제? 푹 삶아졌다 싶으면.''

''찔러서 피가 안 났다. 그 담엔?''

''그 담엔? 불을 줄여야지.''

''줄이고, 계속 놔둬?''

''그렇지. 뭉근히 고루고루 잘 익을 때까지.''

''몇 분? 얼마나 오래?''

''몇 분? 글쎄... 센 불에서 삶은 만큼.''

''그럼 끝?''

''아니지. 불을 젤 약하게 해서 좀 더 삶아요.''

''몇 분? 얼마나 더?''

'' 중간 불로 삶은 만큼 더 삶고 불 끄고 좀 놔둬서

푹 뜸을 들여야지.''






엄마는 돼지수육 삶는 법을 엄마만의 정확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고, 나는 갈수록 미궁에 빠지는... 대화다.

엄마의 주방엔 계량스푼, 계랑 컵, 저울은 없다.

계량도구라면 엄마의 손이다. 정확한 요리시간도 없다.

시간을 대신하는 건 엄마의 눈과 정확한 직감이다.

그런데 엄마 음식 맛은 완벽하다.


언제부터인가... 음식 레시피에 1 cup, 1T, 1t, 100g... 의 계량단위가 등장했다. 온갖 미디어 매체에 음식이 화제가 되고, 요리사는 방송인이 되었다.

TV를 틀면 어느 한 채널은 먹방을 한다. 각종 요리 배우기 방송도 무수하다. 요리법을 소개하고 요리 재료 레시피를 공개한다. 역시 레시피마다 계량단위가 표기된다.


우리 집 주방에도 계량스푼이 있지만 사용한 적이 거의 없다.

엄마만의 정확한 방법을 어느새 나도,

나만의 정확한 방법으로 메뉴얼화 한것 같다.

내 음식 맛도 그닥 나쁘지 않다니, 나를 미궁에 빠지게 했던 엄마의 방법이 아마도 계량법에 결코 밀리지 않는 듯하다.






먹는 부분에서 만큼은 특히 더 아빠를 쏙 빼닮은 나는 미식가다. 세상에서 젤 싫은 일중 하나, 맛없는 거 먹는 일이다. 맛없는 거 먹을 바에야 실패 확률이 거의 없는 라면을 먹는다.

당연히 제일 좋은 일중 하나는 맛있는 거 먹는 일이다.

여행을 가도 맛집 탐방을 빠뜨리지 않는다.

돼지ㅋ들이 먹는 프로 '맛있는 녀석들'이 처음 방영됐을 때 나는 직감했다.  

'세상에 어떤 피디가 저런 생각을 했지? 완전 대박 나겠는걸... 너도 나도 줄줄이 따라 만들겠구먼!'

내 예상은 적중했다.

남녀노소, 노장 만화가 허영만씨까지 카메라를 들고 식객 여행을 다닌다. 그리고 그 또한 내가 즐겨보는 프로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니까...

먹는 거도 좋아하지만

보는 거도 좋아한다.






맛집 소개 방송에서 사장님들이 인터뷰를 한다.

''어떻게 꽈배기 그램 수가 똑 같아요? 눈 감고도 하실 수 있어요?''

''할 수 있죠. 꽈배기만 30년인데요.''


정말 눈 감고 똑같은 그램수의 꽈배기를 만든다. 수십 년의 숙달된 경험의 결과이다. 엄마의 손처럼...


이번엔 다른 맛집이다.


''반죽 비결이 있나요?''

''밀가루, 옥수수가루, 고구마 가루 세 가지를 섞습니다.

비율은 공개할 수가 없습니다만,  그 비율이 비결입니다.''


정확한 계량에 의한 비율이 비법이란다. 많은 양의 비율부터 국간장 1t 스푼까지 정확한 계량을 고수한다.

엄마의 손과 계량스푼의 요리...

뭐가 답일까? 답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집에 색다른 변화가 답을 오락가락하게 한다.





우리 집에 색다른 변화가 생겼다.

퇴직하면 요리를 해주겠다던 집사님이 정말로 요리를 하기 시작한다. 신기하다. 더 신기한 건 집사님 요리가 맛있기까지하다.

그냥 맛있는 정도가 아니라 눈이 커지고 입이 딱 벌어지게 맛있다. 아빠 리엑션은 명함도 못 내미실정도로 나의 화려한 리엑션을 부르는 맛이다. 내가 리엑션을 할수록 집사님은 신메뉴를 추가한다.


드디어 미식가인 내 또 다른 요리세계가 열린 것이다.

엄마이후 요리 주문할 셰프가 집에 있는 기분?

집사님은 내 리엑션에 힘을 받아 더 맛있는 음식을 연구하고 나는 엄마 조르듯 집사님한테 달달 매달리기 시작한다.

또 맛있는거 해달라고...







집사님이 퇴직한 지 어언 5년이 됐으니 꽤 많은 요리를 나는 만끽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며 미래도 진행 중일 것이다.


집사님 요리 방식은 철저한 계량주의다. 그러니 엄마손이냐 계량스푼이냐... 답이 오락가락한다.


택배가 도착한다.

''어, 나 시킨 거 없는데? 뭐지?''

''내가 시켰지. 당신 아님 나지.''

''아니 뭐를? 말도 안 하고 시키셔쑤? 말 안 한 거 봄 수상한데?''

''수상하긴... 다~~ 쥔님 맛있는 거 해주려는 거지.''


계량저울, 온도계, 염도계...

그렇게 하나, 둘 날아오는 택배는 집사님을 셰프로 변신시켰다.

웃아야할지 울어야 할지,

오로지 쥔님 맛있게 해 주려 함이라는데!






집사님의 첫 메뉴는 놀랍게도 수육이다.

그것도 돼지수육이다.

뭐 미사여구 필요 없이 내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최고의 맛이다. 기가 막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집사님이 기가 막히게 수육을 한 그 날 이후 나는 한 번도 수육을 한 적이 없다.


요리는 집사님이 하던, 내가 하던

메뉴 선정은 가능한 혈당을 낮추는 메뉴로 방향을 잡는다.

수육은 육류로 섭취하기 가장 우수한 메뉴이다.

삶거나 찌는 조리법이 튀기거나 굽는 거에 비해 훨씬 건강한 방법이니 말이다.

글로는 맛까지 전할 수 없지만 기가 막혔던 집사님의 돼지수육을 자랑해본다.

팔불출이어도 어쩔 수 없다.

내 입맛엔 최고였다.


나는 기름기부분을 잘 안먹는데  그조차도 고소하다.

육질이 부드러워 식감이 기가막히다.

돼지고기맛이 이런거야 라고 하는 듯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

(집사님 돼지수육)







Yummy!!!

집사님' 돼지수육ㅡ

요리 준비!

주재료:
돼지고기 목살  600그램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육수재료:
사과 1개
배 1개
마늘 10알
양파 1개
대파 2 뿌리
통후추 15알
월계수 잎 세 개
생강 1톨
된장 1큰술






(Yummy!)

요리시작!

고기는 키친타올로 핏물을 제거한다.

고기가 잠길 정도의 충분한 물에

사과, 배, 마늘, 양파, 대파, 통후추, 월계수 잎, 생강을 넣고 된장 1술을 풀고 끓인다.


육수가 끓으면 고기를 넣고,

센 불로 20분

중불로 15

약불로 10

을 삶는다.

뚜껑을 덮은 채로

10분 뜸을 들인다.


돼지수육 완성!



쥔님은 새우젓 담당!
새우젓에 고춧가루, 깨, 청양고추 송송!



(배추쌈 새우젓 김장속)






지수육은 특히 김장철에 많이 먹는다.

김장에 넣는 새우젓은 돼지고기랑 찰떡궁합이다.

배추쌈에 수육을 착,

수육 위엔 통통한 새우젓, 청양고추를 총총,

새우젓 위에 김장 속을 더한다.

맛있다.

침이꼴깍!


집사님 요리 비법은...

아마도

정확한 계량과 시간,

정성이 아닐 까...


배가 또 올  있으시단다.

그런데... 중독인가!

은근 기대가 된다.

이번엔 또 뭘까..





매거진의 이전글 맘껏 맛나게 먹고 혈당은 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