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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Nov 11. 2020

나이 들었다는 것은?

배우기에 가장 좋은 시기에 있다는...

ㅡ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ㅡ

It is always in season for old men to learn.

나이 들었다는 것은 배우기에 가장 좋은 시기에 있다.
ㅡ 아이스킬로스 Aeschylusㅡ



학교에서 영어를 강의하는 것 이외에도 여타 가르치는 일이 본업이다 보니,

당연히 배우는 이들에게 관심이 많다.

배우는 사람들의 마인드와 행동은 다~~ 다르다. 그중 눈길이 가는 학습자들은 이렇다.


'교수님, big이랑 large는 어떻게 달라요?', get up이랑 wake up은 무슨 차이가 있어요?,

'부조리극은 항상 결론이 없는 건 가요?', '연극에서 낯설게 하기... 는 거리두기와 다른가요?'


같은 시간에 똑같이 강의를 해도 질문을 하는 학생들은 뭔가 다르다. 눈빛이 반짝반짝한다.

뭐래도 하나 더 알려고, 더 정확하게 알고 싶은 욕구가 찌릿찌릿 전해진다.

그들의 공통점은 부지런하다.






부지런히 눈을 반짝이며 뭔가를 알고자 하는 욕망은 배움의 기쁨을 선사한다.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에 학교에서 교과목을 익히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을 맛본 적이 있었던가?

지금은 뭘 어떻게 배웠는지 조차 하나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세월이 흘렀고, 기억이 난다 해도 기쁨의 기억은 없다. 그렇다면 내게 질문을 한 학생들의 눈은 왜 반짝였을까?


답은 하나다.

'자신이 알고 싶은 것, 궁금해서 답답했던 것'들이 해결됐기 때문이다.


배우고자 함은 제일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뭐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배우고 싶은 욕망이 일어난다.

그리고,

몰입한다.

왜? 내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을 배우고 있으니까...




(365매일읽는긍정의한줄,린다피콘:책이있는풍경)




고양이보다 생선을 더 좋아하는 나는 항상 생선에 촉이 서 있다.

회부터 시작해서 생선구이, 생선 조림...

좋아하니 어떻게 구워야, 조려야 맛있을지...

비법이 있다면 열심히 배운다. 무슨 행정고시 준비하듯 진지하게, 열심히!


배움의 기쁨은 몰입의 기쁨이다. 열정을 쏟으며 몰입을 하면 시간은 화살처럼 날아간다.


2년? 정도 전부터 일본어를 독학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좋아서, 일본어가 하고 싶어서가 절대 아니다.

이유는, 제일 먼저 내가 불편해서...

여행을 다니다 보니 세상에나, 21세기에 영어가 안 통하는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대도시는 그나마 호텔 직원 정도는 영어가 통하는 데,

소도시에서는 완전 깡통이다.






길을 물을 때, 'excuse me~'만 해도 휘다닥 도망을 치거나, 절레절레 손짓을 한다.

마치 우리 70년대에, 코 큰 사람들이 앞에 나타나면 돌아가거나, 전화가 오면 끊어버리거나 하던

그 시절을 연상케 한다.


'도대체 뭘 믿고 영어를 안 하는 거야!, 지네 나라 와서 돈 쓰는데 몬 배짱인고!'


아침을 먹으로 조식 식당에 간다. 어찌나 색깔이 이쁘던지, 먹기가 아깝다. 궁금하니 뭘로 만들었는지 물어본다.

호텔이니 영어로... 그러자, 얼굴이 빨개지며 '스미마생'을 연발한다.

'아 참, 여기 시골이지ㅠ'

뭐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한다.




생선 하면 또 일본이니, 생선집을 간다.

문제는...

시골에는 한국어는 물론, 영어 메뉴도 없는 곳이 많다.

모든 생선이 그림이라도 있으면 대충 주문을 하겠는데...

난감하다. 내 돈 주고 아무거나 먹자니 약이 오른다.

그래서 시작했다.

일본어 독학!

아직은 왕초보지만 영어랑 섞어서 간단한 소통도 되고,

번역기 도움도 받아서 먹고 싶은 메뉴를 시킬 줄 안다.

 

"와, 가이드님 하십니다. 조금만 더 함 방언 터지시겠슈!

아니 혼자 이어폰 꽂고, 실실 졸더만 ㅋㅋㅋ 암튼 놀라우셔"


여행은 불편함이 없어야 더 즐겁다.

결국, 배움은 자신이 더 즐겁기 위해하는 것이다.





은퇴란 멋진 것이다.
그것은 인생에서 완전한
자유를 갖게 되는
특별한 시간이다.
ㅡ베르나르 올리비에


'은퇴는 멋진 것이다.'

공감에 한 표다. 한참 일 할 때는 뭔가 나를 위해 배울 시간은 물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대부분 우리 세대는 공감할 듯하다. 소위 위아래로 낀 세대, 위로는 부모를 모셔야 했고,

아래는 자식을 부양해야 했다.

그나마 자유시간에 꾸준히 '운동'을 한 게 나를 위한 투자인데, 잘한 일이다.


점점 일을 줄이면서, 드럼을 배워본 적이 있다. 골프는 시작만 하고 못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뭔가를 더 배워 볼 수 있으려나?

학교 강의를 끝냈으니, 코로나로 인해 쉬고 있는 일을 다시 한다 해도

훨씬 자유시간이 많다.

본업을 줄이거나 끝냈다는 건 그만큼 나이들었다는 의미다.

'나이들었다는 것은 배우기에 가장 좋은 시기에 있다?'

역시 공감이다.




(75세에 화가의 길에 들어선 미국의 국민화가 안나 모지스 작품)



아침에 여유롭게 산책을 해 본 것도 나이가 들면서 일을 끝내고부터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깨달음을 얻는다는 면에서 축복이다.


앞만 보고 운전을 하던 젊은 시절...

이제는 매일매일 달라지는 나뭇잎과 굿모닝을 하고,

어느새 나뭇 잎은 다 떨어지고, 쓸쓸히 홀로 남은 나무를 위로한다.


"저게 낙엽송이라는 거지? 난생처음 유심히 봤네그려.

초록 소나무 옆에 같이 있으니까 색깔이 너무 멋지다."

"그게 그렇게 신기해?"


"웅, 무심히 볼 땐 그냥 나무겠지, 했는데 ...

참 나두 바보야, 가만 봄 아는 게 없어 ㅋㅋㅋ"


집사님이 늘 하는 멘트 1번이다.

"여보쇼, 암튼 영어 빼고는 아는 게 없어 ㅋㅋㅋ"

"그러시는 댁은, 마누라 놀려먹는 거밖에 모르면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 관심을 가져보니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나이가 들으니 물어보기도 편하다. 혈기 왕성할 때는 혹, 애들말로 찌질 해 보일까 봐?

덥석덥석 못 물어보기도 했던 것들이...


노년은 청춘에 못지않은 좋은 기회이다.
ㅡ헨리 롱펠로ㅡ


"아우, 눈도 안 보여서... 뭐라고 쓰여있어요?

앱을 깔면 된다구요? 아~~~ 몰랐네!

아~~~ 바코드를 여기다 인식시키라고~~~

암튼 뭐든 배워야 돼..."


너스레를 떨며 맘을 내려놓고 물어본다.

그럼 어떤가?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 보다야 훨씬 낫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여보자.

알고 보니...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라 하더라도 알려고 해 보면 어떨까.

배움엔 나이가 없다.

아니, 나이 들었다는 것은 배우기에 오히려 가장 좋은 시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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