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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Nov 12. 2020

인생은 양파와 같다?

한꺼플씩 벗기다 보면 고비도 만나지만, 단맛도 만난다!

ㅡ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ㅡ

인생과 양파
Life is like an onion;
you peel it off layer at a time
and sometimes you weep.

인생은 양파와 같이,
한 꺼풀씩 벗기다 보면 눈물이 난다.
ㅡ칼 샌드버그 Carl Sandburgㅡ


간혹 정말 먹고 싶은 짜장면, 짬뽕은 집에서 죽었다 깨나도 중국집 맛을 못 낸다. 그러니 중국집에 간다.


''저... 단무지는 주지 마시구요, 양파를 좀 더 주세요."


요리를 주문하면 물과 함께 나오는 녀석, 단무지와 양파, 그리고 춘장.

그런데 단무지는 빼고 대신 양파를 더 달라고 부탁한다.

왜?

왜긴, 좋아하니까!






양파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얇은 양파 껍질을 까면서부터 신세계가 열린다.

하얗게 반질반질 속이 꽉 차, 땡땡한 모양새가 어찌나 똘망똘망한지. . .

감사하게도 시골에서 정성스레  농사진 양파를 먹고 있는데, 반을 가르면 하얀 즙이 나올 정도로 싱싱하다.


수 만년 전부터 인류의 양식으로 쓰여 왔다는 양파는 그 쓰임과 효능도 무궁무진하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운동선수들이 체액의 균형을 잡는데 양파가 도움이 된다고 하여 많은 양을 섭취하였고,

중세시대에는 양파로 집세를 대신 내거나 선물로 주고받기도 했다니 흥미롭다.

의사들의 처방에도 한몫을 했는데, 뱀에 물렸을 때나 탈모가 생겼을 때나 혹은 불임 처방에도 쓰였다고 한다.






토마토, 수박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많은 3대 채소 중의 하나인 양파는 특히 중국에서 제일 많이 생산된다. 우리나라에 양파가 들어온 것은 조선말에 미국이나 일본을 통해 도입되었다. 생산량만으로도 전 세계 인류에게 양파는 보석 같은 채소임에 틀림없다.


생산량 못지않게 양파의 효능 또한 다양하다.

수분이 90프로를 차지하는 양파는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C, 칼슘, 철분,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다량 함유돼 있을 뿐 아니라 퀴르 틴, 알리신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고혈압, 혈관질환 등 성인병(고콜레스테롤, 동맥경화, 고지방)이 있다면 반드시 양파를 먹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퀴르 틴과 알리신이라는 성분이다. 퀴르 세틴은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는 것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집사님처럼 당뇨로 혈당을 관리해야 할 때도, 양파에 있는 크롬이 인슐린 작용을 촉진해주므로 혈당조절에 도움이 된다.






생산량도 많고 효능도 무궁무진한 양파는 그 맛도 다양하여 맛에 따른 요리법도 화려하다.

오늘 아침엔 카레라이스를 해 먹었다.

양파 없는 카레라이스는? 없다!

어제저녁에는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했다.

양파 없이? 한 적이 없다. 나의 경우엔 그렇다.

좋아하기도 하지만, 집사님 혈당관리 때문에, 매일 한 번이라도 양파는 식탁에 등장한다.




(카레에도 양파)
(돼지 고기 두루치기에도 양파)
(스테이크에도 양파)
(스테이크볶은기름에  양파, 마늘, 표고버섯 따로 볶음)




-생양파부터 익힌양파까지 무지개 같은 다채로움-

- 생양파를 써도 되고, 매운맛이 싫으면 살짝 물에 담가 신선한 야채와 함께 올리브유를 휘리릭,
  각종 샐러드를 하면 아삭아삭 상큼한 식감이다.
- 볶음밥은 물론, 각종 육류, 채소, 어류의 볶음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 고추장을 풀고 호박, 감자 뚝뚝 썰어 바글바글 찌개를 끓일 때도 양파가 등장한다.
- 김치 송송 썰어 김치전을 부칠 때도 양파를 가늘게 채 썰어 함께 부치면 풍미를 더한다.
- 어린 시절 엄마가 해 주신 어묵조림이 생각날 때도 양파가 함께한다.
- 흰쌀을 들기름에 볶다가 양파를 위에 얹고 육수를 부어 지은 양파 영양밥이 기가 막힌다.
- 아이들이 좋아하는 패스트푸드점엔 양파를 튀겨낸 어니언링이 떡하니 메뉴에 있다.
- 삼겹살을 맛나게 구워, 초절임을 한 양파피클, 양파장아찌를 곁들인다.
- 내가 좋아하는 과콰몰리도 양파가 메인이다.
- 그 외 즙을 내기도 하고 건강빵을 만드는 데도 양파가 앞장선다.


와우! 이건 뭐, 양파 홍보대사도 아닌데 ㅋㅋㅋ

암튼 최소한 줄였는 데도 화려함의 끝이 안 보인다.

그래서 양파다.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린다 피콘:책이 있는 풍경)



오늘의 긍정의 한 줄에서 만난 인물, 미국의 시인 칼 샌드버그(Carl Sandburg:1878~1967)는 스웨덴계 이민자의 자손으로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집의 오두막에서 태어난 칼 샌드버그는 학업을 다 마치지 못하고 13살 때부터 밀 농장, 이발소, 벽돌공, 우유배달 등 갖가지 노동에 종사했다.

20대에는 미국, 스페인 전쟁에 종군했고, 제대 후 독학으로 대학을 마치는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30대 중반에 시카고로 이주, 시카고 데일리 뉴스에서 기자일을 하게 되면서, 정치에도 관여하였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카고 (Chicago)라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의 시는 근대도시, 시카고를 묘사함에 있어서 트럭 운전사 등 노동자들의 속어, 비어까지 시어로 쓰는 새로운 충격을 주었다.






칼 샌드버그는 자신의 명성을 얻게 된 '시카고'를 포함하여 여러 작품을 모아 '시카고 시집(Chicago Poems), '옥수수 껍질을 벗기는 사람(Cornhuskers)', '전 시집 (Complete Poems:1950-퓰리처상 수상) 등을 간행하였고, 특히 링컨을 연구한 작가로서,  엄청난 분량의 링컨 전기 집필로 유명세를 타게 된다.

가난한 집 오두막의, 옥수수 껍질로 만든 매트에서 태어났다는 작가...

 '옥수수 껍질을 벗기는 사람'이란 시 제목에 새삼 눈길이 끌린다.


시인이자, 전기작가, 소설가, 수필가, 역사가... 게다가 음악에도 재능이 뛰어난 재주꾼!

칼 샌드버그의 삶에서 양파 같은 다양함이 보인다.


"칼 샌드버그에 대해 짧게 적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흑백사진 한 장으로 그랜드캐니언을 담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그의 친구의 말에서 파란만장한 그의 삶이 전해진다.


 




가난한 집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10대에 온갖 노동을 했고, 전쟁에 종군, 독학으로 학업을 마치고 기자가 되기까지, 그리고 작가로 문학활동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든 나날들이 있었을까... 짐작이 간다.

그의 말대로 양파를 한 꺼풀씩 벗기다 눈물이 나듯, 인생의 고비를 넘길 때마다 눈물과 함께 했을 것이다.


우리네 인생은 양파처럼 알 수가 없다. 양파를 까면 눈물이 나오듯이 인생에서 양파껍질 같은 고비를 넘길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눈물을 닦고 나면 눈물을 흘린 보람으로 즐거움이 기다리기도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양파의 매운맛을 없애려면 잠시 찬물에 담가 두면 된다.

삶의 맛이 너무 맵게 느껴지면, 시원한 찬물 한 잔 마시고 숨을 고르면 된다.

양파의 고소한 단맛을 느끼고 싶으면 기름에 볶거나 열을 가하면 된다.

오래 열을 가할수록 더 단맛이 난다.






세상에서 사랑하는 가족 중 손가락에 꼽히는 막내 이모의 아들, 그러니까 사촌동생 녀석이 사랑하는 누나와 매형을 위해 볶음밥을 해 준단다.


"우후~~~ 신난다. 쵝오 쵝오! 아니 땅을 사도 배 아픈 사이라는 사촌동생 맞아?"

"내가 지금 술기운으로 이러쥐 ㅋㅋㅋ, 맛있게 해 줄게!

누나 볶음밥 좋아하잖아."


이렇게 분위기가 훈훈할 수가!

그런데...


"아니, 아직도 볶는 거야? 얼마나 더 볶아야 돼? 30분이 넘었어ㅋ"

"맛있게 해 주려고 그러지, 좀 더 볶아야 해!

맘비우고 기다리슈."



(볶고 또 볶고)



옆에서 봐도 안쓰러울 정도로 덩치가 산만한 녀석이 양파랑 씨름을 한다. 계란을 넣어 함께 더 볶는다.

약 한 시간? 정도가 지나 드디어 완성이다.


''와우~~~ 비주얼 끝이다!"


동생 녀석 옷이 온통 땀으로 젖어있다. 어깨는 이미 천정에 올라가 있다.



(양파 베이스 볶음밥)



"꺄~~~~ 악! 이거 깡패야. 비주얼도 최고지만 진쫘 완전 레알 맛있당!"

"암튼, 누나 립써비스는 그랑프리야!"

"립써비스 아닌뎅? 팩트야 팩트! 진심 리엑션이거든?"

"하기야 맛없음, 먹을 누나가 아니쥐 ㅋㅋㅋ"


결국 스스로 맛을 인정하는 녀석의 너스레로 깔깔거리며 볶음밥을 즐겼다.

저절로 입에서 주문처럼 말이 쏟아진다.


"그러니까 세상에 쉬운 일이 없어. 한 시간을 볶으니 이런 맛이 나오지!

양파가  이런 기가 막힌 맛이 나온다는 거, 안 먹어봤음 말을 하지 말라그래 ㅋㅋㅋ"






양파 껍질을 벗기다 보면 눈물이 난다.

맞는 말이다.

인생도 가다 보면 반드시 고비를 만난다.

눈물로 그 고비를 넘긴다.


그리고

가다 보면 꿀 같은 단맛이 기다리고 있다.

눈물을 닦아내도, 또 흐르면 또 닦아내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기다리고 있는

꿀 같은 단맛을 볼 수 도 있다.


그게 인생이다.

인생은 양파와 같다.


나는 양파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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