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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Jan 03. 2021

(61:Jan,3) 화는 저절로 우러나지 않아!

자신이 화를 키우는 데 한몫을 하는 거지~.

ㅡ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줄ㅡ

나를 키우는 다짐
People don't just get upset.
They contribute to their upsetness.

화는 저절로 우러나지 않는다.
자신이 화를 키우는 데 한몫을 한다.
ㅡ앨버트 엘리스 Albert Ellispㅡ


동네 맛집이다. 정기휴일이 매주 월요일이다. 화요일에 간다. 문이 닫혀있다. 문 앞에 아무런 공지도 없다. 일부러 갔는데 살짝 황당하다. 며칠 후 집사님이 볼일을 보러 나가시니 귀갓길에 그 맛집에 들러서 포장해오라고 부탁을 했다. 


"어? 왜 안 사왔수?"

"튀김기계가 고장이 났다고 영업을 못한다네? 내일은 한다니 내일 가보지 뭐."


다음날 다시 갔다. 아기를 가진 것도 아닌데 먹고 싶은 타이밍에 못 먹어그런지 더 먹고 싶다.

맛집 앞에 주차를 하고 길 건너에서 보니 왠지 느낌이 안 좋다. 불빛이 보이질 않는다.

"설마, 오늘도 문 닫은 거?"

"아냐, 어제 분명히 오늘은 연다고 했어."


느낌은 안 좋지만 가본다. 역시 문이 닫혀있고 아무런 공지도 없다. 그 후 또 한 번 같은 일이 있었다. 총 세 번째다.

"아니 정기휴일이 아니면 당연히 문을 열어야 하고 열지 못하면 최소한 사유를 공지해야 매너지. 너무하네.

살짝 욱 하네."

"그러게 장사할 마음이 없구먼."


집사님이 그러게 하니 다행히 분이 조금 가라앉는다. 그리고 잊었다.


며칠 후 또 그 맛집을 가게 됐다. 선물로 사주기로 약속한 지인이 있어서 할 수 없이 간 날이다. 아무 말도 안 했어야 하는 데 여러 번 헛걸음한 게 약이 올라 말을 건넸다. 단,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가 이 맛집을 엄청 좋아한다는 의사표시 정도 하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사장님, 오늘은 선물용 박스에 좀 부탁드려요."

"예~~~"

"아, 저, 어제도 왔었는데 문이 닫혔더라고요. 화요일인데요... 월요일이 정기휴일 맞죠?"


내가 기대한 답이다.

(막 엄청 미안해하면서)"... 아이구 그러셨어요. 어떻게요 죄송해서 헛걸음하시게 했네요..."

사장님의 답이다.

"(표정 없이) 일이 있었어요."


마치 '그래서 뭐? 내가 내 가게 문 닫았는데 뭐?'... 이런 느낌?

정말 어이가 없어서 욱 하고 뭔가가 올라왔다. 왜냐면 한 두 번도 아니었지만, 몇 주전일은 얘기도 안 했고 불과 어제 일 한 번만 얘기했는데... 화가 난다. 나올 때 꾹 참고 '수고하세요' 했는데, 답도 없다. 점점 더 화난다.



(365매일읽는긍정의한줄,린다피콘:책이있는풍경)


입이 잔뜩 나와 차로 가니 눈치 삼백단 집사님이 말을 건넨다.

"왜 문 안 열었데?"

내가 다다다... 하면서 풀어야 할걸 안게다.

"아니, 아무렇지 않게 일이 있었데, 말이 돼? 아니 최소한 왜 문을 안여는지 공지라도 붙였어야지! 그 흔해빠진 '개인 사정으로...' 뭐 그런 거 라도 말이야. 멀리서 오는 사람들은 어쩌라고, 너무 개념 없잖아! 더 화나는 건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다는 거! 이제 진짜 오지 말자 이집!"


정말 많이 발전한 나의 모습이다. 그야말로 성질 다 죽었다. 철없을 땐 아마 조목조목 따졌을지도 모른다.  혈기 왕성할 때 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게 이런 건가 본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를 다스리려고 노력한다.


"화의 포로가 되는 사람은 자유인이라 할 수도 없다...
잠깐의 불편함은 넓은 마음으로 참아보자."
-세네카-


멋대로 문을 열지 않은 가게 문 앞에는 '방송 출연도 여러 번 한 맛집'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쳇! 저러고도 무슨 방송 출연은...'

나의 잣대로 그 맛집을 판단하면 화가 난다. 헛걸음을 하게 만든 것에 대해 미안해하지도 않는 주인의 행위에 어이가 없어 화가 난다.


그런데... 주인은 아무렇지도 않다.

나는 어떤가?

처음에는 먹고 싶은 도넛을 못 먹어서, 헛걸음을 한 게 약 올라서... 였는데, 나중에는 주인이 상도덕 불감증이어서, 당연히 해야 할 사과를 안 해서...

나는 화가 점점 더 난다.


화가 왜 더 날까?... 사실은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화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점점 커진 화는 이성을 누르고 감정에 휩쓸리게 만든다. 화의 포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정기휴일이 아님에도 문이 닫혀있을 때 '이런 오늘 먹을 운이 없네.' 하면 끝나버릴 수도 있는 일인데, 내가 화를 내고 싶었을 수도 있다.


글을 쓰면서 그 날이 아련하게  생각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주인장이 늦둥이 쌍둥이를 낳아 이제 한 살 지났다던데... 아이가 아파 문 앞에 공지도 못 쓸 정도로 급한 사태가 벌어졌을지도 모르지...'


아우, 내가 이렇게 선한 캐릭터는 아닌데 ㅋㅋㅋ 글을 쓰다 보니, 세네카의 명언을 되새기다 보니 마음이 정화가 되는 기분이다.


새해 목표에 '화를 내지도 말고 화가 나도 슬기롭게 화를 다스리기'를 추가해야겠다.


이 맛에 긍정의 한 줄 리뷰를 쓴다.

글을 읽을 땐 내 얘긴데? '뜨끔뜨끔' 하다가

 쓰면서 뭔가 선해지는 느낌...

좋다.


Whatever begun in anger ends in shame.
무엇이든 화로 시작한 것은 부끄러움으로 끝나게 된다.
ㅡBenjamin Franklin 벤자민 프랭클린


더구나 코로나 19로 모두 힘든 지금

화내지 말자!


HAPPY NEW Y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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