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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Jan 19. 2021

(76:Jan,19) 저기요~정신연령 말고요!

신체나이만큼 탁탁... 에휴ㅠ

ㅡ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줄ㅡ

웃으며 살자
Laughter is the sun that drives winter from the human face.

웃음은 얼굴에서 겨울을 몰아내는 태양이다.
ㅡ빅토르 위고 Victor Hugoㅡ


강의실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칠판에  이모티콘을 그린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책은 없어도 스마일을 안 가지고 강의실에 들어옴

감점!''



(사진:pixabay)



"여러분! 웃읍시다. 출석을 부를 텐데 웃지 않는 사람은 그 이유를 얘기해야 출석으로 간주함!"

"하하하!"

녀석들이 그 말 한마디에 벌써 웃는다. 내가 항상 하는 수업시간에 하는 말이 있다.


"자~ 한국말도 하기 싫은 기분인데 영어를 한다 못한다?"

"못합니다~~~"

"그럼 어떻게 한다?"

"억지로라도 웃는다~~~"

"학점에 알파 점수는 뭐다?"
"웃음이요~~~ 우후 아하하하하"


난리법석이다. 학점을... 웃음에 가점을 준다. 물론 실제로는 전혀 가점을 주지 않음 학생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 학생들은 속는 척 장단을 맞춘다. 심지어 넉살 좋은 학생은 이런다.


"교수님~~~ 저 진짜 매 시간 배꼽 빠지게 웃었는데요ㅠㅠㅠ 학점이..."

"암튼 중간이 없어ㅋㅋㅋ 엔간해야지 웃느라고 강의를 못 들은 거 아냐?"


그래서 또 웃는다.



(365매일읽는긍정의한줄,린다피콘:책이있는풍경)



가끔 특강을 할 때가 있다. 나이는 평균 40대 여성 (대부분 기혼)의 라인댄스 강사, 인원은 40명 정도, 수업은 라인댄스 안무 특강시간이다. 그러니까 모두 라인댄스를 가르치는 강사분들이고 나는 안무를 창작해서 작품을 강의하고 그들은 각자의 수업시간에 회원들에게 작품을 가르친다. 때로는 지방에서도 오기 때문에 몸이 피곤한 상태이고 제대로 배워가야 그대로 가르치니 신경도 예민해 있는 게 사실이다. 안무도 안무지만 일단 기분 전환을 시켜줘야 한다. 나만의 특기,

'Ice Braking(머리 식히기)!'


"저기... 네 번째 줄 , oo선생님! 저한테 뭐 화나신 거 없으시죠. 제가 키가 작아서 잘 안 보여 짜증이 나신다거나..."
"아... 아뇨 잘 보여요. 저 화 안 났는데요?"

"아니 얼굴이 너무 이쁘신데 웃으시질 않아서요. 뭐 제가 잘못한 거 있나 ㅋㅋㅋ

얼굴도 미인이신데 웃으면 난리 나시겠어요. 그니까 살짝만 웃으셔도 뭐 굿굿요!"


다들 깔깔깔 웃는다.


"저기, 근데 좀 안 생기셨는데 안 웃는 분은 무슨 자신감일까요? 활짝 웃어도 중간밖에 못 갈 미모신데 에휴ㅠ 혹시

나? 하시는 분 계실까요?" 하면 다들 배를 움켜쥐고 웃는 시늉을 한다. 그래서 또 웃는다.


" 여러분~~~ 댄스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은 화가 나서 오는 사람이 없지요. 뭐 엄청 화가 나는데도 돈이 아까워 할 수 없이 오는 날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암튼 기분 좋게 라인댄스를 하러 왔는데 '선생님 얼굴이 웃기는커녕 화가 나 있다... '라면 불안해서 춤이 춰질까요? 춤을 가르치려면 먼저 마음이 즐거워야 하고 표정이 밝아야 하고 진심으로 웃어야 춤도 잘 춰지고 수강생들도 편안 마음으로 댄스를 배웁니다. 수강생들은 댄스 잘 가르치고 화난 표정인 선생보다는 좀 덜 잘 가르쳐도 마음 편하게 해 주고 환하게 웃는 선생님을 더 좋아할 겁니다. 가르치는 사람은 항상 웃어야 해요. 아셨죠?"

"네~~~~~~"


이건 뭐 안무도 전수하기 전에 웃음특강이 돼버린다. 그렇게 특강을 하다 보니 선생님들 사이에선 내가 웃음 선생님으로 알려졌다는 후문이다.


영어수업도 마찬가지다. 무서울 땐 꽤 무섭게 하는데도 학생들은 나를 보면 웃는다.


"뭐 좋은 일 있어?"

"안 웃으면 감점이잖아요 ㅋㅋㅋ"




"나 지금 웃을 기분 아니거든?"

살면서 내가 별로 해보지 않은 말인 것 같다. 들어보기는 많이 들어본 것 같다.


꿍시렁 절친이 입이 잔뜩 나와 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화났어?"

"아니, 화 안 났거든!"

"근데, 얼굴이 왜 그모냥이야~ 좀 웃어ㅋㅋㅋ 넌 웃어도 그냥 그래~~~"

"뭐? 으이그 너 때문에 더 짜증 나"

"아까부터 짜증 나있었잖아!"

"아니라고~~~ 그냥 웃을 기분이 아니라고!"

"그럼 계속 그러고 있어! 웃기만 해 봐 한번 웃을 때마다 만원야!"

"풉! 암튼 너 때문에 웃는다 웃어!"


"너 때문에 웃는다 웃어"

살면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화가 잔뜩 날 일이 있는 데도 웃을 수는 없다. 하지만 굳이 화가 나거나 속이상한 일이 없는데도 얼굴을 찡그릴 필요도 없다. 내가 많이 받는 질문이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뭐가 그렇게 맨날 좋아요?"


내 대답이다.

그냥 웃다보니요? 뭐... 습관?

사람들에게 웃음 이야기를 늘 하다 보니 어쩌면 습관이 된지도 모른다. 웃음은 습관이다.


내 나이만 해도 어릴 때부터 '여자가 헤퍼 보이게 깔깔거리면 안 된다, 어른 앞에서 입을 가리고 웃어야지...'라는 교육을 받았으니...그런 우리 문화에서 웃지않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깔깔 웃는일은 쉽지않다.

하지만 습관은 바꿀 수 있다.

하루에 한 번씩 웃는 습관을 들이면 분명히 바뀔 수 있다.


나는 짧거나 길거나 글을 읽으면서 잘 웃는다. 웃음 포인트가 없으면 찾아서도 웃는 편이다. 물론 웃음 유전자를 타고난 건 복이다. 집안 식구가 다 웃긴다. 우리 집은 부자는 아니었지만 웃음만큼은 재벌급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집사님의 유머에 훌러덩 넘어갔다.  집사님은 너무 웃긴다.


건강 관련 책을 보고 이런다.

"손바닥을 펴서 얼굴을 향하게 들고 탁탁 마주 쳐봐! 혈액순환에 좋데요~"

"얼만큼?"

"자기 나이만큼!"


장난기가 발동한다. 탁탁탁 열 번을 친다.

"저기요! 정신 연령 말고요!!!"


아우 진짜 빵 터진다. 좀 웃겨보려고 열 번을 탁탁 쳤는데...

또 졌다!

1:0






강추위에 강물이 '꽁꽁'도 아니고 '꽝꽝' 얼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녹을 것 같지 않게 말이다. 쫑알쫑알 입을 쉬지 않았던 오리들도 보이지 않는다. '오리들은 다 어디 갔을까? 뭐 제대로 먹기나 할까? 음... 내가 언제부터 오리를 생각했지?'하고 피식 웃는다.


꽝꽝 얼은 강물이 조금씩 녹은 곳도 있고 아직도 꼼짝 않고 깊은 곳까지 하얗게 얼어있는 곳이 있다. 그런가 하면

사르르 사르르 녹아서 잔잔하게 아주 이쁘게 조용히 웃으며 흘러가는 강물이 보인다.


"와~~~ 저기 봐 저긴 다 녹아서 물결이 보이네... 너무 이쁘다!"


태양이다.

강렬하게 밝게 환하게 웃는 태양 앞에선 꽝꽝 얼은 강물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오늘은 햇빛이 곱다. 꽝꽝 얼은 강물이 더 많이 웃고 있겠지~~~



(웃음 같은 태양)


웃음은 얼굴에서 겨울을 몰아내는 태양이다


거울을 본다.

내 얼굴에 겨울이 가득하다.

하늘을 본다.

내 얼굴에 봄이 사르르 찾아온다...


웃으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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