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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Jan 27. 2021

(84:Jan,27) 나눌수록 좋은 것!

누군가를 응원하는일~

ㅡ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ㅡ

나눌수록 좋은 것
The best way to cheer yourself up is to try to cheer somebody else up.

자신의 기운을 북돋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의 기운을 북돋워 주는 것이다.
ㅡ마크 트웨인 Mark Twainㅡ


무심코 학생들을 휙 둘러보는 척하다가 한 학생의 이름을 부른다.

"세 번째 영작은 창민이가 해봐"


영작 시간이다. 영작을 하도록 시간을 주고 책상 사이를 다니며 빠짐없이 둘러본다. 안 보는 척하면서 다 본다. 대부분 중간 정도 수준인데 특별히 잘하는 학생이 있고 못하는 학생이 있다. 잘하는 학생은 나와 눈을 마주치며 '다했다'는 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접수하고 그 학생의 페이퍼를 훑어보고 에러가 있으면 슬며시 표시를 해 준다. 학생은 표시한 부분을 다시 점검한다.


못하는 학생은 내가 지나가려 하면 몸을 수그리고 페이퍼를 가린다. 역시 안 보는 척하면서 다 본다. 영작해야 할 문장은 열개인데 반 도 못한 데다가 딱 한 문장,세 번째 문장만 올바르게 영작을 해 놓고 쩔쩔매고 있다. 그때 나는 올바르게 한 영작문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한다.


"창민아! 이거 완벽하네! 다른 것도 이렇게 해봐. 시간 충분해! 할 수 있어 못하면 집에 가서 해오면 돼"


30여 명 되는 학생들의 페이퍼를 다 돌아본 후 칠판에 나와 써보게 한다. 단 하나의 문장, 세 번째 문장을 올바르게 쓴 창민이를 나는 기억해두었다가 세 번째 문장을 창민이를 시킨 게다. 살짝 당황한 듯 창민이가 영작한 문장을 쓰고 작은 목소리로 읽는다. 물론 발음도 그다지 좋지 않다. 창민이는 한국말도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학생이다.


"창민아 크게! 다른 학생이 듣고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또박또박! 노래방 가서 하던 대로 하라고"

학생들이 빵 터진다. 창민이도 웃으며 긴장이 풀린 듯 큰 목소리로 자신의 영작문을 읽는다.


"Excellent! Perfect! 좋아. 잘했어!"


창민이의 얼굴이 빨개지면서 환해진다.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해하지만 어깨가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365매일읽는긍정의한줄,린다피콘:책이있는풍경)



자그마치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그러니까 12년이 넘게 영어교육을 받고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이 간단한 자기소개도 쩔쩔매고 짧은 영작문도 어려워한다. 뭐가 문제인가?


영어교육이 문제다. 내가 수업 첫날 항상 하는 말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좀 기다려 주고 '나는 수능시험(영어) 찍어서 대학 왔어요 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내 수업에 들어오도록! 여러분이 영어를 못하는 것은 분명히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이 잘못된 것이므로 여러분이나 여러분의 부모님들은 모두 피해자다. 나는 그 피해를 보상해주기 위해 이 자리에 여러분과 함께 있는 것이니 나를 통해 악착같이 피해보상을 받도록!"


학생들이 자기소개를 하고 간단한 영작을 하면서 창피해하고 죄송한 표정을 질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왜? 목소리가 기어들어가! 발음이 나빠서???... 그래서 내가 있잖아. 다 알아들으니까 걱정 말고 맘 편하게 큰 소리로 오케이?


수업시간 내내 내가 하는 일은 당연히 영어를 말하게하고, 쓰게 하고, 해석하게 하고... 많지만 내가 가장 신경 써서 최선을 다하는 일은 학생들이 할 수 있게 응원해주는 일이다. 특히 영어는 자신감이 없으면 입을 열지 못한다. 입만 열어도 리엑션 끝판이다.


"와우!!! 너무 좋은데? 바디 랭귀지만 좀 더 추가하면 뉴요커야! 한번 해봐!"

학생이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까딱한다. 모두 박수를 치며 깔깔거린다. 도미노가 시작됐다.

'난리 났네, 난리 났어!'

조별로 롤플레잉을 시키면 서로 질세라 소리를 지르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내게 눈빛을 보낸다. 잘하고 있으니 칭찬해달라는 거다. 어찌나 구여운지 ㅋㅋㅋ

"고마해 ㅋㅋㅋ"




(사진:pixabay)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 문을 열고 나올때...들어갈 때보다 더 기운이 나서 나온다. 분명히 힘이 빠지고 피곤해야 하는 데 더 팔팔해서 나온다. 내내 서있었으니 다리가 아프다. 내내 쏼라쏼라 했으니 배도 고프다. 다만 기분이 좋아서 나온다는 말이다. 다리 아픔은 잠깐 앉아 쉬면 되고 배고픔은 먹으면 되니 노프라블람이다.


누군가를 응원하는 일은 나도 모르게 몇 배로 나를 응원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응원: 운동 경기 따위에서,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노래, 손뼉 치기 따위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곁에서 성원함 또는 호응하여 도와줌.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일은 참 좋은 일이다. 응원하는 일은 힘을 낼 수 있도록, 잘할 수 있도록 ,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물질이던 마음이던 도와주려면 내가 힘이 있어야 도와줄 수 있다. 특히 마음으로 도와주는 일은 내 맘이 편치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내 마음이 편하고 응원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응원도 습관이 된다. 할수록 더 많이, 자주, 잘하게 된다.


아침에 브런치 피드를 연다. 댓글을 달고  '파이팅'을 남긴다. 그냥 무엇을 하던 오늘 하루도 힘내서 좋은 하루 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가 스스로 나를 '파이팅'하고 있다.


'자신의 기운을 북돋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다른 사람의 기운을 북돋워 주는 것'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명언에 격하게 공감한다.


어제는 비가 왔다. 비가 부슬부슬 오니 우산도 쓰지 않고 택배기사님이 뛰어다니신다.


'에휴~ 비가 오는데 넘어지면 어째ㅠ 조심조심 무사하시길! 화팅!'


그냥 내 기분도

좋아진다...


모두 화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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