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선물하라 Few things help an individual more than to place responsibility upon him, and to let him know that you trust him.
그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그를 믿고 있음을 알게 하는 것보다 그에게 더 큰 도움은 없다. ㅡ부커 T. 워싱턴 Booker T. Washingtonㅡ
"Excuse me! How much toilet?"(화장실 얼마예요?)
아이가 어릴 때 그러니까 7살쯤이었나? 캐나다 자유여행을 했다. 집사님이 운 좋게 '리프레시(refresh) 연수'라는 사내 프로그램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덕분에 유급휴가를 얻었다. 그것도 기간이 1년이나 되니 엄청난 수혜를 받은셈이다. 기간은 1년이지만 내게 허락된 시간은 여름방학 밖에 없으니 방학 동안에 여행을 계획한 것이다.
영어가 필수니 내가 다 한다. 계획도 짜고 숙박도 예약하고 맛집도 알아보고 통반장 다하는 가이드가 된다.
다해주니 아빠와 아들은 그저 신이 났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행을 하고 숙소에 들어오면 두 부자는 씻고 쿨쿨 쌔근쌔근 잠을 잔다. 가이드는 하루의 여정을 기록하고 다음날 여정을 체크한다.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신이 난다. 행복한 만큼 몸은 피곤했겠지만 당시에는 몸 피곤할 줄도 모르고 그저 알찬 여행을 하기 위해 올인한다.
"엄마, 초콜릿 먹고 싶어."
그래? 그럼 ㅇㅇ이가 살 수 있겠어?
"어떻게?"
"얼마인지 알아야 사겠지? 가격을 물어볼 땐 어떻게 말한다고 했지?"
"Excuse me! How much is it?"
"그렇지! 그렇게 말하면 돼. ㅇㅇ이가 얼마인지 물어보면 엄마가 돈을 내 주께."
아들이 열심히 연습을 한다.
아이에게 초콜릿 가격을 물어보는 연습을 시킨다. 가격을 물어보는 데 성공하면 초콜릿을 사준다.
초콜릿을 먹고 싶으니 말을 곧잘 한다.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묻는 것도 가르쳐 준다.
아들이 물어보는 데 성공하면 화장실을 데리고 간다.
장난감을 살 때도 아들이 물어보게 했더니...
잠꼬대하게 생겼다.ㅋㅋㅋ
이런! 화장실이 가고 싶다기에 물어보라고 했더니...
'Excuse me How much toilet?'라고 묻는다. 식당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답을 한다.
20년도 더 된 추억을 소환하다 보니 아들이 보고 싶다.
매일 영상통화를 하는 데도 보고 싶으니 부모 마음이란 게 참...
(사진:pixabay)
여행은 캐나다 서부 밴쿠버에서 록키를 지나 중부를 넘어 동부의 퀘벡으로 해서 동부의 가장 끝에 있는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까지 캐다나 전역의 주도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PEI는 몽고메리가 태어난 곳이다. '빨강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의 저자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 1874~1942)의 집도 물론 둘러보았다. 유난히 빨간색과 녹색그림이 많았던 PEI도로 표지판이 아련하다.
록키를 지나 중부 대평원을 관통하여 동부 퀘벡에 이르니 가이드가 살살 심통이 난다. 이건 뭐 맥도널드에서 햄버거에 콜라를 먹어도 주문부터 서빙까지 턱밑에 갖다 바치자니 혈압이 오르면서 해맑게 테이블에서 낄낄거리고 노는 부자가 얄밉기 짝이 없다. 특히 애보다 더 낄낄 거리는 아빠가 더 얄밉다.
'확 굶겨버려?' 치사하게 아빠만 굶길 수도 없고 에휴ㅠㅠㅠ
퀘벡의 경치 좋은 언덕에 있는 파스타 맛집에서 맛나게 식사를 하고 기분 좋게 나온 어느 날이다.
언덕에서 한참을 내려가고 있는데...
"앗!"
"뭐, 왜?"
"헉! 식당에 우산 놓고 왔다."
"엥? 잘 챙기지 않고! 거의 다 내려왔는데 어떻게 다시 올라가. 배불러서 나는 못가!"
가이드가 예상외 반응을 보이니 두 고객이 눈빛 교환을 한다.
"오케이! 우리 둘이 갔다 올게."
"엄마, 내가 아빠랑 잘 갔다 올게 걱정 마~"
"여보, 바로 여기 이 자리에 고대로 있어."
이건 뭐 갑작스러운 고객들의 의지에 덜컹 겁이 난다.
"할 수 있겠어?"
"그럼 그럼"
두 부자가 야심 차게 우산을 찾으러 식당을 향해 떠난다. 급후회를 한다.
'같이 갔어야 해ㅠㅠㅠ 길 잃어버리면 어쩌지. 우산을 포기하면 될 것을 ㅠㅠㅠ'
점점 불안해진다. 길이 엇갈릴 까 봐 꼼짝도 못 하고 발을 동동 구른다.
올 시간이 지났는데 두 부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요즘처럼 휴대폰만 있으면 뭐가 문제였겠나만은...
한참을 애를 태우고 있는데 멀리서 두 부자의 모습이 보인다. 혹시라도 또 길이 엇갈릴까 그저 바라만 보고 눈을 떼지 않는다. 점점 가까워진다. 그런데... 이런!
속이 새까맣게 탄 가이드와는 달리 두 고객들은 너무나 해맑게 왁자지껄 수다를 떨면서 여유만만하게 걸어오고 있지 않은가! 속에서 불덩이가 올라오지만 일단 무사히 나타났으니 휴~~~
"아니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얼마나 걱정했는데... 같이 갈걸 그랬지 모야ㅠㅠㅠ"
"왜? 얼마 안 걸렸는데? 바로 찾아온 건데?"
사실 시간을 보니 얼마 안 걸린 셈인데 내 마음이 불안하니 1분이 10분 같았던 게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근데 어떻게 찾았어? 영어로 다 말을 한 거야?"
하기야 키 작은 동양인 셋이 하루에 몇 번이나 퀘벡의 언덕에 있는 식당에를 올 것인가!
아무리 눈썰미가 없어도 한 번에 알아볼 것이고 우산도 당연히 챙겨두었을 테니 말이다.
어른 고객이 이런다.
"문을 여니까 웃으면서 바로 주더라고 ㅋㅋㅋ"
아이 고객 말에 빵 터졌다.
"근데 엄마, 아빠가 그 아저씨한테 뭐라고 했게?ㅋㅋㅋ"
"뭐랬는데? Umbrella(엄브렐러:우산) please (플리즈)? 아니면 우산 주세요?"
"아니! 아빠가 우산 생각이 안 났나 봐. 엄브렐러 해야 하는데 ㅋㅋㅋ
앰뷸런스! 했거든? 그러니까 그 아저씨가 웃으면서 줬어!"
길 한 복판에서 셋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암튼 어찌어찌 찾아온 게 기특해서 두 사람의 손을 꼭 잡고 안아주었다.
"엄마, 엄청 재밌었어. 앞으로 햄버거랑 콜라도 아빠랑 둘이 주문해볼게 엄마 힘드니까!"
(365매일읽는긍정의한줄,린다피콘:책이있는풍경)
책임 선물...
책임을 부여한다는 것은 믿고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믿고 있음은 누군가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 누군가는 믿음을 고마워하고 그 믿음을 깨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된다.
'그래 잘 해낼 줄 알았어.'라는 한 마디를 듣기 위해서말이다.
얼마 전 TV에서 본 인상적인 장면이 떠오른다. 박주호라는 축구선수의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도넛을 만드는 장면이다. 그녀의 국적은 스위스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아르헨티나 태생이라고 한다. 암튼 그녀의 자녀 교육법이 지혜롭다.
도넛을 만들려면 밀가루가 있어야 하고 이제 겨우 걷기 시작한 셋째 아가까지 있으니 아이 셋에게 도넛을 만들게 하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난장판이 될 텐데 엄마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도넛을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재료를 생각하게 하고 생각해낸 재료들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직접 만들게 한다. 반죽부터 도넛을 완성하기까지 아이들이 하게 한다. 아이들은 도넛을 만드는 과정을 실제로 터득하게 되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도넛을 맛보며 뿌듯해한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엄마의 힘이다.
아들이 어릴 때 냉장고에서 우유 하나도 꺼내지 못하게 한 기억이 난다.
혹여 우유를 따르다가 쏟기라도 할까 해서 말이다. 우유를 쏟아본 실수를 통해 쏟지 않는 법을 스스로 깨우칠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다.
성인이 된 아들에게 부모가 서툴렀던 점을 수시로 이야기해준다. 그러면...
아들은 그의 자녀에게 슬기로운 책임 선물을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여보! 커피 아이스로 주세용."
오늘도 나는 집사님한테 커피 주문을 한다. 물론 집사님이 커피 내리는 법을 여러 번 전수해주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