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작가야 Apr 12. 2021

지나친 꼼꼼함은 그만

설거지는 내가 할 거니까 신경 끄슈~~

ㅡ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ㅡ

지나친 꼼꼼함은 그만

Our life is frittered away by detail...,
Simplify, simplify.

꼼꼼하게 챙기다가 인생이 다 지나가 버린다.
단순하게 살아라, 단순하게 살아라.
ㅡ헨리 데이비드 소로 Henry David Thoreauㅡ


머릿속에 아른아른거린다. 차에 시동을 켜고 출발을 해야 하는데 계속 아른거려 출발을 못하고 있다.


집을 나서려다 뒤를 힐끔 보니 싱크 안 설거지통에 들어있는 커피잔이 보인다.

무시하고 그냥 집을 나선다.


집을 나서서 차를 타고 출발을 해야 하는데 계속 아른거리는 것은 다름 아닌 커피를 마시고 닦지 않은 채

설거지 통에 들어있는 '씻지 않은 커피잔'이었다.

차의 시동을 끄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 기어코 '커피잔'을 닦아 놓고 나온다.

마침내 아른 거림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진다.


기억도 가물가물 너무나 오래 전의 '나'의 모습이다.

완벽해야 하고 깨끗해야 하고 뒤가 깔끔해야 한다.


"아빠 차를 왜 그렇게 맨날맨날 닦아?"

"차를 닦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아빠가 목욕을 한 기분이야요."


아빠는 그렇게 차를 매일 닦으셨다. 아빠의 유전자인가?

엄마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셨다. 항상 걸레를 들고 계셨고 집안을 치우지 않는 여자는 게으른 여자라는 마인드를 가진 전형적인 '한국 엄마'였다.


유전자의 영향도 있겠지만 성격의 문제가 더 큰 거 같다.

아무도 보지 않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도 않는데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은 다름 아닌 자신의 문제다.

자신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용납이 안되기에 그깟 '커피잔'하나가 뭐라고 기어코 집에 다시 들어가

'커피잔'을 닦아놓느냐 말이다.





유전자 영향이 분명 있긴 한 게 사랑하는 나의 언니도 그렇다.

부모님이 연로하신 이후 나는 언니의 영향을 받기도 했는데 언니네 집에 가보면 모든 리모컨이 줄을 서있다.

"아니 재들은 왜 줄을 서있어? ㅋ"

"내가 줄 세웠지."

"으그 깔끔은 ㅋㅋㅋ"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 집에도 리모컨들이 줄을 서있다.

욕하면서 배운다는 게 그런 건가 보다.


언니네 집 TV 위에 못난이 삼 형제 인형이 있다.

언니가 TV 앞에 지나가다가 다시 돌아선다.

돌아서더니 인형을 만지작거린다.

"왜?"

"아니 누가 만졌나? 끝에 앉은 애가 간격이 좀 떨어졌네? ㅋㅋㅋ"
"에라이!"


언니도 유머가 장난 아니다. 나를 웃기려고 하는 소리인데 살짝 진심이 아닌가 의심이 간다.

형부는 언니보다 더 하다.

"야야 형부 얼마나 웃기는지 아니?"

"왜왜? ㅋㅋㅋ "

"글쎄 손톱 발톱을 깎잖아?"

"깍지ㅋ 그게 뭐?"

갑자기 언니가 배를 잡고 웃는다.

"손톱 발톱 깎고 나서 개수를 세더라니까?"

"아 뭐래 진짜?ㅋㅋㅋ"


지나가던 사람들이 언니를 보면 다시 한번 뒤로 돌아볼 만큼 언니는 이쁘게 생겼다.

나는 아빠를 닮아 키가 작은데 언니는 엄마를 닮아 키도 크다.

얼굴도 이쁘고 키도 커서 그 옛날 탤런트 '유지인' 닮기도 하고 '이미숙'닮기도 한 것 같은...

대놓고 미인이다. 미인이 깔끔하기까지 하니 살림도 반짝반짝한다.


세월이 흐르고 언니도 나이를 먹으니 이런다.

언니네 집에 갈 때마다 인형들이 하나씩 없어지더라...

"애들 다 어디 갔어?"

"아우~ 먼지 쌓이면 청소하기 귀찮아 치워 버렸다."

세월에 장사 없다.

"그러게 진작 좀 치우지 나는 진즉 치웠지."





나는 언니보다 포기가 빠르고 결단력이 단호하다.

아니다 싶으면 아닌 거다.

살아보니...

설거지 통에 안 씻은 커피잔이 뭐라고!


'누구를 위해 그렇게 꼼꼼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본다.


첫째는 나의 만족이다.

둘째는 혹시라도 불시에 손님이라도 오면 '흉'이라도 잡힐까 봐 하는 마음...

그러니까 남의눈을 의식하는 역시 나의 마음이다.


두 가지 다 마음먹기 달렸다.

내가 생각을 바꾸니 그 누구도 아닌 내맘이 편하다.







하루 종일 바쁜데 하루가 한 달이 되어 한 달 후에 보면 '한 달 동안 뭘 했지?' 할 때가 있다.

한 달 안에 있었던 목표 중에 한 달 후에도 달성하지 못한 목표가 있을 때가 있다.

그 목표를 생각해 보면...

어쩌면 그 목표는 애당초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목표였을 지도 모른다.


그런 쓸데없는 것들을 하나씩 지워보자.


지나친 복잡함 지나친 완벽함 지나친 꼼꼼함은 그만 내려놓자.

지나치게 꼼꼼히 챙기다가 쓸데없는 시간을 허비 할 수 있다.





선천적인 꼼꼼함은 다행히 나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많이 헐렁해졌고

세월에 의해서도 많이 느슨해졌다.


헐렁해지고 느슨해지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요즘은 이런다.

"여보! 커피 내려 주세요~"

"여보슈 지금 커피 내릴 상황인가 함 보슈 ㅋ"

"왜? 상황이 어때서?"


싱크대에 설거지를 보고 집사님이 하는 소리다.

"아니 커피머신 앞은 깨끗한데 왜 설거지를 맥이시지?

설거지는 내가 할거니까 신경끄슈ㅋㅋㅋ"


홍 집사는 퇴직 후 전업주부를 하겠다더니 정말 다 해줬는데...

승부욕이라고는 1도 없는 그가 어느 날 승부욕이 발동하여 골프를 치고 온날 척추 협착증이 와서 그만...에휴ㅠ

오래 서있는 건 좋지 않다. 그때부터 나는 설거지는 내가 전담한다.

'내가 하기에 하지 않을 거면 잔소리도 하지 말라'하니 절대 잔소리도 안 한다.


"설거지 신경 쓰지 마시고 커피 내리셔 ~~~

그게 선수지 ㅋㅋㅋ"

"아예예.~~~~ 피그리씨는 참 성격도 무난하셔서 좋으시겠어요 ㅋ."

"나 돼지아냐  쒸! 글구 지금 살짝 디스 한 거 같은데?"

"암튼 눈치도 빠르셔 ㅋㅋㅋ 한 삼백단?"

"우쒸!"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린다 피콘:책이 있는 풍경)


어제는 '브런치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모전' 마감일이었다.

평소에 집도 절도 없이 둥둥 떠있는 나의 글들을 볼때마다 너무 미안했다.

옛날의 나같으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집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공모전은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공모전에 응모하면서 싹 정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기에 어제는 글집을 만들어주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쓸데없는 방을 열어서 다시 분류하고 모아서 새방을 만들어 이름을 지어준다.

그거면 됐다.


브런치북을 발행하면서 글도 손보고 오타도 보지만...

지나치게 꼼꼼히는 하지 않는다.

왜?

당첨될 확률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쓸데없는 진을 빼지 않는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니 마음이 편하고 내 글방을 청소한 것 같아

기분이 상쾌하다.

그런 면에서 가끔은 공모전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왜...

어쩌다 손님이 오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대청소를 했으니 시원한... 기분좋은 느낌!


지나치게 꼼꼼하지 말자.

세월 따라 조금씩 단순하게 살자.

단순하게...




PS: 혹여 지나치게 꼼꼼하여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으신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80:Jan,23) 억지로 웃어도 효과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