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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Apr 13. 2021

야야~~ 여기가 천국이래이!

하모! 막내이는 천사래이~

ㅡ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줄ㅡ

새로운 지평선
The real voyage of discovery consists not in seeking new landscapes but in having new eyes.

진정한 탐험은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야를 찾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


남산 정상에 세워져 있다.

서울시가가 눈 아래 펼쳐진다.

밤이 되면 서울 야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남산 팔각정'


남산 팔각정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사진을 통해서이다.

팔각정에 인형처럼 이쁜 아니 인형보다 더 이쁜 신부와 조각처럼 잘생긴 신랑의 야외 웨딩촬영 사진이다.

멋을 아는 신랑 신부다.

참 앞서가기도 앞서가기도 완전 폼생폼사 끝판왕이다.


사진의 주인공은 나의 엄마, 아빠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아빠는 폼생폼사의 선구자이시다.

그 시대에 웨딩사진 그것도 야외 촬영이라니...


당시에 아빠의 재력이 어떠했는지는 들은 바가 없으나...

 '멋'하나만큼은 누구한테 지지 않은 아빠였다고 한다.

결혼식 피로연은 무슨 영화배우 신성일 엄앵란 부부의 그것만큼 대단하다.

사진 속의 피로연 장소를 물어봤어야 했는데 지금은 물어봐도 알 사람이 없을 듯하다.





엄마 아빠의 웨딩사진으로 알게 된 남산 팔각정은 늘 가까이에 있었다.

종로구에서 오랜 시간을 살았다. 남산은 심지어 맘만 먹으면 자전거로도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남산 근처에 베트남 음식 맛집이 있다.

홍 집사가 퇴직 후 맛집 탐방을 다니기 시작했다.

베트남 쌀국수에 흠뻑 빠져 무척 자주 가곤 했던 남산 맛집이다.


그렇게 지척에 있는 남산을 언제 가봤나 생각해보니...

아주 오래전 어느 해 여름이었다.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막내며느리랑 함께 하고 싶어 하시는 시아버님이 늘 맘에 걸렸다.


더 맘에 걸리는 건 허리가 90도로 굽어 잘 걷지도 못한다고 항상 혼자 계시는 시어머님이었다.


"아버님! 또 혼자 오셨어요 ㅠㅠㅠ 이번엔 어머님 꼭 같이 오신다고 했잖아요!"

"걷지도 해 몬 따라다닌 데이! 안 온단다."

그 당시에는 어머님만 뚝 떼놓고 혼자만 다니시는 아버님을 막 구박했다.

구박을 받아도 아버님은 꿋꿋하게 오신다. ㅋㅋㅋ

"아버님 이번 여름에는 저희 휴가 때 어머님 꼭 모시고 오세요.

같이 구경 다니게요."

"알았다."





3박 4일의 여름휴가 계획을 세운다.

시부모님과의 여름휴가다.

어머님이 잘 못 걸으시니 걱정이다.

궁리 끝에 서울 관광을 하기로 플랜을 짜고 이동이 편하게 숙소는 신라호텔로 정했다.

시부모님이 드디어 집으로 오신 날이다.


"꺅~~~~ 어머님~~~~ 잘 오셨어요. 이번에도 안 오심 진짜 화날 뻔했어요."

어머님이 오시니 너무 좋다.

평생 합쳐서 다섯 번? 오셨나?

시어머니는 아무리 잘해도 시어머니라며 그렇게도 오시라 해도 안 오셨으니 얼마나 속 깊은 어머님이신지

반갑고 좋다.


"야야~ 집에서 안 자고 어델가자하노! 힘들게 돈 벌어 그래 쓰면 우야노!"

"어머님~~~ 돈은 쓰자고 버는 거예요."



(365매일읽는긍정의한줄,린다피콘:책이있는풍경)


어머님 아버님 손을 꼭 잡고 첫날 여행을 그러니까... 구경을 간 곳이 남산 팔각정이다.

"어머님 여기가 남산이에요. 여기서 보면 서울이 다 보인데요."

천천히 올라가 정상에 있는 레스토랑에 간다.

가본 지 오래되어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엔 식당의 바닥이 느끼지 못하게 회전을 하는

'회전 레스토랑'이 유명했다.


한 시간 정도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도는 동안 동서남북을 다 볼 수 있단다.

인천도 보이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버님~ 지금 바닥이 돌고 있어요 ㅋㅋㅋ 모르시겠죠?"

"뭐가 돈다고?"

"지금 밥 먹는 자리 바닥이요."

"바닥이?"

"안 돈다!"

"엥? 아버님! 제 말은 팥으로 메주를 쑨데도 믿으시면서 지금 사실을 말하는 건데 안 믿으시는 거예요?"

"아니다 그러면 돈다!"

빵 터진다.ㅋㅋㅋ


"야야~~~ 이자 죽어도 원이 없데이. 서울 남산을 다 와보고!"

"엥? 아버님은 암튼 맨날 똑같은 말씀!

벌써 몇 년째인데요~~~

이제 안 속아요ㅋ"

어머니는 계속 웃으신다.

"야야 여기가 천국이래이."

아버님이 거드신다.

"하모! 막내이는 천사래이~"

홍 집사가 씩 웃는다.

"아버지요. 천사요? 함 살아보세요 ㅋㅋㅋ"

"우쒸!"





아버님 어머님 덕분에 남산을 다 가봤다.

엄마, 아빠가 야외 웨딩촬영을 한 곳 남산.

중3 때 연합고사 준비를 한답시고 새벽같이 도서관을 갔던 남산.

남산에는 관심이 없고 남산 맛집만을 뻔질나게 갔던 남산.

관광객들에겐 서울에 가면 꼭 가봐야 할 랜드마크 남산.


그 남산에 너무 무심했다.

관광객들이 비행기를 타고 와서 찾는 관광명소가 지척에 있어도 그리 무심했다.

가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니 갈 기회가 없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모든 게 신기하다.

새로운 땅, 새로운 집,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음식...

신기하니 흥미롭고 기분이 들뜬다.





여행 후 집에 돌아오면 그 흥분이 한참 동안 여운으로 남는다.

집에 돌아오면 모두가 익숙한 것들이니 신기할 턱이 없다.

소중한 것들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


아... 그렇지.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것들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의 시야를 찾는 것이다.


남산은 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무심했던 나의 눈이 번쩍 뜨인 것은

어머님 아버님과 함께 했던 소중함 때문이었다.


습성에 젖어 소중한 것들에 무심한 것뿐이다.

늘 마시는 공기, 눈에 보이는 나무, 꽃, 하늘...


소중함에 무심한 나의 시야를 새롭게 찾아보자.


어제는 비가 오더니 오늘은 환하게 햇살이 비춘다.

이웃 작가님이 리모델링을 하시고 계신데 오늘은 미장을 하셔야 한단다.

얼마나 감사한 빛 좋은 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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