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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May 03. 2021

내가 부족하니까 나를 사랑한다.

나를 사랑할 줄알아야 다른사람도 사랑할수 있다.

ㅡ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ㅡ

나를 사랑하라
You, yourself, as much as anybody in the entire universe, deserve your love and affection.

너 자신이야말로 세상의 그 누구 못지않게 네 사랑과 애정을 받을 자격이 있다.
ㅡ부처ㅡ


세안 중이다.

코로나 19 이후 확찐자가 되니 얼굴도 미워진 것 같다.

세안할 때 거울을 보면서 혼자 중얼거린다.

'아니 눈밑이 왜 이렇게 통통하지? 눈은 또 왜케 점점 작아지는겨...아주 눈이 없어지겠어ㅋㅋㅋ.

코는 폭 파묻혔네! 완전 짱나 '

살이 쪄 미워진 얼굴이 못마땅해 혼잣말을 하다가도 금방 말을 바꾼다.

'아냐~~~ 내 나이에 이 정도면 굿이야 굿! 이쁘기만 하구만. 어디 하나 손대지 않고 자연산인데 이만하면 됐지.'


운동 중이다.

불룩 나온 배를 두드리며 혼잣말을 한다.

'이거 어쩔 거야. 아주 산달이 언제냐고 물어보겄어 ㅋㅋㅋ 내가 봐도 무섭다 우짜면 좋아'

스트레칭을 하면서 뒤룩 뒤룩 살이 찐 몸매를 탓하다가도 또 금방 말을 뒤집는다.

'아냐~~~ 내 나이에 삐쩍 마르면 숭해 ㅋㅋㅋ 통통한 게 낫지. 복 있어 보이고 ㅋㅋㅋ'

잘 먹고 소화 잘 시키면 됐지 뭐!


운전 중이다. 

중앙선이 없는 좁은 시골 도로인데 맞은편 차가 중앙을 넘어 달려온다.

점점 한쪽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계속 도로 한가운데로 달린다.

멘붕이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다.

'저저 저저 저저 저저 미친 거 아냐 ㅠㅠㅠ 얼른 니 자리로 가! 마!'

그러다 이런다.

'혹시 급한 전화를 받다가? 에휴 ㅠㅠㅠ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 쫌!'

그랬다가 바로 또 이런다.

'아니 누구는 전화 안 오나? 중앙을 넘으면 생명선을 넘는 건데 그건 아니지! 나는 안 그러는데?

내가 맞아! 놀래긴 얼마나 놀랬어 우쭈쭈 ㅠㅠㅠㅠㅠ 토닥토닥한다.'


산책 중이다.

하늘은 파랗고 여기저기 온통 연둣빛 향연이다.

중학교 국어 시간에 '신록예찬'이란 제목의 수필이 있었던 것 같다.

어찌나 제목이 멋지던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때는 몰랐던 신록예찬에 매일 공감하는 요즘이다.


우와~~~ 목련 잎이 저렇게 크고 이쁜 연둣빛이었다니...

우와~~~ 이게 벚꽃 잎이었구나...

우와~~~ 매화꽃이 지니 연둣빛 잎과 열매 좀 봐...

우와~~~ 개나리가 꽃이 지고 연둣빛 잎으로 무성하니 이렇게 이뻤구나...


이건 뭐, 아가가 옹알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 나이에 '우와~, 우와~'.

난리 났네 난리 났어!

누가 들을까 속으로만 '우와, 우와'다.


'우와~'도 잠시!

연둣빛 황홀 지경에 빠지는 찰나에 갑자기 눈에 쌍심지가 켜지며 불이 난다.

왜 또?


분명히 '수영, 낚시, 야영, 취사 금지'라는 안내문이 대문짝만 하게 크게 떡 보이는데 바로 그 안내문이 쓰여있는 패널 앞에 돗자리를 쫙 펴놓고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인지 사윈지 며느린지 딸인지랑 손주들이 바글바글 앉아 음식을 잔뜩 펴놓고 왁자지껄 파티 중이다. 심지어 나동그라져 있는 소주병과 맥주 캔 그리고 쓰레기도 보인다.

어른들은 신이 났고 아장아장 걷는 아가는 물가 가까이에서 노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마스크를 썼는데도 올라간 눈꼬리가 보인다.


'저런 저런 무개념 인간들 확!'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린다 피콘:책이 있는 풍경)



올바르지 못한 것을 보면 꼭 한소리를 해야 속이 시원했던 혈기왕성한 때가 있었다.

나이를 먹으니 한 박자 쉬게 되고 또 나와 직결된 일이 아니라면 눈을 감기도 하고 세상이 하도 험하니 알면서도 모른 척을 하기도 한다.


불덩이가 올라오는 혈기를 탓하기도 하고 달래기도 한다.


수업 중이다.

첫 시간에 수업의 방향과 개요 등을 설명한다.

첫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시간인데 꼭 첫 시간에 결석을 하거나 대충대충 때우는 학생들이 있다.

아무래도 첫 시간엔 정상수업을 하지는 않으니 가방도 안 열고 앉았다 튀어나가려는 게다.


4학년 수업시간이다.

여러 번 내수업을 들었을 테니 나의 성향을 알고 있고 어떤 캐릭터라는 것도 알고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간혹 내가 처음 보는 학생들이라면 복학생이나 타과 학생이다.


첫 시간인데 책상 위에 아무것도 없다. 그것도 4학년이 말이다. 게다가 사범대학이니 교생실습도 마쳤고

곧 아이들을 가르칠 수 도 있다.


"거기, 검은 모자 쓴 학생!"

"넵! 저 말씀이십니까?"

"엥? 한 번 봐봐... 검은 모자 쓴 학생이 또 있나. 내가 눈을 마주치고 있잖아 학생이랑!"


녀석들이 키득키득 풉풉 시작이다.

검은 모자를 쓴 학생은 영문을 모른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학생 이름?"

"박민호입니다."

"아 민호~ 4학년 맞지?"

"네 넵!"

녀석들이 입을 틀어막기 시작한다ㅋㅋㅋ.


"4학년인데 그래?"

"네?"

"왜 책상 위에 아무것도 없냐고?"

"아~~~ 사물함 열..."

"열쇠 안 가꼬 왔다고? ...어케 내가 열어줘?"

"죄죄송합니닷!"


"4학년이면 4학년다워야지!

복학생이지?"

"넵!"

"그러게, 야들아~ 내가 얼굴을 모르면 뭐라고?"

"복학생이나 땡땡이요 ~~~~ㅋㅋㅋ"

녀석들이 빵 터진다. 책상을 치고 난리다.

"야들아 그다음 말은 뭐?"

"아니~~~ 밭매러 왔냐고! 요~~~~ ㅋㅋㅋ"

강의실이 한바탕 웃음으로 가득하다.





지각을 하거나 교재를 안 가져오거나 수업 준비를 안 해오거나 하면 최소한 선생과 다른 학생들에게 수업을

방해한데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그 마음은 태도에 나타나야 한다.

지각을 하면 수업의 맥을 끊고 교재를 안 가져오면 누군가와 같이 봐야 하고 수업 준비를 안 해오면 수업

분위기를 흐린다. 혼자 하는 과외가 아니고 더불어 함께 하는 수업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도 선생의 의무다.


학생들에게 하는 단골 멘트가 있다.

'나는 선생이지 연예인이 아니다! 나한테 지적을 받고 나를 미워하더라도 개선이 된다면 그게 더 좋다.' 


수업이 끝나고 민호가 쭈뼛쭈뼛 내게 온다.

"교수님~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지하철이 연착이 돼서요ㅠㅠㅠ "
"됐고! 다른 학생들은 다른 지하철 타고 다니나? 그게 4학년이 할 변명이야?

오늘 일은 잊어버리고 앞으로 잘하면 돼. 점심 맛나게 먹고!"

"네 넵!"


말을 길게 늘어지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고 그랬구나~ 지하철이 연착됐구나~ 저런... 할걸 그랬나?'

하지 않는다. 실수는 인정하고 빨리 잊을 것이며 그것을 계기로 앞으로 더 잘하도록 지도한다.


가끔은 '내가 너무 깠나?' 하다가도...

'아니야~ 잘했어. 지적을 받아도 기분이 안 나쁘다잖아 ㅋㅋㅋ 그럼 됐지 뭐! '





누구나 장점만큼 단점이 있다.

장점이 더 많기도 하고 단점이 더 많기도 하다.

다만 장점과 단점의 기준과 잣대는 다~~~ 다르다.


나의 장점이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단점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장점은 물론 단점조차도 사랑해야 한다.

누가?

나 자신이다.


우리는 간혹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하다.

사소한 실수에 자책하고 다그친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줄줄 안다.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야 다른 사람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


쭉쭉빵빵 몸매가 아니면 어떻고 눈밑이 좀 쳐진 들 어떻고

욱하는 다혈질이면 어떻고 말 한마디 못하는 소심함이면 어떤가...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으면...

그거면 된다.


나는 나 자신을 많이 사랑한다.

왜?

내가 많이 부족한 것을 아니까 나의 단점을 아니까 보듬어주고 사랑해줘야 한다.

나 자신부터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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