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만들기 전과 후

26화: (조경 3편) 내가 이렇게 간사했나...

by 이작가야

<내가 이렇게 간사했나...>

"시골 가서 살면 된장을 내가 만들 생각이야."

홍 집사(남편)가 퇴직하기 전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된장 같은 소리 하지 마셔! 글구 누가 시골 간데? 갈 거면 혼자가! 난 절대 안가!"

홍 집사가 시골, 된장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내가 하던 말이다.


살면서 절대 하면 안 되는 단어 중 하나, '절대'이다.

막상 현실에서는 잘 실천하지 못함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난생처음 뼈저리게 느끼게 된 계기가 있다.


시골엔 절대 안 간다며 눈을 희번덕 거렸던 나였는데...

그랬던

내가 이렇게 간사하다니...




집을 짓고 있다.

그것도

시골에 집을 짓고 있다.


(시행사: 휘페스타)



난생처음 서울을 떠나 지금 살고 있는 시골 임시주택에 이사를 온 지 벌써 10개월이 다 되어간다.

그새 임시주택도 정이 푹 들었다.



(임시주택)


지난 10여 개월 동안...

자연에 눈을 뜨고 자연에 홀딱 반했다.



(임시주택에 이사 왔던 지난가을)


집 앞에 이쁜 계곡이 있다.

지난가을 단풍과 이쁜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

두 달쯤 후면 자연은 늘 그랬듯이 또 그렇게 찾아오겠지...



(가을 단풍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 얼음 계곡에도 씩씩하게 흐르는 물소리...



(얼음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



서울 촌놈이 지대로 시골 촌놈 됐다.


이제는 이런다.

아주 간사함의 끝판왕이다.


"주말엔 읍내에 나가면 안 돼! 서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장난 아냐 넘 복잡해."


'서울 사람?'

캬~~~ ㅋㅋㅋ

기가 막힌다.



그렇게 시골 촌놈이 되어가면서 어느새...

집을 짓는 길고 긴 여정이 마무리 단계에 임박했다.

집을 짓는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또 하나의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텃밭을 만들 것이냐 말 것이냐...

텃밭을 만들기까지 하루에도 열두 번 간사함이 춤을 춘다.


<텃밭 만들기 전>

마당에 파티오(Patio)와 화덕(Fire pit) 자리를 잡고 남은 공간에 텃밭을 만들기로 한다.

마당이 넓지 않으니 텃밭 공간이 여유롭지 못하다.


텃밭에 1도 관심이 없는 나는 텃밭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홍 집사를 매일 살살 꼬드긴다.

1도 관심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잔디 관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텐데 텃밭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한가득이니 달리 방법이 없다.


"여보~ 둘이 먹는데 그냥 사 먹자. 잔디도 처음인데 텃밭까지 너무 무리일 듯ㅠㅠㅠ"

"공간도 여유가 많지 않으니까 아주 작게 하지 뭐."

"작게 해서 뭘 얼마나 심고 거둔다고... 나는 아는 것도 없거니와 생각만 해도 넘 힘들 것 같아.

벌레가 장난 아니래 ㅠㅠㅠ "



전원주택을 결정했을 때 나는 조건을 내세웠다.

"전원으로 가긴 가는데 대신 나는 풀못뽑아ㅠㅠㅠ."

"당신은 손도 대지 마 내가 다 할 거니까."


의기양양하던 홍 집사가 시간이 가면서 처음 같지 않다.


"파티오랑 파이어 핏을 만드니 마당이 꽉 차네."
"그래서?"

"텃밭을 하지 말까 봐ㅠ"
"구뢔? 괜찮겠어?"


그렇게 좋아하던 텃밭을 막상 포기한다고 하니 마음이 묘하다.

팔딱팔딱 뛰며 좋아야 하는데?

이건 뭐지?




약 10개월 동안 매일 아침 걸으면서 난생처음으로 자연에 푹 빠졌다.

시골길을 지나가던 중 참깨 꽃을 처음 만났다.

옥수수도 고추도...


매일 자연의 오묘함에 눈이 똘똘해진다.

이웃 브런치 작가님의 마당 이야기, 텃밭이야기에 점점 빠져든다.

방울토마토를 따먹는 기쁨이 나의 기쁨 인양 좋아 죽는다.


그렇게 매일매일 조금씩 나도 모르게 변하고 있었나 보다.




<텃밭 만든 후>

다행히 나무 심을 자리를 보다 보니 텃밭 자리가 보인다.

아니 나무를 덜 심더라도 텃밭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이기고 있는 중이다.


"여보~~~ 여기다 작게라도 텃밭 만들면 되겠는데?

그냥 쪼끄맣게... '나 텃밭' 이면 되는 거 아냐?"

"음... 그러게 공간이 괜찮네. 그럼 일단 자리만 잡아놓자. 그리고 나중에 생각해보지 뭐."

"나중에 언제? 그냥 맘먹었을 때 여기다 제대로 만들어 놓자."


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내가 생각해도 신통방통이다.


그렇게...

결국은 텃밭 자리를 잡았다.



(텃밭 예정지)


홍 집사가 훅 들어온다.

"그럼 올해는 배추를 심어서 몇 포기만 김장을 해보까나?"

"우쒸! 뭐래니 ㅋ 넘 멀리 가신당! 김장은 내년에!"
"그취? 올해는 과하쥥?"
"오브가 코스지 ㅋ(of course)!"


그렇게 펄쩍 뛰었더랬는데...


여기저기 광고 문구가 보인다.

김장 배추 모종 판매 광고다.


"배추 모종?"

"지금이 심을 때지."
"씨 뿌린다고 하지 않았어?"


궁금하다는 건 관심이 있다는 거다.


"왜? 멀리 간다고 펄쩍 뛰더니 웬 관심이 또 그렇게 생기셨을까?"
"음... 생각해보니까 어차피 텃밭을 만들었잖아.

근데 경험도 없고 뭘심을지도 모르겠고 하니까...

배추, 무 딱 두 가지를 먼저 해보는 거야. 어때?"


"그러지 뭐! 입주해서 정리 좀 해 놓고 함 보자구. 열 포기만 심어보자."

"열 포기? 이십 포기하면 안 돼?"
"이십 포기? 둘이 먹는데?"

"아니... 처음이니까 언니도 좀 주고 이모도 좀 주게ㅋㅋㅋ"
"얼씨구ㅋㅋㅋ"


아우 뭐 이런!

말하고도 뻘쭘 만땅이다.


이렇게 저렇게 간사함이 춤을 추더니 결국은 마당에 텃밭을 만들고야 말았다.


아고야~~~

내가 이렇게 간사했나...







ps:

'쥔님과 집사님네 집 짓는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알콩 달콩 지지고 볶는 이야기 기대 해주세용!

현재 집을 짓고 있는 중이며 이번 달 말에 입주예정입니다.


쥔님: 남편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아내

'저'입니다.

집사님: 퇴직 후 설거지를 빼고 집안일을 자청,

집안일을 담당하시는 남편 '집사님'

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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