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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태섭 Mar 13. 2018

<4월은 너의 거짓말>, <칼에 지다>

'책보다 더 재미있다' 금태섭의 <금씨책방> 6 - 4월은 너의 거짓말

일본을 꽤 좋아하고 일본 사람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감탄하는 일이 많은 편인데(특히 미적인 것, 음식, 정교한 것 등등), 이상하게 일본 작가들이 쓴 책(특히 소설)은 마음에 드는 걸 만나는 경우가 드물다.

몇달 전에 큰 애가 근무하는 의경 기동단 소대원들이 보고 나서 한놈도 빠짐없이 눈물을 쏟으며 "아, 내 인생 최고의 슬픈 애니였어."라고 입을 모았다는, 그 제목도 서정적인 <4월은 너의 거짓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했는데(만화책으로도 구입했음 ㅠㅠ),

스토리가 빤히 들여다보이는 건 그렇다 치고라도(당연히 친구가 아니라 남주를 좋아하는 거잖아!) 도무지 언제 재미있어지는지 알 수가 없는 유치한 내용에 눈물이 나오기는커녕 하품만 쏟아져서, 아 이거 내가 너무 감수성이 없는 건가, 반성을 했는데,

몇몇 페친분들이 극찬을 하신 걸 보고 이번에 읽은 아사다 지로<칼에 지다>도 뭐 별반 재미가...

'진정한 사무라이의 "의"는 천왕이나 막부에 헌신하는 "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처자식을 먹여살리려는 마음에 있다!!'라는 얘기가 반복되고 그게 뭐 대단한 발견인양 하는데,

시대적 배경(메이지 유신 전인 19세기 중반)을 감안하더라도 그런 생각도 매우 가부장적이고 고리타분할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전혀 입체적이지 못하다.

수십 년의 세월을 뛰어 넘으며 매우 많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나와서 언뜻 보기에는 인물의 성격이 다채로운 듯 하지만, 각각의 개인을 보면 어떤 전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한번 나쁜 놈은 끝까지 나쁜놈, 착한 놈은 끝까지 착한 놈, 이런 식으로 변화가 없다.

우리 소설 중에서 운동권 후일담을 담은 소설들을 보면 주인공이 대학 때 운동하다가 좌절하고 교사가 되어서 전교조 활동하다가 뭐 그런 식으로 인생이 전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소설들을 보는 느낌이랄까.

다만 <칼에 지다>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워낙 사건이 빠르게 진행이 되니까 읽는 재미는 있다. 상하권 하루씩 이틀에 다 읽을 수 있는 정도. 그리고 일본 사람들은 우리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평화롭지 못하고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시대를 지나왔구나, 하는 역사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아사다 지로는 장편보다 단편에 강점이 있다고 하는데 그 유명한 <철도원>을 읽어보고 다시 한번 판단해보려고 주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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