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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섭 Oct 11. 2024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입니다

당신은 상위 10%, 운이 좋으면 상위 1%도 될 수 있는 사람

글쓰기를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원고 쓰기를 포기해서 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꾸준하게 하는 힘을 갖자! 만약 내가 어떤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버릇이 있다면 이미 나는 상위 10% 안에 드는 사람이다. 무엇을 해도 상위 10% 안에 들어간다. 운이 좋거나 실력이 좀 더 있다면 상위 1%도 될 수 있다. 그러니 하려는 그 일을 당장 오늘부터 해야 한다.

'사장학개론' 중에서



나는 평소에 완벽한 게 좋다고 생각했다. 완벽하게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완벽해지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완벽하게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운동을 완벽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완벽한 집을 살 수 있을까. 너무 완벽하게 성공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까? 고민이 엄청 많아졌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기가 싫었다. 그러다 보니 준비하는 시간만 계속 길어졌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다.



작년부터 몸 좋은 친구가 유튜브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친구의 영상은 올라오지 않았다. 몇 달 전 시작했냐고 물어봤다. 하려고 했지만 마침 카메라가 고장 나서 아이폰 16을 구매하고 한다고 했다. 최근에 친구가 아이폰 16을 구매했다. 하지만 친구의 영상은 올라오지 않았다. 헬스장에서 만났을 때 이번에는 시작했냐고 물어봤다. 카메라는 있는데 스토리 구상 중이라고 했다. 유튜브에 쓸 채널 이름을 물어봤다. 센스가 좋은 이름이었다. 집에 와서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그 센스 있는 이름을 발견했다. 캡처해서 친구에게 보여줬다.

이 친구 올해는 유튜브를 시작할 수 있을까?



다른 키 큰 친구는 주위에서 집을 하나둘씩 사고 있는 걸 보더니 본인도 올해 내 집 마련을 하고 싶다고 했다. 먼저 내 집 마련한 나에게 방법을 물어왔다. 대략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부동산은 실제로 가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강조했다. 본인이 생각한 매물 한 개를 보더니 직접 가보겠다고 했다. 역시 키가 큰 만큼 자신감도 넘치는구먼!


몇 달뒤 직접 보고 온 매물을 이야기하면서 아쉽다고 했다. 마침 찾고 있는 금액대가 나랑 비슷해서 내가 직접 봤었던 곳들을 추천해줬다.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그 돈으로는 서울에서 어쩔 수 없다는 걸 이야기했지만 시큰둥했다. 키 큰 개구리 녀석 숨겨둔 돈이 많은 건가? 너 로또라도 당첨된 거야? 나도 돈만 있으면 강남이 제일 좋은 걸 안다고 이 개구리야. 한정된 돈으로는 어쩔 수 없다. 일단 가서 한 번 느껴보는 게 가장 좋다. 직접 가서 보면 세상에 싸면서 좋은 집이 없다는 걸 안다. 대신 비싸면서 나쁜 건 있었다. 부동산은 그 나쁜 걸 피하기 위해 직접 봐야 한다.


여전히 키 큰 개구리는 내가 추천한 곳을 안 갔다. 물어보면 매물만 확인 중이라고만 했다. 최근에 집을 샀다는 사람이 또다시 나타났다. 그 소식을 듣고 나에게 카톡이 왔다.

그래 잘 알고 있네. 그러니까 내가 말한 곳 둘러는 봤어? 지금도 실제로 행동은 안 하고 어디가 좋을지만 물어보고 있다. 돌아온 대답을 보고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친구의 마음이 이해는 간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기 때문이다. 아마 생애 처음하는 내 집 마련에서 실패하지 않고 완벽하게 사고 싶은 마음일 거다. 그래서 더더욱 완벽한 물건들만 찾아서 보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투자에는 risk, 위험이 따라온다. 그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거다. 처음부터 위험 확률이 0%인 투자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밖에 없다. 이 세상 어디에도 본인에게 100% 완벽한 집은 없다. 일단 사서 완벽하게 만들어 나갈 뿐이다. 이 친구도 올해 안에 아니 이번생에 내 집 마련 할 수 있을까?



올해 내 목표는 책 한 권 만들기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돼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 교오오보문고에 있는 베스트셀러 진열장에 내 책이 진열되어 있는 걸 상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그 책을 가지고 코엑스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에서 강연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설렌다.


하지만 나 역시 친구들과 똑같았다. 목표를 생각하자마자 바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이 어려웠다. 몇 달을 고민만 하다가 잘되든 안되든 그냥 부딪쳐 보기로 했다. '에이 뭐 한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해보자 그냥!' 그리고 '브런치스토리'에 작가 신청을 했다.



스스로 완벽하지 않은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로 선정이 됐다. 브런치에 와서 처음에는 어떤 글이 좋을지 고민만했다. 계속 못 쓸 거 같아서 일단 월, 목, 금 연재하기 버튼을 눌렀다. 연재는 독자들과의 약속이라는 알람이 계속 왔다. 결국 글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 주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잘 쓰던, 못쓰던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다. 쓰다 보니 재밌다. 내가 쓴 글을 읽는 것도 재밌다. 중요한 건 처음보다 조금씩 예쁜 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낀다. 어쩌면 정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지도?




김승호 회장님의 '사장학개론'에서 나온 구절처럼 부족하더라도 오늘 당장 시작해서 꾸준하게 하는 게 가장 좋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다. "신이시여.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신조차 우리의 소원을 완벽하게 들어주지 못한다. 부족하더라도, 실패하더라도 일단 시작해서 점점 완벽에 가까워지는 것. 이것이 바로 신이 우리에게 준 인생 공부 방법이 아닐까?

내 친구들도 분명 시작할 거다. 왜냐면 친구는 끼리끼리 놀기 때문에. 잘 되든, 못 되든 일단 그냥 하자 친구야. 나도 계속할게! Just do it! (일단 그냥 해!)


책을 쓰기 시작할 때 책에 대한 모든 비전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어요. 제 경우엔 쓰면서 내가 쓰는 글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거든요. 완벽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대신, 시작하고 나서 완벽하게 만들어가 보세요.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작가이자
선배 브런치작가 황보름

감사합니다 황보름 작가님! 꾸준함의 힘을 믿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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