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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섭 Oct 18. 2024

꿈이 있다는 건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 by 2022 섭

 꿈이 있다는 건 분명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꿈을 향해 간다는 건 혹독한 고통의 길이기도 하다. 그 고통을 다 참아 내고 끝까지 가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은 꿈을 이루고, 어떤 사람은 꿈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현실은 후자의 경우가 훨씬 많다. 힘들어도 망해도 이건 내 삶이니까. 그러고 보면 꿈을 꾸는 건 짝사랑과 같다. 그 사람과 연인이 될 가능성을 따져보고 좋아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냥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막을 수 없어서 짝사랑을 하는 거다. 날 받아줄지 거부할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꿈을 꾼다.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중에서



 누군가 나에게 “꿈이 있나요?”라고 물어보면 “음.. 그냥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거”라고 답했다. 사실 하루하루 일하는 것만 해도 벅차고 힘들었다. "꿈은 무슨. 저는 그냥 일 안 하고 노는 게 꿈입니다!" by 2022 태섭.


 입사 3년 차. 중환자실에서 응급실로 부서 이동을 한지 얼마 안 된 시기였다. 분명 같은 병원인데 다른 병원으로 이직한 느낌이었다. 주변 분위기, 일하는 방식, 심지어 같은 전산 시스템도 다르게 느껴졌다. 일하는 도중에 너무 힘들어서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마치 전쟁터 같은 응급실에 폭탄 하나가 딱 떨어진 것 같았다. 분명 환자들과 선배들이 뭐라고 하는데 귀에는 이명이 들리고, 눈은 섬광을 맞은 것처럼 아무것도 안보였다. 말 그대로 5분 동안 가만히 서서 멍 때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그래 그만두자 간호사’


 그날은 일하는 내내 '그만두고 뭘 하면 좋을까'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생각해 보니 당장 그만두면 전세대출 이자 내기에도 부담스러웠다. 평소에 저축한 돈도 많이 없었다. 덕분에 바로 도망치지 못했다. (오히려 좋은 건가?) 최대한 정신 차려서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도착했다. 집에 와서 내 경력으로 갈 수 있는 곳을 찾아보다가 그만뒀다. 다른 곳들은 지금 일하는 곳보다 돈을 너무 적게 줬다. 일단 나가더라도 최대한 가성비 좋게 이곳을 떠나야 했다.


결론은

1.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 더 좋은 부서로 옮기는 것.

2. 타 병원에 좋은 조건이 있으면 이직하는 방법.

이 두 가지였다. 하지만 당장은 그런 조건이 없었다. 딱 삼 개월만 지켜보기로 했다. 만약 삼 개월 동안 원하는 조건이 없으면 퇴사하고 집에서 쉬기로 마음먹었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가 없었다.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신기하게 여유가 생겼다. 선배가 화내도, 후배가 무시해도, 동기가 정치질을 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삼 개월 후면 안 볼 사람들이니까.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에너지로 삼 개월 동안 뭐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역행자"라는 책을 읽었다. 처음부터 술술 잘 읽혔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크게 떠졌다. 단순히 읽는 게 아니라 정말 흡입했다. 그 책으로 인해 다른 책들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권, 두 권, 여러 권 읽다 보니 내 인생의 물줄기가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다.


 책에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운동도 하고 일도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할 만했다. 돌이켜보니 혼자서 퇴사를 다짐했던 삼 개월은 이미 지나가버렸다. 너무 다행이었다. 힘들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기 싫었다. 이제는 누군가가 "꿈이 뭐예요? 목표가 뭐예요?"라고 다시 물어보면 당당하고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목표가 두루뭉술했다. "돈 많이 벌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랑하기". 그때 "더 시크릿" , "더 마인드",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보고 목표가 더 예쁘게 다듬어지고 구체화됐다. 왜냐하면 목표를 자세하게 상상하면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봤기 때문이다. 그 말이 사이비 같은 거짓말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안된다고 생각하는 거보다는 된다라고 생각하는 게 0.1%라도 낫다.


 2024년 1월 1일부터는 아주 구체적으로 목표를 2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100일 동안 100번 상상하고, 말하고, 글로 적었다. 직접 해보니까 더 느껴졌다.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고. 덕분에 그 목표가 더 쉽게 상상됐다. 등산할 때 정상이 보이면 더 쉽게 갈 수 있는 것처럼 목표가 상상되니 더 쉽게 앞으로 나아갔다. 간호사도, 독서도, 글쓰기도, 재테크도, 사랑도 함께 해나갈 수 있었다. 목표가 있으니 열정이 생기고, 성취가 있으니 에너지가 솟고, 주변에서 응원해 주니 꾸준하게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돌이켜보면 목표를 세우는 것. 꿈을 상상해 보는 것. 그 누구도 나에게 하라고 하지 않았다. 오로지 내 선택과 책임이었다. 모든 게 내 책임이라 생각하면 어떠한 장애물이 나타나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적어도 누가 시킨 게 아니니 절대 억울하지 않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기도 한다. 자연스레 운도 좋아지고, 주변에도 좋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책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책에다가 밑줄 긋고, 질문하고, 비판하고, 수긍하면서 보면 꼭 작가와 마주 보면서 대화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고명환 작가님을 처음 뵌 적이 있는데 나 혼자 내적 친밀감이 들었다. 친한 형을 만난 것처럼 해맑게 인사하고 사인받고 싶어서 저돌적으로 다가갔다. 그때 작가님의 당황한 표정을 보고 '아차 작가님은 내가 처음이지?'라는 생각이 들어 공손하게 다시 사인을 요청했던 적이 있다. (고명환 작가님 눈 큰 사람이 친하게 다가와서 부담스러웠다면 죄송합니다. 그때는 형이 너무 반가워서 그만..)



 꿈과 목표가 생긴 요즘은 하루하루가 더 설렌다. 더 재밌다. 더 감사하다. 꿈에 대해서 기대를 안 할 수는 없지만 잘되든, 못되든 일단 해보고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행동하는 게 많아졌다. 목표 또한 실패하지 않고 바로 성공하면 좋겠지만 사실 그건 목표가 아니다. 왜냐하면 바로 성공할 수 있는 목표는 계획이지,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설레는 꿈을 위한 목표는 처음 해보거나 미숙한 거다. 그래서 처음부터 실패하지 않고 장애물 없이 나아갈 확률은 극히 드물다.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단 하나 아무것도 안 하는 거다. 하지만 그럼 성공도 절대 못한다. 그냥 꿈이 없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는 거다.


 꿈이 없어도 잘못된 게 아니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니까. 꿈이 없어도 현재의 삶에 만족하면서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미 꿈이 생겨버린 지금, 없을 때로 돌아가라고 하면 나는 너무 힘들 것 같다. 어릴 적 키웠던 햄스터처럼 쳇바퀴만 돌리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 일가기 싫다"를 말하고, 직장에 가서는 "아 집에 가고 싶다"를 말하고, 다시 집에 오면 "아 내일 일가기 싫다"를 말하는 삶이 싫다. 쉬는 날에도 소파에 누워 티비를 틀어놓고 몇 시간 동안 멍 때리며 화면만 쳐다보는 그런 삶으로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잘 안될까 봐, 실패할까 봐 무서울 수 있다. 처음 하는 거니까. 미숙한 거니까. 원래 그게 당연한 거다. 실패도 경험이라 생각하고 다시 도전하면 된다. 중요한 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런 열정은 더 약해질 거다. 열정이 있다고 해도 아이가 있고, 아내도 있고, 나이 든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꿈에 도전하는 건 지금보다 더 어려울 거다. (그럼에도 꾸준하게 도전하시는 분들이 있다. 정말 존경스러운 분들이다.)


 위에 있는 책의 구절처럼 꿈을 꾸는 건 짝사랑과 같다. 그 사람과 연인이 될 가능성을 따져보고 좋아하는 게 아니다. 생각만 해도 설레고 행복하니 그냥 좋아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마음을 막을 수 없으니 날 받아준다는 100% 확률이 없어도 일단 그냥 좋다. 우리 주위에는 짝사랑을 성공하는 사람도, 실패하는 사람도 있다. 꿈도 똑같다. 애초에 꿈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이 생겼다면, 짝사랑이 생겼다면 나중에 후회하기보다 조금 더 열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때 도전하는 것이 백번 낫다.


 내가 꿈을 이루려고 하는 건 단지 설레는 걸 이루고 싶은 마음만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야 할 때 무조건 지키고 싶어서다. 돈이 없어서, 힘이 없어서, 능력이 안 돼서 포기하고 싶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내 인생의 물줄기가 바뀌게 된 건, 책을 읽게 된 건, 목표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된 건 다시 생각해 봐도 하늘이 준 기회다. 내 인생에 폭탄이 떨어졌던게 오히려 좋았다. 내 꿈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결과를 모르지만 꾸준히 한다. 왜냐하면 쳇바퀴 굴리는 삶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이 과정이 훨씬 더 즐겁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계속 즐기면서 살겠다. 다시 생각해 봐도 꿈이 있다는 건 정말 재밌고 기분 좋은 일이다.


" 미친듯한 디테일로 꿈을 상상을 하면 이루어져. 그것을 상상하면 행복하거든. 이 세상 어떤 거보다 행복해. 그래서 이뤘을 때를 상상해 보면 행동할 수밖에 없어. 정말 설레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만들고 꾸준하게 상상해 봐 "
- '고전이 답했다'의 저자 고명환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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