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장점
'술 없는 삶' 벌써 4주라는 시간이 지났다. 성인이 되고 이렇게 오랜 기간은 처음이다. (군대는 제외, 거기서 마시면 영창 가거든요) 덕분에 알코올 광복을 맞이한 내 오장육부는 매일 밤 춤추고 있다. "뭐야 주인 놈이 이제 알코올을 안 마시나 봐! 우와아아아!" 물론 술을 끊으면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부분들이 좋아지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평소 자기 관리를 잘한다는 유재석은 "좋아하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다른 하나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좋아하던 술을 포기하고 여러 가지를 얻게 되었다. 직접 경험한 놀라운 신체 변화에 대해서 소개한다.
"나 오늘부터 금주 시작"
바로 옆에 있는 여자친구부터, 가족, 친구, 직장동료 그리고 여기 브런치스토리 독자들에게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이를 '떠벌림 효과'라고 하는데 주변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결심을 밝히면 실행력이 증가되는 심리 현상이다.
특히 떠벌리는 사람의 수가 많을수록 효과가 좋아졌다. 내가 한 말에 더 책임을 느끼고, 신뢰감 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약속을 더 잘 지키게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술 끊기 힘들어하는 환자들에게도 '저 금주했어요 환자분도 충분히 가능합니다'라며 떠벌떠벌 하는 중이다. *떠벌림 효과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먹지 마세요. 피부에 사과하세요"
나는 고등학교까지 여드름이 없었고, 피부도 매끈했다. (심지어 잘 씻지도 않았는데!) 하지만 성인이 되고 독이 쌓였는지 얼굴은 노랗게 되고, 피부 표면은 낙타가 기어 다닐 것처럼 사막화가 진행되었다. 마치 인간 소보로빵 같았다. (어릴 때 잘 씻을걸!) 피부과 열심히 다니고, 팩도 하고, 갈색병까지 눈 밑에 치덕치덕 발랐으나 사막은 절대 비옥해지지 않았다.
"태섭아 너 요즘 피부 좋아졌다?" 오 마이갓. 술을 끊으니 효과가 나타났다. 피부가 노란색에서 다시 환하게 바뀌었다.(간이 안 좋아서 황달 직전까지 갔는 듯) 얼굴에는 수분이 터졌다. (겨울에도 촉촉) 눈 밑에 주름도 매끈하게 펴졌다.
술은 이뇨작용으로 우리 몸속에 수분을 몽땅 빼버린다. 몸속에 수분이 부족해지면 가장 눈에 띄는 신체변화는 피부 건강 악화다. 술을 끊은 덕분에 눈에 띄게 바뀐 피부결을 볼 수 있었다.
"야 거기 뭐였지. 그 어제 우리 술 먹은 곳 이름 뭐였지? 근데 너 이름 뭐였지.."
숙취가 심하면 뭔가 생각하려고 할 때 막히는 순간이 온다. '아.. 아.. 어..' 입을 열고 멍만 때리게 된다. 책을 읽어도 검은 건 글자고, 흰 건 내 머릿속이다. 머리가 아파서 생각해야 하는 건 아무것도 못한다. 그냥 바보가 되어버려서 소파에 누워서 유튜브나 보고 있을 뿐이다.
알코올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에 혼란을 일으킨다. 장기간 과음하면 뇌 세포가 파괴된다. 하지만 이미 파괴되었다고 해도 걱정 마라.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의 바츠 박사와 연구진들은 금주를 통해 파괴된 뇌세포를 회복시킬 수 있음을 밝혀냈다. 7개월 동안 금주한 참가자들의 뇌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뇌 세포가 회복되었다. 특히 첫 한 달 동안의 효과가 가장 컸다고 한다. 술을 끊은 후 지금 내 두뇌는 브레이크댄스를 추고 있다. 그만큼 생각이 휙휙 잘 돌아간다.
"와 그러고 보니 요즘 잘 때 한 번도 안 일어나"
나는 수면에 예민하다. 성인이 되고 나서 수면 중에 무조건 두 번씩은 깬다. 특히 술 먹은 날에는 물이 먹고 싶어서,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세 번 이상은 깬다. 물론 술 먹으면 오히려 잘 잔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관련된 실험에서 REM수면(얕은 수면)은 길어지고, 이뇨작용 때문에 화장실도 자주 가게 만든다고 한다. 따라서 술은 수면 유지를 힘들게 한다. 술을 안 먹으면 새나라의 어린이처럼 규칙적이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결국 국력과 내 꿀잠에 큰 도움이 된다.
"엥? 오빠 요즘 복근 나와?"
나는 일주일에 3번 정도 헬스를 다닌다. 벌써 3년 동안 꾸준하게 했지만 바디프로필은 엄두도 못 냈다. 왜냐하면 자꾸 뱃살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술을 끊으니 뱃살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장기 깊숙이 숨어있던 복근님께서 조심스럽게 두두등장 중이시다.
술은 영양소는 하나도 없지만 칼로리는 존재한다. (참이슬 400 ckal, 새로 300kcal) 술만 먹으면 살이 안 찐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거짓말이다. 제로는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새로’도 300kcal다. 알코올은 몸에 들어가면 지방으로 저장되고, 몸속에 있는 단백질을 배설시킨다. 멋진 몸을 만들고 싶다면 최악의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술'이다.
"어제 얼마 나왔는지 정산해 줘. 응? 10만 원이나 나왔어?"
최근 나라 경제가 많이 휘청거린다. 국내증시는 외국인과 개미들이 떠나고 있다. 유동성 무제한 공급으로 연금과 기금은 고갈되고 있다. 원화는 풀리고, 외국인은 돈을 회수하고, 원달러 환율은 자꾸 오른다. 경제는 확실성이 생명이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의 계엄령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더욱 불확실해졌다. 이럴 때일수록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 술은 마실 때는 좋지만 지나고 나면 지출이 크다. 예를 들면,
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위스키 판매 코너를 지나 칠 수 없어서 -> 5-10만 원
비 오는 날 막걸리에 파전을 지나 칠 수 없어서 -> 1만 원
치킨 당기는 날 생맥주를 지나 칠 수 없어서 -> 1.5만 원
고기 먹는 날 소맥을 지나 칠 수 없어서 -> 2만 원
모임날 친구들과 술 한 잔을 지나 칠 수 없어서 -> 5-10만 원
술을 지나 치지 않으면 한 달 평균 -> 30만 원
1년이면 무려 -> 300-400만 원이다.
술에 알레르기 반응 하듯이 피해야 한다. 덕분에 그 돈을 모두 아끼자. 경제가 힘들다고 술을 먹으면 나만 손해다. 차라리 그 돈 아껴서 자산을 사자. 노후에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할리우드 배우 앤 해서웨이는 무려 5년 동안 금주 중이다. 애주가였던 그녀는 평소 숙취가 심하기로 유명했다. 숙취로 뒹굴다 보면 며칠이 없어졌을 정도로 힘들어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위해 금주를 시작했다. 덕분에 하루하루가 선물처럼 느껴져서 행복하다고 한다. 그녀는 인터뷰 마지막에서 "나는 아이랑 어울릴 수 있는 재미와 멋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다. 아이가 독립한다면 그때 다시 술을 마시겠다"라고 말했다. 나 또한 그녀처럼 아이를 위해 금주를 할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미래에 태어날 아이를 위해 지금부터 꾸준하게 금주 연습을 해야겠다.
(금주 28일 차, 끊을 수 있게 하루하루 세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