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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섭 Dec 09. 2024

알코올, 내 몸에서 뭐 하는 중일까?

“숙취(심하)데이”

 나는 숙취(Hangover)가 심각한 편이다. "으아아 물 으아아 국밥 으아아 화장실 으아아 침대 으아아" 이놈의 몸뚱이. 술을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전날에 즐거웠던 나를 뺨 때리고 싶다. 오늘의 내 몸이 차라리 죽여달라 아우성을 지르기 때문이다.

 머리는 파업을 하고 장기들은 비상사태를 선언한다. 그때 내 몸속에 있는 알코올은 도대체 뭐 하는 중일까?


숙취가 있을 때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

 숙취의 원인은 전날에 내가 부어라 마셔라 했던 결과다. 몸속에 들어간 알코올은 여러 장기들을 화나게 만든다.


1. 알코올의 탈수 작용

<화장실 빈도 증가>

 알코올은 항이뇨호르몬(바소프레신)의 분비를 억제하여 몸에서 소변 배출을 늘린다. 이로 인해 탈수가 발생하며, 두통, 피로, 갈증 같은 증상을 유발한다. (개인적으로 소맥, 막걸리를 마시면 몸속은 사막이 되어버린다)


2. 수면의 질 저하

<꿀잠 방해>

 알코올은 처음에는 졸음을 유발할 수 있지만, 깊은 수면을 방해하고 REM 수면(깊은 꿈 단계)을 억제한다. 꿀잠 잔다고 술 먹는다는 소리는 잘못된 소리다. 오히려 피로를 왕창 불러온다.


3. 알코올=아세트알데히드

<1군 발암물질>

 간은 알코올을 분해하면서 에탄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환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강한 독성을 가진 물질로, 국제 암 연구소(IARC)는 이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메스꺼움, 구토, 심박수 증가, 발열 같은 증상을 유발한다. 알코올을 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몸속에 ‘간’이 야근까지 하면서 열심히 분해하지만, 과도한 음주 시에는 이 과정도 '헤롱헤롱' 거리며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독소를 내 몸속에 차곡차곡 저축하게 된다. (도대체 언제 쓸려고)


4. 염증 반응

 알코올과 그 대사산물은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여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특히 감기에 걸렸을 때, 입 속에 구내염이 생겼을 때, 팔이나 다리가 다쳐서 부었을 때는 더 심하게 악화된다. 벌 쏘인 곳에 된장 바르는 격이다.


숙취해소의 "진실 혹은 거짓"


1. 숙취와 고강도운동 : 땀 흘리는 운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거짓)

"야 숙취 있으면 운동해! 땀 한 번 쫙 흘리면 개운해져!" (거짓)


 숙취가 심할 때 땀 흘릴 정도로 무리한 운동은 간에 부담을 준다. 간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해독 과정에서 이미 달달달 떨릴 정도로 일하고 있다. 그 상태에서 격렬한 운동은 강도 9.0의 지진까지 오게 하는 상황이다. 해독을 위해서 ‘간’은 초집중을 해야 한다. 운동을 하고 싶으면 걷기나 스트레칭 같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하면 좋다. (혈액 순환)


2. 숙취와 아아 :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숙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거짓) 

"숙취에 죽어도,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지. 숙죽아! 얼죽아!“ (거짓)


 숙취가 심할 때 출근까지 해야 하면 정말 피곤하다. 당장 침대에 가서 눕고 싶은데, 몸을 움직이라니 에너지가 필요하다. 머릿속에는 당장 ‘아아’를 가져오라고 한다. 왜냐하면 정신을 깨우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페인은 숙취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 탈수 상태 악화 : 카페인도 이뇨 작용이 있다. 이미 탈수된 몸에서 추가로 물을 쫙쫙 빼간다. 몸이 건조기에 한 번 더 들어갔다 나오는 상황이 된다.

 • 위장 자극 : 카페인은 위산을 더 분비한다. 안 그래도 속이 쓰린데 상처에다가 고춧가루를 뿌리는 격이다.

• 심박수 증가 : 전날 먹었던 알코올이 심장을 괴롭히고 있다. 카페인은 옆에 와서 같이 괴롭힌다. 1:2의 싸움은 불안감, 두근거림, 어지러움 같은 증상을 악화시킨다.

• 간 대사 부담 : 카페인 대사 또한 간에서 처리해야 한다. 간에게 오늘밤도 휴식은 없다고 통보하는 거다.


 결론적으로, 숙취가 심할 때는 아메리카노 대신 물을 먹어야 한다. 아니면 아래에 소개하는 음료를 먹자.


3. 숙취와 갈배 : 갈아 만든 배는 숙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진실)

"숙취는 역시 갈배(갈아 만든 배)지. 세계인의 숙취 음료 Idh" (진실)


 '갈아 만든 배'는 말 그대로 배를 갈아 넣은 음료다. 외국에서도 'IdH' 숙취 음료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갈배는 실제로 숙취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 수분과 전해질: 숙취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탈수다. 배는 수분이 많고, 칼륨과 같은 좋은 전해질도 포함하고 있어 탈수 증상을 완화한다.

 • 식이섬유와 항산화제: 배에는 식이섬유와 비타민 C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체내 독소를 배출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비타민 C는 알코올 대사로 인해 소모된 영양소를 보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알칼리 성분: 배는 알칼리성 음료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위산을 깨끗하게 희석시킨다. 속 쓰림이 나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갈배는 숙취 완화에 도움을 주는 음료다. 하지만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는 물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주의 : 당분 함량, 단독 효과 제한적, 먹고 있는 거 보면 전날 술 먹었냐는 소리 들어야 함.


4. 숙취와 국밥 : 숙취해소 국룰인 국밥은 숙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진실)

"음료도 중요한데 속을 좀 채워야지. 뜨끈한 국밥 한 그릇 하실라예?" (진실)


 숙취해소에 국밥은 국룰이다. 그만큼 한국에서 오랫동안 숙취 해소 음식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여기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과도한 기름기매운 양념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자극이 된다. 숙취가 심할 때는 기름지지 않거나 맑은 국물 위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설렁탕, 곰탕, 갈비탕, 조개탕, 콩나물 국밥 레츠고)



 술은 언제나 숙취를 불러온다. 먹을 때는 좋지만 결국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특히 간은 매번 술 한 잔을 해독하기 위해 몸속에서 전력으로 마라톤을 뛴다. 평생을 마라톤 뛰어야 하는데 전력으로 1년 365일 계속 뛸 수 있을까? 우사인볼트+이봉주가 합쳐진다 해도 절대 불가능하다. 간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지 않으면 언젠가는 “나 안 해 그냥 죽자”라고 할 거다.


 '간'을 뜻하는 'liver'는 고대 영어 'lifer, 생명'이라는 단어에서 비롯되었다. 그만큼 건강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간이 멈추면 생명도 멈춘다. 고마운 간에게 폭탄 같은 알코올 말고, 적당한 휴식을 주자. 언제나 쾌락은 짧고, 숙취는 기니까.



(금주 26일 차, 있어 보이게 하루하루 세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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