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컨트롤 하는 게 왜 어려울까
'인사이드아웃'을 보면 한 여자 아이에게 수많은 감정들이 나온다. 이 영화는 그 감정들을 캐릭터화해서 보여준다.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에는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소심이, 까칠이가 있다. 주인공 여자 아이가 사춘기로 성장하게 되면서 최근 개봉한 '인사이드아웃 2편'에서는 불안이, 당황이, 부럽이, 따분이가 추가되었다. 영화라서 그렇지 일상에서는 질투, 시샘, 몽롱, 평온 등 수많은 감정들이 더 있다. 이 감정들 중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감정은 어떤 걸까?
정답은 '사실 그런 건 없다'
만약 가장 이성적인 것 같은 '기쁨이'라는 감정이 우리의 감정 컨트롤러를 잡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일상생활을 하면서 하루 종일 기쁘다. 밥을 먹어도 기쁘고, 친구를 만나도 기쁘고, 힘든 일이나 공부를 하면서도 기쁘다. 힘든 걸 즐길 때 ‘일류’라고 한다. 그렇게 ‘기쁨이’라는 감정이 지속되면 일류의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이 내 곁을 떠나거나,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상황에서도 기쁘면 일류일까?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킨다는 말도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기쁨이’가 내 감정 컨트롤러를 계속 잡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병원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보고 '조증'이라고 진단한다. 그건 정상을 벗어난 질환이다.
우리에게는 '불안이'라는 감정도 있다. 불안하다는 감정은 좋은 걸까. 나쁜 걸까. 불안은 대부분의 경우 나쁘게 보인다. 하지만 적당한 불안은 안 좋은 상황이 닥치기 전에 우리를 대비하게 해 준다. 시험공부를 할 때도 어느 정도의 불안감이 있어야 집중이 더 잘된다. 이렇게 보면 ‘불안이’는 우리가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불안이'가 우리의 감정 컨트롤러를 계속 잡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하루종일 손가락을 물어뜯거나, 머리를 계속 긁어서 탈모가 오거나, 심하면 감정이 파괴되는 순간이 온다.
‘인사이드아웃 2’ 영화에서는 ‘불안이’가 감정 컨트롤러를 장악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나의 불안이 다른 불안을 낳고 결국에 감정 컨트롤러 주변을 빠른 속도로 돌다가 나중에는 원심 분리기처럼 감정이 분리되어 버린다. 실제라고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 좋거나 나쁘게 생각하는 하나의 감정이 컨트롤러를 장악한다면 우리는 그 순간 돌아버리게 된다. 돌다 보면 결국 정신이 분리되는 ‘정신분열증’이 생긴다.
영화 ‘인사이드아웃’ 보고 생각했다. 남자든 여자든 슬플 땐 참지 말고 몇 번이라도 울고 싶으면 울어야 하구나. 슬프면 ‘슬픔이’가 나와서 울고, 기쁘면 ‘기쁨이’가 나와서 웃고, 불안하면 ‘불안이’가 나와서 대비하고, 화나면 ‘버럭이’가 나와서 시원하게 풀어야겠구나.
혼자서 뛰는 남자 육상 400미터 세계 기록은 43초 03이다. 같이 뛰는 남자 육상 계주 400미터 세계 기록은 37초 04이다. 하나가 아닌 여럿이 함께하면 0.1초의 차이도 크다는 세계 기록에서 같이 뛰게 되면 무려 6초나 줄일 수 있다. 우리의 감정도 똑같다. 하나의 감정이 계속 달리는 게 아니라 서로 계주 경기를 하듯이 바통 터치를 해야 한다. 순간순간마다 알맞은 감정이 나와야 효과적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다.
감정은 우리의 삶에서 음악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내적 세계와 외부 세계가 만나서 이루는 일종의 합창이다. 따라서 감정은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즐겨야 할,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신의 선물이다. 그러니 감정은 항상 평온해야 정상이며, 평온하지 않으면 비정상이라는 착각에서 이제 그만 빠져나와 어떤 감정이든 온몸으로 느껴 보라. 모든 감정은 옳다.
- "생각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