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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計, 身計, 家計, 老計,死計

-인생의 계획은 요란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자신을 믿으세요 -

by spielraum

키케로의 ‘노년의 관하여’라는 책에서 “사람의 인생은 유년기의 연약함, 청년기의 격렬함, 중년기의 장중함을 거쳐 오랜 항해 뒤 마침내 항구에 들어서는 배처럼, 노년에는 인생의 원숙함이 자연스럽게 풍겨난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이 들면서 중년기의 장중함보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낙화처럼 심경이 요동치기도 합니다. 특히 중년 남성의 경우 그간 돈을 버는 경제적 주체이다가 갑자기 자신이 경제적 주체로서 존재감이 사라지게 되면 그로 인해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돈, 건강, 관계 등에서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송나라 학자 주신 중(朱新仲)은 삶을 균형 있게 살아가는 하나의 지침으로 ‘인생오계(人生五計)’를 제시했습니다.

첫째, ‘생계(生計)’입니다.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계획으로,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직업과 경제적 독립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배움을 통해 생업을 발전시키다는 것을 의미인데요. 우리는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저도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이렇게 오랜 시간 회사를 다닐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회사라는 큰 방파제가 저희 가족에게 수시로 밀려온 높은 파도를 많이 막아주었습니다.


말 그대로 회사는 저의 ‘생계’ 였습니다. 지금은 생업을 발전시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오래 했고,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둘째, 신계(身計)입니다. 건강을 유지하고 병을 예방하는 계획.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닙니다. 50대 중반이 되면서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징후가 있거나 병으로 쓰러지는 선배, 동료, 친구들을 보면 덜컥 겁부터 납니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약 83.6세)과 건강수명(약 73세) 사이에는 약 10년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대략 마지막 생애까지 10여 년 동안은 병치레를 하면서 살아간다는 의미이죠.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주기적으로 꼭 건강검진받으세요. 큰 병이 도적처럼 갑자기 찾아오는 것을 막아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솔직히 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셋째, 가계(家計)인데요. 관계, 소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폭싹 속았어요’에서 ‘상길’이라는 캐릭터는 과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아낸 인물입니다. 젊은 시절 거침없는 언행으로 악명을 떨쳤지만, 나이가 들면서 감정에 솔직해지고 소소한 기쁨을 즐기는 모습이 현실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대사, "나였네, 내가 똥이었네"라는 말은 저의 감정선을 많이 건드렸습니다.


‘관식’ 은 어떤 가요? 관식이는 자식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직설적이고 따뜻하기보다는 서툴고 간접적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는 인물이 아니었지만, 행동과 희생을 통해 자식들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려 했죠. 자신의 방식대로 사랑을 표현했지만, 전형적인 부모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노후준비를 잘해 놓은 사람들의 7가지 충고’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참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치아관리’와 ‘자녀와의 관계’였습니다.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은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고 벼락치기로 준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릎을 탁 치는 내용이었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관식이와 상길이라는 인물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요?


넷째, 노계(老計)입니다. 어떻게 하면 가족과 자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당당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요? ‘당당한 노후’는 단순히 경제적 준비만이 아닐 것입니다. 혹자는 ‘행복한 노후’를 얘기하면서 구체적인 금액과 숫자도 제시하더군요. 아프리카 속담에 "음악이 바뀌면 춤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변화와 적응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행복한’이라는 형용사로 노후를 포장하는 것은 철 지난 장사꾼들의 얘기일 뿐입니다.


노후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일은 ‘돈’ 말고도 훨씬 더 많습니다. 남들보다 더 깨끗이(clean up), 멋지게 입고(dress up) 다니세요. 이것도 ‘당당한 노후’ 중 하나이고 경쟁력입니다.


마지막으로, 사계(死計)입니다.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계획입니다. 저는 솔직히 죽음이 두렵습니다. ‘아름다운 죽음’이라니요. 어떻게 죽음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예수의 죽음은 모든 인간을 구원했으니, 그 죽음은 ‘아름답다’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의 죽음은 생명이었으니까요. 오히려 죽음이 생명을 낳는다면 아름다운 죽음일 수도 있겠지요. 훗날 나의 마지막은 진짜 ‘생명’을 낳을 수 있을까요?


사계(死計)를 위해서는 오행(五行)이 필요하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멸재(滅財, 재물정리), 멸원(滅怨, 원한 풀기), 멸채(滅債, 부채청산), 멸정(滅精, 미련 남기지 않기), 멸망(滅亡, 모든 것 잊기)입니다. 여러분, 인생의 계획은 요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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