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이란다. 김훈의 글은 원고지에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연필의 힘으로 밀면서 써 내려간다. 그래서 그의 글은 노동이고 땀이다.
김훈은 한 사람의 이웃으로 이 글을 썼다고 했다. 그리고 "내 소설에서 헛된 희망을 찾지 말라" 고도했다. 너무 절망적인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헛된 희망에 의지하지 않고, 생명의 본능으로 절망에 맞서는 사람의 모습을 써보고 싶다" 고 부연(敷衍)했다.
나는 한 사람의 가족 그리고 형제, 자식 그리고 친구로서 이 글을 읽어 내려갔다. 언제나 책에서 저만치 앞서가는 희망의 글을 쫓으려 했다. 그러나 찾지 못했다. 애당초 꿈과 희망은 사육신 묘비에 쓰인 사위어가는 글자처럼 하나마나 한 이름뿐인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일어나, 소롬이 돋았다. "고통과 절망을 말하기는 쉽고, 희망을 설정하는 일은 늘 어렵다"는 저자의 말은 가슴 아팠고 또 먹먹했다.
그래서 삶의 끄트머리에 서있던 주인공들은 이리도 외로웠던 것일까?라는 생각에 버티고 버텨 내야 한다고 나도 모르게 혼자서 웅얼거렸다.
이 책은 그런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