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품은 누가 정리해 줄까? 상상해봤다. 두 따님이 해 줄까? 아님 아내가? 아마도 그러겠지? 유품 이래 봐야 미니멀 라이프니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고, 기껏해야 소중한 책들이지 싶다. 이미 읽은 책, 곧 읽을 책, 읽다만 책. 서재는 한 사람의 십자가와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 사람의 책장을 보면 일생동안 그가 짊어졌던 것이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인생의 목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수많은 생각과 믿음이 고스란히 책장에 담겨있을 것이다.
물건에는 다 사연들이 있으니 적어놓지 않으면 아마도 죽으면 그 사연들은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세심하게 누군가 나의 죽음 후에 내 책, 물건, 소지품 등을 소중하게 숨겨진 사연을 기억하고 정리해준다면 참 고마울 것이다. 유품 정리사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고인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 드린다는 유품 정리사.
죽음은 누구나 피해 갈 수 없지만, 가능하다면 더뎌 오면 좋겠다는 마음뿐 이다. 죽음은 언제나 두렵다. 사춘기 시절, 내가 없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라며 내가 사라진 세상을 잠시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마치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너무 무서웠다. 지금도 죽음은 늘 두렵고 생각하기 싫다.
사람이 죽고 나면 그 현장은 한 사람의 인생과 생각이 고스란히 남는다. 유족들은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미처 기억하지 못한 추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비록, 죽은 사람의 육신은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고인이 살아 있을 때 함께했던 기억과 흔적, 고인 이남 긴 삶의 이야기와 생각은 그대로 남아 남은 자에게(가족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부모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 나는 후회라는 단어다. 저자도 유품 정리 현장에서 가장 많이 봐온 감정이 후회라고 했다. 후회(後悔)는 마음 심과 어미 모라는 글자가 합해져 만들어진 글자다. 즉, 뒤늦게 어미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뉘우친다는 뜻이다.
우리는 부모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외로 부모님에 대해 잘 모른다. 어쩌면 아이러니지만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가족인 것처럼 말이다.
죽음은 맞이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은 준비하는 것이다. 어떻게 준비할지, 존엄한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솔직히 개인에게 맡기기에는 그 짐이 무겁다.
생로병사를 다루는 보험업에서 관련 서비스와 사업을 검토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봤다. 규제가 문제라면 풀어야 한다. 유품 정리 등 관련 도움을 요청하는 수요는 많다. 1인 가구, 독거노인, 황혼이혼 그리고 가족이었지만 가족을 몰랐던 가족들처럼 다양하다.
생명보험업은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위해 자살방지 캠페인을 진행한다. 물론 자살 보험금 지급을 막는 것도 캠페인 이유 중 하나다. 욕심을 낸다면 보험업은 존엄한 죽음과 가치, 준비를 위한 웰다잉 관련 비즈니스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생노병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한 개인의 존엄한 삶을 위해서 보험업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래서 진정 생명 보업 업의 본질을 완성하는 업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