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을 갈망하던 나

1부 감정이 말을 걸던 날들 1

by 게으른 우보만리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 중 네 번째는 ‘존중의 욕구’다. 조직 안에서 이 욕구는 쉽게 중독이 된다. 나 역시 그랬다.

40대 중반, 고등학생 두 아이를 둔 회사원. 업무에서는 불처럼 열정적이었고, 경쟁에서는 얼음처럼 냉정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는 달랐다. 무례하거나 팀워크를 해치는 사람은 경계했지만, 힘들어하는 동료가 있으면 먼저 술자리를 마련해 풀어주곤 했다. 부탁은 잘 못하면서도, 누군가를 챙기려는 마음은 많았다.


기술직으로 15년을 버티며 해외 유학의 기회도 얻었다. 영국에서 공부하며 논문을 쓰고 문제를 풀던 시간은 다시 태어나는 훈련 같았다. 돌아와서는 영어가 된다는 이유로 해외사업을 맡게 됐다.


새벽 7시 반 출근, 밤 9시 퇴근. 하루는 길었지만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짜릿했다. 동남아의 한 나라를 대상으로 정보는 빨리 모아지고, 네트워크는 넓어졌다. 몇 년 만에 두 건의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나는 현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 시절의 나는 인정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었다. 회의 자리에서 상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짧은 칭찬 한마디가 피로를 삼켜버렸다. 인정은 진통제였지만, 동시에 독이었다.


데일 카네기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을 말했고, 에리히 프롬은 인간을 “시장에 내다 팔리는 상품”에 비유했다. 그 줄타기 속에서 나는 어느새 나 자신을 상품처럼 다루고 있었다. 화려한 성과는 있었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

결국 인정에 목마른 그 시절의 나는, 번아웃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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