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본질은?
광고대행업에 8년째 종사하면서
'대행'이라는 업의 본질적 가치를
발견하고자 노력하고 고민해왔다.
에이전시가 파는 것은 무엇인가?
- 통찰이 담겨있는 전략일까?
- 빼어난 크리에이티브일까?
- 집약된 전문성과 노하우일까?
많은 광고 초년생들이 그러하듯
처음에는 다양한 업무들을 접하며
'크리에이티비티'라고 생각했었다.
개성있고 실력있는 부띠끄처럼
클라이언트의 상황에 딱 맞는
유일무이한 '맞춤정장'이 아닐까.
그런, '아웃풋'을 판다고 생각했다.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은
AE라는 직업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재단사보다는 수선사에 가깝다.
내가 하고싶은 것을 팔기 이전에
남의 문제를 대신 사주는 직업이다.
우리에게 찾아오는 고객은 다양하다.
그러나 단순히 옷을 사려하기 보다는
- 스타일링이 처음이어서 낯선 고객
- 여건이 안되서 못하는 고객
- 여유는 되지만 감각이 없는 고객
그들은 봉착한 문제에 대한 '진단'과
그 해결과정에 대한 '동행'을 원한다.
아웃풋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에게
왜 이러한 아웃풋이 반드시 필요한지
그런, '동행하는 시간'을 파는 것이다.
'동행'
광고대행업과 AE라는 직무 모두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단어인 것 같다.
외부에서 보면 누가봐도 잘 나가는
브랜드이자 뛰어난 담당자들이지만
우리에게는 각각이 새로운 과제이다.
그 동행의 과정 속을 더 들여다보면
냉철한 분석력, 명확한 전략수립,
빼어난 창의성, 효율적 실행계획,
그리고 인간성과 근성도 필요하다.
전문성으로 무장한 프로 대 프로로
때로는 허울없는 인간 대 인간으로
모든 면에서 함께 걸어가야한다.
초반에는 직무능력만 우수하다면
대리, 과장급까지는 승승장구하나
관리와 책임을 요하는 단계에서는
인간적인 그릇과 품격이 더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문득 꺼내는 이유는
전문역량을 강조하는 아티클은 많기에
진짜 무엇이 필요한지 말하고자 한다.
잘 나가는 브랜드라는 콧대와 자존심에
담당자 스스로가 도취된 프라이드에
높은 매출액이 실력인줄 아는 착오에
그 더러움과 불합리함의 천 쪼가리들
모두 주워담아 감당해야만 하는 것
그럼에도 솔루션을 만들어 내는 것이
재단사가 아닌 수선사가 할 역할이다.
일적인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은 물론
인간적인 부족함도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일 자체보다
내부 직원이던 클라이언트 담당자건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들이 많고
더욱더 이타적으로 살아야되는 것.
그래서 가끔은 내가 광고기획자인지
아니면 사회복지사, 심리치료사인지
헷갈리지만 그렇게 해내가고 있는 것
그게 에이전시가 판매하는 '노동'이다.
다시 말해 '대행'이라는 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는 과정'이며
많은 부족함과 어려움을 감내하는
그 속에서 본인만의 꽃을 피워내는
'이타적인 창의적 헌신'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