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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9일, 포항공과대학교(이하 포항공대)의 총여학생회가 폐지되면서 이제 대학에서 총여학생회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제39대 포항공대 총학생회 ‘Re;Peat’은 50.7%의 투표율을 기록한 학생총투표에서 찬성 88.2%로 총여학생회 폐지를 결정했다.* 21일에는 회칙 상으로만 존재하던 한양대 총여학생회 역시 폐지되었다. 한양대는 제21대 총여학생회 ‘밀담’ 이후, 2016년부터 궐위°가 지속되었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독립기구 총여학생회 해체의 건’이 92.7%의 찬성을 받으면서 총여학생회가 폐지되었다. 총여학생회는 탄생한 지 50년이 채 되기도 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총여학생회는 1980년대 대학 민주화 운동의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대학 내 여성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의식 공유, 민주화 운동의 남성중심적 문화에 대한 비판과 이에 따른 독자적 여학생 조직의 필요성 대두, 1983년 학원자율화조치에 따른 학생회 조직의 재건이 그 배경이다.* 1970년대부터 여성학 강좌와 한국여성학회 창립 등 체계적으로 페미니즘을 학습한 여학생들이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 쟁취와 여성해방을 목표로 하는 조직을 설립한 것이 바로 총여학생회이다.
그러나 1980년대가 지나고, 2000년대에 들어 ‘남성 역차별론’이 등장하면서 총여학생회 존폐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남학생보다 현저히 낮았던 여학생 입학률이 절반을 웃돌고 최초의 여성 총학생회장이 당선되는 등*, 더 이상 대학에서 여성이 ‘소수자’가 아니므로 총여학생회가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대학의 학생운동도 그 힘을 잃어갔다. 1997년 IMF를 겪으면서 대학은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급급한 곳이 되었다. 더욱 미미해져 가는 학생사회를 향한 관심과 ‘역차별’ 담론의 확산으로 총여학생회는 이중고를 겪게 되었다.
2016년 상반기 발간된 석순 46집에서는 이러한 총여학생회의 붕괴에 대해 “학생사회의 붕괴와 더불어 여전히 만연한 ‘여성혐오’ 속에서, 총여학생회는 끝없는 위기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책이 발간된 이후, 총여학생회 폐지의 물결은 2018년 그 정점에 이르렀다. 2018년에만11개의 총여학생회가 폐지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몇 년간 계속해서 ‘서울 소재 대학들의 총여학생회가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라는 말이 기사에 올랐다. 그리고 2025년 현재,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모든 총여학생회가 사라지면서 위기는 현실이 되었다.
본 조사는 석순 46집 <전국 4년제 대학교 총여학생회 실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2016년부터 2025년 9월에 이르기까지 소멸・폐지된 총여학생회를 조사하고, 총여학생회의 후신 격을 맡고 있는 학생기구의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 이때 총여학생회 후신 격의 학생 기구를 ‘대안적 기구’로 이름하면서, 대안적 기구의 형성 방식을 중심으로 분류한다. 이를 통해 총여학생회가 사라진 지금의 학생사회가 진정으로 성평등한 방향으로 나아간 것인지 질문하고자 한다.
* 포스텍 총학생회, “학생총투표 의결 사항 공고”, 2025.09.09., 인스타그램.
° 궐위(闕位)란 “어떤 직위나 관직 따위가 빔. 또는 그런 자리”라는 뜻이다. (“궐위”, ⟪표준국어대사전⟫.)
* 정다울, 이나영(2020), <대학 여성운동을 역사화하기: 대학 사회 및 한국 여성운동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사회과학연구⟫, 28(1), 126-130.
* 정다울, 이나영(2020), 위의 글, 150-151.
* 먀콘(2016a), 앞의 글, 54.
* 연합뉴스(2018), “총여학생회 하나둘 ‘역사 속으로’…동국대도 폐지 가결”, 2018.11.22.
대학알리미는 고등교육법 제2조 그밖의 법률에 따라 설치된 학교를 공시 주체로 정하여, 공시대상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른 2025년 공시대상교는 총 409개이다. 공시대상교는 아래 표와 같다.
본 조사에서는 석순 46집과 동일하게 대학원대학°, 전문대학, 각종대학, 기술대학, 산업대학°, 사이버대학°을 제외한 총 199개교를 대상으로 한다. 여자대학의 경우, 재학생 모두가 여학생이므로 별도의 총여학생회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여자대학 7개교°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또한 대학알리미는 다원화 캠퍼스를 하나의 학교로 분류하기도, 별도의 학교로 분류하기도 한다. 따라서 총학생회가 별도로 존재할 때는 별도의 대학으로 분류하여, 대학알리미에서 구분되지 않은 5개교°를 추가로 조사하였다. 이에 따른 최종적인 조사 대상교는 197개교이다.
* <공시대상-공시대상교>, ⟪대학알리미⟫.
° 학부 과정 없이 대학원 과정만 존재하는 대학으로, 본질이 대학원이므로 학부 과정의 대학교를 조사 대상으로 두는 본 조사에서 제외하였다(먀콘(2016a), 앞의 글, 55).
° 전문대학, 각종대학, 기술대학, 산업대학은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등 대학교와 설립 목적상의 차이가 있어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먀콘(2016a), 앞의 글, 56).
° 사이버대학은 온라인 캠퍼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점, 재학생 중 직장인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였다(먀콘(2016a), 앞의 글, 56).
° 광주여자대학교, 덕성여자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가 이에 해당한다.
°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 중앙대학교 다빈치캠퍼스가 이에 해당한다.
석순 46집에서는 ‘총여학생회’를 “’총여학생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학생회”로 정의하면서, 두 가지 특징을 언급하였다.
► 모든 여학생들을 회원으로 하며, 그들을 대표하는 기구
► 모든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회장을 선출하고 집행부를 임명하는 기구
위 조사는 총여가 총학생회 집행부로 존재하는 경우, 총학생회장 중 여자 부총학생회장을 선출하는 경우를 포함하지 않고 ‘총여학생회’만을 그 조사 대상으로 한 것이다. 총여회장은 직접 투표로 선출되지만, 총학생회 산하 집행부 또는 위원회는 총학생회장의 추천으로 간선된다는 점에서 그 지위와 권한이 총여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여자 부총학생회장을 따로 선출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며, 특히 이 경우 여학생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총여의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진다는 한계를 가진다.
아래 분류 기준에서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2025년 10월 현재까지 ‘현존’하는 총여학생회는 없다. 따라서 총여학생회가 사라진 자리에 그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학생 자치기구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본 조사에서는 총여학생회의 지위와 역할을 이어받아 이행하는 학생 자치기구를 ‘대안적 기구’로 명명한다. 대안적 기구의 충족조건은 다음과 같다.
► 총여학생회와 같이 독립적인 학생 자치기구
► 총여학생회와 같이 학내 소수자로써 여학생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기구
독립적인 학생 자치기구란 총학생회장, 중앙운영위원회, 전체학생대표자회의 등의 추천이나 학생 대표자들의 인준을 받는 간접 선거가 아닌 방식으로 대표자를 선출하는 기구를 말한다. 총학생회 집행부와 달리, 독립적인 학생 자치기구는 하나의 의결권을 인정받고 예산을 별도로 편성받을 수 있다. 총여학생회가 총학생회와 분리되어 별도로 정치적 권위를 가지는 학생 자치기구였음을 고려해, 이러한 독립성을 대안적 기구의 조건으로 보았다.
여성주의를 바탕으로 시작된 총여학생회는 반성폭력 운동, 여성주의 세미나 등 페미니즘 사업과 생리대 지원, 여학생 휴게실 관리, 불법 촬영 기기 탐지 등의 복지 사업을 진행해 왔다. 따라서 이러한 업무를 이행하는 경우 대안적 기구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본 조사는 ①총여학생회의 소멸∙폐지 유형에 따라 ②총여학생회 소멸∙폐지 이후 대안적 기구의 존재 여부를 분류 기준으로 한다.
① 총여학생회의 소멸∙폐지 유형에 따라
2016년 석순 46집에서는 총여학생회의 실태를 크게 ‘현존’과 ‘부재’로 분류하였다. 이 분류 기준에 따르면 ‘현존’하는 총여학생회가 없기 때문에, ①의 경우 ‘부재’에 해당하는 분류 기준만을 적용하였다. 석순 46집의 부재 유형은 다음과 같다.
Q. 과거에 총여학생회가 존재한 적이 있는가?
→ YES → Q. 총여학생회가 스스로 총여학생회를 없앴는가? YES: (a) 해소
→ NO → Q. 총여학생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총여학생회가 사라졌는가?
→ YES: (b) 폐지
→ NO: (c) 소멸
→ NO → Q. 총여학생회를 설립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는가?
→ YES: (d) 무산 → NO: (e) 원시적 부재
(a) 해소: 총여학생회가 자발적 의사로 총여학생회를 없앤 경우를 뜻한다.
(b) 폐지: 총여학생회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또는 ‘소멸’ 상태에 접어들기 전에 총학생회 등의 의사결정을 통해 없어진 경우를 뜻한다.
(c) 소멸: 총여학생회가 존재한 적이 있지만, 대학 재학연인 4년 또는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총학생회가 한 번도 들어선 적이 없어 총여학생회가 사실상 없어진 경우를 뜻한다.
(d) 무산: 총여학생회가 존재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총여학생회 건립 시도가 있었고 그 시도가 무산된 경우를 뜻한다.
(e) 원시적 부재: 총여학생회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총여학생회 건립 시도 여시 없었던 경우를 뜻한다.
▲ 석순 46집 <전국 4년제 대학 총여학생회 실태 전수조사> 중 '부재' 유형*
본 조사는 석순 46집의 분류 기준을 따르되 ‘소멸’의 방식에 주목하여, 소멸을 다시 두 가지로 세분화하였다. 총여 공석이 지속되어 현재 총학생회칙에서 관련 회칙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소멸/삭제’로 분류한다. 회칙에 총여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총여학생회가 회칙상 삭제된 것으로 보이나, 회칙 삭제나 폐지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는 경우는 ‘소멸/삭제(추정)’으로 분류하였다. 총학생회칙에 총여가 명시되어 있으나 공석이 대학 재학연인 4년 이상 지속된 경우는 ‘소멸/회칙상’으로 분류한다. 석순 46집에서 총여가 소멸했음이 확인되었으나,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는 세부적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이에 따른 ‘부재’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6년의 조사와 본 조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현존’하는 총여학생회가 없다는 점이다. 2016년 당시 조사에서는 ▲현존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일시적 공석 이 세 가지 경우를 총여학생회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때 일시적 공석은 “현재 회장과 비상대책위원회가 존재하지는 않으나 대학 재학연인 4년 내 총여학생회의 활동내역이 있어 총여학생회가 재건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경우”를 의미했다. 그러나 당시 일시적 공석으로 분류되던 총여학생회는 대학 재학연인 4년이 지난 이후에도 공석으로 남아 ‘소멸’ 상태로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이제 현존하는 총여학생회는 없다.
* 먀콘(2016a), 앞의 글, 59.
② 총여학생회 소멸∙폐지 이후 대안적 기구에 따라
지난 석순 46집에서는 총여가 부재한 대학 중 ‘폐지’에 해당하는 유형만 그 후속조치를 조사하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총여가 존재했던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대안적 기구의 존재 여부를 조사하였다. 기준은 다음과 같다.
분류 기준의 차이점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주요한 조사 방법은 온라인 문헌조사다. 구글 검색창에 <교명+총여학생회> 또는 <교명+총여>로 검색하여 나온 결과를 정리하였다. 검색 결과가 없는 경우, 석순 46집을 참고하여 ‘원시적 부재’로 분류하였다. 석순 46집에서 ‘부재’로 분류된 것을 보아 과거 총여학생회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검색되지 않는 학교는 당시 조사를 인용했다. 총여학생회의 대안적 기구는 대학교 홈페이지, 학보사, 총학생회 홈페이지 및 SNS를 참고하였다.
* 표는 엑셀 파일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표4. 총여학생회의 소멸∙폐지 유형에 따라
표5. 총여학생회의 소멸∙폐지 이후 대안적 기구에 따라
표6. 원시적 부재를 제외한 76개고 조사 결과 (가나다순으로 정리)
° 표에 명시된 출처는 본문에서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1) 논의 없음
총여학생회가 사라진 이후, 대안적 기구에 대한 논의가 전무한 경우이다.
표7. 대안적 기구 부재/논의 없음
총여학생회의 폐지와 회칙에서의 삭제 과정을 알 수 없는 대학도 있었다. 협성대는 2023학년도 총학생회에서 총여학생회 폐지 찬반 투표를 실시했으나 개표 결과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외에도 광주대, 금오공대, 대구한의대, 서울신학대, 순천향대, 경국대, 안양대, 용인대, 장로회신학대, 조선대, 중부대, 한성대 12개교에서 총여 소멸폐지의 과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
배재대, 서원대,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3개교는 총여학생회가 총학과 통합되었으나, 통합 이후 총학이 총여의 업무를 이행하고 있지 않았다.
표8. 2025년 대안적 기구 부재/논의 없음
포항공대와 한양대는 2025년 하반기에 총여학생회 폐지가 결정된 대학으로, 이후 논의를 확인하기 어려워 ‘논의 없음’으로 분류하였다. 다만 총여학생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폐지’된 포항공대와, 오랜 기간 총여의 궐위가 지속되어 거의 만장일치에 가깝게 ‘소멸’된 한양대의 후속조치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논의 없음’에 해당하는 총여는 ‘소멸’된 경우가 대부분으로, 총여가 장기간 궐위 상태로 이어지면서 후속조치에 관한 논의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 논의 있었음
총여학생회가 사라진 이후, 대안적 기구를 설치하지는 않았으나 총여가 이행하던 업무를 유지하려던 노력을 보인 경우를 뜻한다.
표9. 대안적 기구 부재/논의 있었음
경남대와 영남대는 총여의 업무를 총학으로 이관하겠다고 밝혔으나, 총학이 총여의 업무를 이행하고 있지 않았다. 고신대 총여 역시 총학에 흡수되었으나 현재 총학이 비대위로 운영되고 있어 그 실정을 알 수 없었다. 단순히 ‘통합’된 경우와 달리, 총여의 업무를 총학에서 담당하려고 했던 점을 들어 위의 대학을 ‘논의 있었음’으로 분류하였다.
대안적 기구 설치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결국 설치되지 않은 대학도 있다. 명지대 자연캠퍼스(경기), 연세대, 국립한국해양대가 이에 속한다. 명지대 자연캠은 2020년 총여가 폐지되면서 인문캠퍼스(서울)와 같은 학생복지위원회를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세대는2018년 총여가 폐지되면서 성폭력담당위원회를 신설하기로 결정했으나 2021년까지도 발족 시도에 그쳤다.* 2022년 중앙운영위원회에서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설립을 위한 TF팀 설립 안건이 가결되었으나 여전히 대안적 기구가 설치되지 못한 상황이다.*
성균관대는 2009년부터 총여 후보자가 없어 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되었다. 2012년 후보자가 출마했으나 투표율 미달로 선거가 무산되었다. 2015년 성균관대 교수 성폭력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복직과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하며 ‘성균 미투’를 조직했고, 이때 활동하던 학생들이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이하 성성어디가)를 꾸렸다. 이들은 총여학생회장 후보를 내세웠으나 전학대회에서 총여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총여 폐지 안건이 가결되었다. 성성어디가는 ‘후보자가 있으면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폐지 투표는 진행되었고 전학대회 재적 인원 2분의 1이 동의하면서 성균관대 총여는 폐지되었다.
인하대는 총여학생회가 한 번도 생긴 적 없는 대학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2011년까지 꾸준히 총여학생회 출범 시도가 있었으나 모두 무산되었다.°
‘논의 없음’에 해당하는 대학은 학내 구성원들이 총여와 그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해 대안적 기구에 대한 논의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반면 ‘논의 있었음’은 총여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폐지’된 경우가 대부분으로, 총여와 그 필요성을 인지하는 학내 구성원들에 의해 대안적 기구 설치에 대한 논의가 지속될 수 있었다. 그러나 총여가 사라지면서, 총여의 사업을 이해하고 조직을 재건할 인력이 부족해 결국 논의 수준에서 그쳤다. 또한 총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대안적 기구 설치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미 2018년 연세대에서 총여의 은하선 작가 초청 강연회를 문제 삼으며, ‘남성혐오와 신성모독을 하는 작가를 불렀다’는 이유로 총여를 폐지한 바 있다.* 이후 대안적 기구로 논의된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역시 안티페미니즘 여론에 부딪히고 있다. 구조적 성차별을 이해하지 못한 학생 대표자들이 ‘남성도 여성과 똑같이 차별 받는다’는 남성 역차별론을 ‘공평’이라는 명목으로 수용하면서, 백래시가 힘을 얻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 연세춘추(2021), “아직도 ‘안’ 만든 성폭력담당위원회?”, 2021.05.02.
* 연세춘추(2022), “[202n의 연세를 말하다①] 연세에 남은 혐오라는 얼룩”, 2022.03.06.
° 석순 46집 <전국 4년제 대학교 총여학생회 실태 전수조사>에서 자세한 타임라인을 확인할 수 있다.
* 연세춘추(2019), “마침표 찍은 총여학생회, 후속기구는 ‘물음표’”, 2019.03.03.
표10. 대안적 기구 변모 후 부재/논의 있었음
위 표는 대안적 기구가 설치되었으나 사라진 대학이다. 부산대, 홍익대 서울캠퍼스는 대안적 기구가 폐지된 경우이다. 부산대는 총여가 폐지된 2013년 성평등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하였다. 하지만 2015년 성평등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며 회칙에서 삭제되었다. 홍익대 서울캠은 2014년 총여학생회 폐지 이후, 총여 소속이던 성인권위원회가 2017년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출범하였으나 이 역시 2022년 폐지되었다.
가천대와 아주대는 대안적 기구가 설치되었으나 현재 확인되지 않는 대학이다. 가천대 총여는 2014년 총여회장 의사로 해소되면서 2015년 총학생회 복지국과 통합하여 총학 산하기구인 학생복지위원회로 새롭게 ‘개편’되었다. 그러나 2019년 이후 활동 내역°을 찾아볼 수 없고, 현재 총학생회가 비대위로 운영되고 있어 산하기구인 학생복지위원회의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아주대는 총여의 소멸 과정도 확인되지 않는다. 아주대 총여는 2011년 이후 활동 내역이 확인되지 않고, 2012년 총학 산하 양성평등위원회가 새롭게 ‘개편’된 것을 보아 폐지된 것으로 짐작된다. 아주대 양성평등위원회는 실질적인 활동 없이 존재하다가* 2018년 성평등위원회로 이름을 변경하면서 재활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9년 이후 성평등위원회의 활동 역시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름만 존재하는 기구로 남아 소멸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대, 단국대, 창원대는 총학생회 집행국∙부에서 총여의 업무를 담당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경기대와 단국대는 총학생회 복지국에서, 창원대는 총학생회 여학국에서 담당했던 것으로 보이나 현재는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
총여보다 정치적 권한이 축소된 대안적 기구로 존재할 때, 그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을 대안적 기구가 폐지된 대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총학생회가 비대위로 존재할 때 그 산하기구인 대안적 기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부재’하게 된다. 또는 대안적 기구의 구성원이 총여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어 이름뿐인 기구로 남기도 했다. 대안적 기구가 총여만큼의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대안적 기구마저 소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제36대 총학생회 바람의 학생복지위원회가 마지막인 것으로 확인된다.
* 아주대학보사(2017), “유명무실 양성평등위원회. 바뀔 것인가”, 2017.04.12.
* 아주대학보사(2018), “총학생회칙 개정・학생복지요구안 의결 진행”, 2018.04.28.
* 아주대학보사(2018), “전학대회는 학생 대표자들의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2018.04.28.
(1) 이관
별도의 대안적 기구를 설치하지 않고, 기존에 존재하던 학생기구로 총여학생회의 업무가 넘겨진 경우이다.
표11. 대안적 기구 변모/이관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2015년 전학대회에서 총여학생회를 폐지하면서, 총학 직속위원회인 인권복지위원회로 업무를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몇 개월간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늘어난 업무량에 비해 인원을 늘려주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25년 총학생회가 비대위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인권위원회는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학내 소수자를 위한 사업은 물론, 총학에 ‘편입’된 대다수의 대안적 기구가 진행하는 불법 촬영 기기 탐지나 생리대 대여 사업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추석 귀향버스 운행, 입실렌티 상행버스 운행, 4.18 구국대장정 참여 사업만을 진행하고 있었다.
한국항공대 총여는 2021년 이후 공석으로 지속되어 2022년 학생총회에서 해산했다. 총여가 해산하면서 학생복지위원회로 업무를 이관하겠다고 밝혔으나 고려대 세종캠과 마찬가지로 총여의 업무를 거의 이행하지 않았다. 학내 소수자를 위해 불법 촬영 기기 탐지 사업만을 진행하고 있었고, 대부분 물품 대여 사업이나 공동구매 사업에 치중되어 있었다.*
총여를 폐지하면서 총학생회나 총학생회 집행국, 혹은 학생복지위원회로 총여의 업무를 이관하겠다고 밝힌 대학들이 있었다. 하지만 해당 기구들이 현재 부재하거나 ‘편입’되어, ‘이관’된 경우는 단 두 곳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학내 소수자를 위한 사업이 매우 미비해 총여학생회의 ‘대안적 기구’라 칭하기 어려워 보인다.
*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중앙비상대책위원회”, 인스타그램.
* “한국항공대학교 학생복지위원회”, 인스타그램.
(2) 개편
(2)-1. 편입
대안적 기구가 총학생회 집행국부 혹은 산하기구로 편성되면서 그 정치적 권한이 약화된 경우를 말한다.
표12. 대안적 기구 변모/개편/편입
강남대, 건국대 서울캠퍼스, 동아대, 중앙대 다빈치캠퍼스 5개교는 대안적 기구로 총학생회 산하 위원회가 설치된 대학이다. 강남대는 2018년 총여 폐지 이후, 총학 산하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했다. 건국대 서울캠은 2013년 총여 폐지 이후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러나 성평위가 2016년 하반기부터 발생했던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학생 자치기구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이에 2017년 성평위와 별개로 특별기구인 학생 인권위원회가 설치되었다.* 건국대 학생 인권위원회는 학생총회 의장, 단과대학 학생총회 의장, 중앙자치기구 단위장의 추천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총학생회로부터 독립성이 약하다고 판단하여 ‘개편’으로 분류하였다.* 이외로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등록된 회원 또한 학생 인권위원회 위원이 될 수 있으나 이 역시 위원장의 임명을 거쳐야 한다. 동아대는 총여가 3년 동안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는 이유와 더불어 총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2018년 여학생총회를 통해 폐지되었다. 이후 대안적 기구로 총학 산하 특별기구인 학생권익위원회가 출범하였다. 중앙대 다빈치캠 총여는 2018년 총여학생회장의 안건으로 폐지되면서, 권한이 축소된 성평등위원회로 출범하여 2022년 인권평등위원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인권평등위원회는 ‘총학생회장이 본회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여 구성설치하는 기구’인 특별기구로, 대표자는 총학생회장의 추천과 중앙운영위원회의 인준을 거쳐 임명된다.* 따라서 대표자를 간접 선출한다고 보고 ‘개편’으로 분류하였다.
* 건대신문(2013), “이제는 없는 총여학생회”, 2013.04.02.
* 건대신문(2017), “제대로 된 학생자치위원회가 만들어지길”, 2017.04.05.
* <건국대학교 총학생회칙-건국대학교 인권위원회세칙>, ⟪제 56대 총학생회 그린⟫.
* 중앙대학교 다빈치캠퍼스 제67대 총학생회 울림, <총학생회회칙(2024-2 개정안)>, 인스타그램.
숭실대는 2016년 총여학생회장 후보자가 나오지 않자 전학대회에서 총여를 폐지했다.* 같은 해 학생인권위원회 신설 안건이 올라왔으나 부결되어, 3년 뒤인 2019년 특별기구인 학생인권위원회가 출범했다. 출범 당시 총학생회 산하기구로 인권위원회가 편성되었으나 현재는 총학생회 특별기구로 학생인권위원회가 존재한다.* 특별기구는 ‘특수한 영역과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설치된 독립적인 위상을 보장받은 기구’이지만, 중앙운영위원회에서 과반수 추천을 받아 전학대회의 인준을 통해 대표자가 선출되기 때문에 ‘편입’으로 분류하였다.*
* 숭대시보(2019), “대학가 총여 전면 폐지, 그 후”, 2019.03.18.
* 숭대시보(2019), “인권위원회 인준을 환영하며”, 2019.05.20.
* <숭실대학교 총학생회칙 2024년 9월 10일 개정>, ⟪숭실대학교 총학생회⟫
중앙대 서울캠퍼스는 2014년 총여가 폐지되면서 특별기구 성평등위원회 ‘뿌리’가 ‘신설’되었으나 2021년 폐지되었다.° 뿌리는 폐지 이후로도 활동을 이어가다 2023년 해소하였다. 이후 같은 해 총학생회 산하 학생인권위원회가 출범하였다.
° ‘뿌리’는 에브라타임에 올라온 성평위 폐지 게시글을 시작으로, 확대운영위원회에서 폐지 안건이 가결되며 사라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대 여성주의 교지 녹지 56번째 봄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연기 외(2021a), <서울캠퍼스 성평등위원회 폐지외 그 후>, ⟪녹지⟫, 56: 8-79.).
경상대, 계명대, 국민대, 울산대, 목원대, 제주대,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8개교는 대안적 기구가 총학 집행국・부의 형태로 존재하는 대학이다. 국민대는2015년 회칙에서 총여가 삭제되고, 2016년 총학 성평등국이 새롭게 설치되었다.* 그러나 성평등국이 별도로 총여학생회를 언급하지 않아 그 연결성이 모호하다. 국민대 총학 성평등국은 2021년 인권평등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울산대 총여는 단일 후보 낙선과 입후보자 무출마로 2년 동안 비대위로 운영되다 2018년 폐지되었다. 폐지 이후 총학생회 여(如)학국이 신설되었으나 2025년 현재는 인권연대국이 존재할 뿐, 여(如)학국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여(如)학국의 후신이 인권연대국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외대 서울캠은 오랜 시간 총여 입후보자가 없어 2010년 총학으로 흡수되었다. 현재 총학 인권연대국이 총여가 진행하던 성평등 사업을 맡고 있으나, 국민대와 마찬가지로 그 연결성이 모호하다.
* 국민대신문(2016), “총학생회 중간 공약 점검”, 2016.09.12.
* 국민대신문(2021), “2021학년도 상반기 제11차 전학대회 개최…모든 안건 가결”, 2021.06.01.
이때 총학 집행국・부와 총여의 연결성이 모호하다는 것은 해당 국・부서들이 이름에서 ‘여성’이나 ‘성평등’이라는 말을 지우고, ‘논란이 되지 않을’ 성평등 사업만을 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울산대에서 총여 폐지 이후 설치한 집행부의 이름이 ‘여(如)’학국인 것에서 이러한 인식이 잘 드러난다. 당시 울산대 총학은 ‘여학우뿐만 아니라 남학우에게까지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름을 ‘여(如)’학국으로 바꾸었다.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여성과 남성을 ‘똑같이’ 대하면 성차별이 해결될 것이라는 차별적이고 안일한 태도가 학생 대표자들에 의해 수용된 것이다. 이러한 백래시는 ‘여성’과‘성평등’을 지운 자리에 ‘인권’을, ‘인권’을 지운 자리에 ‘권리’만을 남겨 놓고 있다.
‘편입’된 대안적 기구가 ‘온건한’ 성평등 사업만을 진행하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인 인식’*을 이유로 ‘문제가 되지 않을’ 사업만을 진행하는 것이다. 불법 촬영 기기 탐지, 생리대 대여 같은 복지 사업만을 진행하는 식이다. 그 대상을 확대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인권교육 수강이나 축제 기간 야간 순찰* 등 학생들의 민원만을 처리하는 행정기구 수준에 그친다. ‘인권’을 적극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SNS에 국제 기념일 게시글을 올리는 정도가 전부였다. 중앙대 다빈치캠, 중앙대 서울캠(뿌리 언급), 한국외대에서는 인권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성평등’이나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안적 기구가 총학생회 산하로 ‘편입’된 경우, 그 정치적 권한이 총여에 비해 약할 뿐만 아니라 대안적 기구가 총학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진다. 총학이 비대위로 운영될 때 대안적 기구는 뒷순위로 밀리거나, 인권과 성평등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선본이 당선되었을 때 더욱 소극적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편입’된 대안적 기구는 미약한 수준이지만 학내에서 정치적 위상을 가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총여학생회가 페미니즘을 기조로 내걸고 시작되었음을 고려한다면, 미온적 태도를 가진 대안적 기구를 총여학생회의 ‘후신’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 연세춘추(2022), 앞의 글.
* <제8대 인권위원회 제1차 정기회의 회의록>, ⟪건국대학교 제56대 총학생회그린⟫.
(2)-2. 신설
대안적 기구가 총여학생회와 같이 독립적인 학생 자치기구로서 지위를 인정받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그 독립성이란 총학생회의 연속성과 관계없이 존재하며 학생 자치기구로서 의결권 등 정치적 권한을 보장받는 것을 뜻한다.
표13. 대안적 기구 변모/개편/신설
경희대는 2017년 이후 총여학생회가 궐위 상태로 유지되자 2021년 총여학생투표를 통해 해산을 결정했다. 이후 총여의 대안적 기구로 특별기구인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울림’이 출범했다. 그러나 2025년 학소위가 정경대의 이준석 대선 후보 초청을 문제 삼은 것을 이유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학소위 폐지 안건이 상정되었다.* 현재 폐지 안건이 부결되면서 학소위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 경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울림, “학소위 캠퍼스 백래시 메뉴얼”, 인스타그램.
고려대 서울캠퍼스는 1984년 총여학생회가 출범하였으나 1989년 운동의 방향을 재정비하며 자발적으로 해소했다.* 이후 1992년 여학생위원회가 출범하여 지속된 것이 지금이다. 그러나 2025년 전학대회에서 여학생위원회와 소수자인권위원회, 민주학생기념사업회, 애기능 생활도서관이 재인준 부결과 징계를 받았다.° 여학생위원회는 소수자인권위원회와 합병되면서 현재 여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의 여학생국으로 존재한다. 전 여학생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여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역시 특별기구로, ‘총학생회장단과 중앙집행위원회로부터 독립적인 위상을 보장’*받으므로 ‘신설’로 분류하였다.
* 망고(2016a), <안암캠퍼스 총여학생회와 여학생위원회의 ‘짧은’ 역사>, ⟪석순⟫, 46: 88-102.
° 자세한 내용은 앞의 글 <여학생위원회가 사라졌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 <[20241103] 고려대학교 서울총학생회 회칙 및 세칙>, ⟪고려대학교 교육정보홈페이지⟫.
서울과기대 총여는 2018년 특별기구 학생인권위원회가 신설된 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즈음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칙 삭제나 폐지 등과 관련하여 에브리타임의 댓글을 제외한 정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자료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서울과기대 총여는 2018년 회칙상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총여는 고려대 서울캠과 함께 최초로 출범했으나, 1986년 총학생회 산하 여학생부로 흡수되었다. 이후 1989년 재건총여가 발족했으나 1993년 후보자가 없어 폐지되었다. 이후 2016년 총학생회 산하기구로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가 출범하여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대 학소위는 총학생회 ‘산하기구’이지만, 2023년 회칙 개정을 통해 학소위 소속으로만 활동할 수 있는 집행 인력을 별도로 두었다. 또한 학소위 운영위원은 ‘총학생회 운영위원, 중앙집행위원회 위원, 그리고 권리 및 다양성 활동을 목적으로 하며 그 활동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학생단체에서 파견한 위원’으로 구성된다.* 총학생회로부터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받지는 못하지만, 학생단체에서 파견하는 위원은 별도로 인준을 받지 않는다는 점, 회칙에서 ‘총학생회의 연속성과 관계없이 해당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상설 집행기구’로 분류한다는 점에서 ‘신설’로 분류하였다.
*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칙>,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성공회대는 2015년 전학대회에서 총여 회칙을 삭제하고 2016년 특별기구 인권위원회를 신설했다. 성공회대 인권위원회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활동’을 하며 ‘총학생회장단, 중앙집행위원과는 별개로 독립성을 보장받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을 하반기 전학대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선출하며, 전학대회의 추천을 받아 후보자 심의 절차를 거친다는 점에서 여타 신설된 대안적 기구에 비해 그 독립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총학생회로부터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편입’이 아닌 ‘신설’로 분류하였다.
* 37대 비대위 관리 계정, <제25차 성공회대 총학생회칙 20240603 개정>, 2024.06.03., 네이버 카페.
‘신설’된 대안적 기구는 총여학생회의 후신임을 명확히 하며 페미니즘을 기조로 유지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경희대에서는 진보 진영이 먼저 총여 해산을 제안하면서, 이후 대안적 기구가 총여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의 총여학생회 폐지는 ‘동등한 개인’이라는 보편성을 전제로 특수성을 은폐하고 차이를 기반으로 하는 차별과 배제를 간과하는 이들의 주장과 다르다. 경희대 학소위는 소수자를 지우기 위한 ‘모두’가 아닌,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각 집단들의 교차하는 특수성을 모두 기입해 보편성을 재정의한 ‘모두’이다.* 경희대뿐만 아니라 ‘신설’된 대안적 기구들은 성소수자, 장애인, 농민 등 소수자들과 연대하며 그 지평을 넓혀가고 있었다.
* 정다울(2020), <총여학생회 폐지와 민주주의의 역설: ‘민주주의’와 페미니즘의 긴장관계>, ⟪중앙대학교 대학원⟫, 75-76.
온라인 문헌조사라는 조사 방법의 한계가 분명하게 존재했다. 석순 46집에는 총여학생회가 존재했다고 적혀 있으나, 총여학생회가 사라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나 검색 결과가 전혀 나오지 않는 대학도 있었다. 특히 총여의 후신으로 보이는 대안적 기구가 ‘성평등’과 ‘여성’을 지우는 식으로 그 이름을 바꿔 오면서 연결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
이번 조사는 “총여학생회는 대학에 성차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가 없다”는 총여 무용론이 수용되어 총여가 사라진 지금, 후신 격인 대안적 기구를 조사하고 그 취약성을 밝히는 데 의의가 있다. 추가적으로 소멸・폐지의 유형과 대안적 기구의 형태를 조사하는 것에 더해, 대안적 기구가 이행하는 사업에 따른 분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안적 기구가 진행하는 사업의 한계를 밝힘으로써, 새로운 학생 단체를 시작할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총여학생회 대안적 기구가 총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대안적 기구는 ‘신설’된 경우에 해당하는 몇 대학뿐, 이제 학내에서 페미니즘을 기조로 정치적 권위를 인정받는 학생 자치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대안적 기구가 ‘편입’이나 ‘이관’된 경우는 총학생회의 복지 사업과 다를 바 없거나 의도적으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안적 기구마저도 존재하지 않는 대학이 70%에 달했다.°
총여학생회는 학생운동의 붕괴, 대학 공동체의 소멸이라는 흐름과 백래시로 인해 사라졌다. 그러나 정다울, 이나영은 이러한 총여학생회 폐지 등 기존 운동 방식이 처한 ‘위기’를 대안적 조직 구성과 운동 방식의 고민과 확장이라는 새로운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더 이상 학교나 학생회라는 기존의 제도에 머무르지 않고 물리적 공간과 이념적 조직을 넘나들며 다른 페미니스트 주체들과 조우하고 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시로 중앙대 반성폭력 반성매매 모임 ‘반(反)’과 ‘유니브 페미’를 들었다. 이들이 미투 운동을 시작으로 점화되었다면, 2024년에는 동덕여자대학교의 공학 전환 반대를 외치며 ‘공학여대생연대모임 들불’이 등장하기도 했다.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대학 내 페미니스트들이 동덕여대 학생들과 연대하며 새로운 조직을 꾸린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직은 수명이 짧다는 한계를 가진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많은 대학 내에 페미니즘 소모임, 동아리 등이 만들어졌으나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가는 곳은 드물다. 대부분 대학 재학연인 4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위에서 언급했던 중앙대 반(反)역시 현재 활동하지 않는다. 짧은 수명일지언정 중앙대 반(反)과 같이 유의미한 성취를 이룬 학생 단체들이 생겨났음에도, 학내 백래시는 여전하다. 최근 1년 사이 경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고려대 여학생위원회와 소수자인권위원회, 한국외대 생활도서관이 재인준을 받지 못했고,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은 그 지위가 준동아리로 격하되었으며, 동덕여대 교지 목화는 교지대를 받지 못했다. 총여학생회가 사라진 학내에서 이제 사라져야 할 대상은 대안적 기구를 포함한 인권 단체였다. ‘신설’된 대안적 기구는 그 지위를 인정받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존폐를 위협받고, 학생회를 넘어 새로운 형태로 존재하는 학생 단체들은 인력 부족으로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다. 그렇다면 대학의 여성운동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페미니즘 리부트와 미투 운동을 기점으로 새롭게 생겨난 페미니즘 소모임과 동아리 중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는 곳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연합’ 소속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고려대 학내 소수자 인권 단체 연합인 ‘학내인권단체협의회’, 경남지방대학 페미니즘 동아리 연합 ‘아우르니’, 중앙대 ‘인권 네트워크’에 소속된 학생 단체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연합’의 형태는 인력난이라는 학생 단체 지속의 가장 큰 걸림돌을 해소할 수 있다. 또 다른 학생 단체와 연대하며 조직 운영에 대해 조언을 얻기도 하고, 서로 홍보하며 고립되지 않도록 돕는다. 석순 역시 5개 교지와 함께 ‘여성주의 교지 네트워크’(이하 여교넷)를 조직하여 꾸준히 교류해 오고 있다.° 여교넷은 윤석열 퇴진 공동성명, 동덕여대 자치언론 목화 탄압 규탄 등 서로 연대하고 오픈 세미나, 여름 MT 등을 기획하며 페미니즘 논의의 장을 확장하고 있다.
잇따른 총여학생회 폐지는 혐오 여론이 수용되는 대학 여성운동 후퇴의 한 장면이었다. 이제 그다음 장면은 ‘다른 의제’와 연대하지 않고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닌, 함께 연대를 도모하는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수용된 백래시는 대안적 기구의 존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은 방법은 연대하여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학생 사회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극우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남성중심적인 문화예술계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정체성을 이유로 기죽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전쟁을 멈추려는 사람들이, 그런 페미니스트들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외로운 사랑을 하는* 당신들이 고립되지 않을 방법은 이것뿐이다.
° 원시적 부재 121개교를 제외한 전체 76개교 중, 53개교에 대안적 기구가 부재하였다.
* 정다울, 이나영(2020), 앞의 글, 159-161.
° 여성주의 교지 네트워크에는 고려대 여성주의 교지 석순, 동덕여대 자치언론 목화, 성균관대 여성주의 교지 정정헌, 숙명여대 자치언론 파란, 이화여대 중앙자치언론 이화교지, 중앙대 여성주의 교지 녹지가 소속되어 있다.
* 최은영(2018), 『몫』, 파주: 미메시스.
참고문헌
<단행본>
최은영(2018). 『몫』. 파주: 미메시스.
<논문>
정다울(2020). <총여학생회 폐지와 민주주의의 역설: ‘민주주의’와 페미니즘의 긴장관계>. ⟪중앙대학교 대학원⟫.
정다울, 이나영(2020). <대학 여성운동을 역사화하기: 대학 사회 및 한국 여성운동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사회과학연구⟫, 28(1). 120-173.
<기사>
건대신문(2013). “이제는 없는 총여학생회”. 2013.04.02.
건대신문(2017). “제대로 된 학생자치위원회가 만들어지길”. 2017.04.05.
숭대시보(2019). “대학가 총여 전면 폐지, 그 후”. 2019.03.18.
아주대학보사(2017). “유명무실 양성평등위원회. 바뀔 것인가”. 2017.04.12.
아주대학보사(2018). “전학대회는 학생 대표자들의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2018.04.28.
아주대학보사(2018). “총학생회칙 개정・학생복지요구안 의결 진행”. 2018.04.28.
연세춘추(2019). “마침표 찍은 총여학생회, 후속기구는 ‘물음표’”. 2019.03.03.
연세춘추(2021). “아직도 ‘안’ 만든 성폭력담당위원회?”. 2021.05.02.
연세춘추(2022). “[202n의 연세를 말하다①] 연세에 남은 혐오라는 얼룩”. 2022.03.06.
<온라인 백과사전>
“궐위”. ⟪표준국어대사전⟫.
<기타>
<건국대학교 총학생회칙-건국대학교 인권위원회세칙>. ⟪제 56대 총학생회 그린⟫.
경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울림. “학소위 캠퍼스 백래시 메뉴얼”. 인스타그램.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중앙비상대책위원회”. 인스타그램.
<공시대상-공시대상교>. ⟪대학알리미⟫.
망고(2016a). <안암캠퍼스 총여학생회와 여학생위원회의 ‘짧은’ 역사>. ⟪석순⟫, 46: 88-102.
먀콘(2016a). <전국 4년제 대학교 총여학생회 전수조사>. ⟪석순⟫, 46: 52-85.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칙>.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제8대 인권위원회 제1차 정기회의 회의록>. ⟪건국대학교 제56대 총학생회그린⟫.
중앙대학교 다빈치캠퍼스 제67대 총학생회 울림. <총학생회회칙(2024-2 개정안)>. 인스타그램.
포스텍 총학생회. “학생총투표 의결 사항 공고”. 2025.09.09. 인스타그램.
“한국항공대학교 학생복지위원회”. 인스타그램.
<[20241103] 고려대학교 서울총학생회 회칙 및 세칙>. ⟪고려대학교 교육정보홈페이지⟫.
37대 비대위 관리 계정. <제25차 성공회대 총학생회칙 20240603 개정>. 2024.06.03. 네이버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