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것을 초월한 맵기만 하고 이것마저도 초월한 8월...
내가 어느 한 지하철역을 경유하러 들어갔을 때의 일이었다.
제법 깊이가 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바닥에 도달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인상을 이내 찌푸리고 말았다.
바닥 한 가운데에 살아있던 매미가 힘을 잃은 채,
그것도 무기력하게 사람들의 발길질을 수도 없이
당한 게 틀림없었으리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옛말에도 하질 않았던가....
하지만 매미는 분명 이러한 말 따위와는 달랐으리라...
매미는 무기력한 것도 모자라 그렇게 힘없이 자신의 생명의 끝을 각오한 채,
발길질도 모자라 발길질에 눌려버린 채 죽어갔음에, 의심의 여지는 더 이상 없었다.
지하철 역사 내의 바닥은 이 여름과는 상반되는 차가움의 인상에 가까운
화강암의 바닥이었고,
매미는 화강암의 바닥 한 가운데, 마치 자신이 무슨 화석이라도 되는 것 마냥,
그렇게 죽음의 족적을 남긴 채 잠을 자고 있는 게 아니었던가?.....
그것도 기약 없는 영원하고도 깊숙한 잠을................
하지만 매미의 기나긴 잠은 화석과는 괴리가 있었다.
매미의 8월의 매섭기만 한 무더움과는 대칭되는 기나긴 수면은 이내 보장받지 못하고,
지하철 역사 내의 청소부의 빗자루 질 한 방에 모든 것이 처리되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앞서 언급한 대로, 깊숙한 깊이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락해버린 나머지, 매미의 차가운 주검을 보았다.
내가 전락한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매미의 주검은 이제 전락의 전락을 거듭할 것이다.
전락의 끝은 알 수 없을 정도로
틀림없을 깊으리라..........내가 과연 이 깊이를 잴 수나 있을까?............
나는 모른다. 그것도 자명하리라만치 모른다.
매미의 주검이 청소부의 빗자루 질 한방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하지만 내 앞의 내 눈앞에의 매미는 존재하였던 것만큼은 자명하다.
아니 내가 그를 보고 있는 순간만큼은 그는 존재한다...........
그는, 아니 또는 매미는 분명 내 앞에 존재한다.....
존재는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는 않는다.
니체가 언급한 무수한 채찍질을 기다리는 노예 같은 낙타처럼,
매미 또한 무수한 발길질을 기다리며, 어리석게도 무리하게도
그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음에 틀림없었다.
'왜 매미는 스스로 죽음의 노예를 자처했던 것일까?'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아니면 이제 자신의 죽음을 "오늘 그 자체"에 맞이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일까?
매미, 그가 죽음에 대해 체념을 하였는지 포기를 하였는지는 지금의 나조차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도피를 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매미는 불멸의 삶을 살 수 있는 존재는 더더욱 아니다.
한편으로 그는 모든 정력을 상실한 채 이렇게 외쳤을 지도 모른다.
"살려주세요...저렇게 이렇게 짓밟힘 속에 존재하고 싶지 않아요!".....
가장 분명한 것은, 내 눈앞의 매미는
실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더더욱 분명한 것은,
내 눈앞의 매미는 나의 현재 속에서에서 만큼은,
나의 기억 속에서 만큼은,
실존이 아닌, 자명할 정도로 실재만큼은 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