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기력하고 중압적인 피로감에 못 이겨 이내 잠이 들고 말았다.
하지만 이 수면은 진짜 수면까지는 아니다. 소위 말하는 가수면이라는 것이다.
깨어나고 일어나고를 반복하게 된다. 그래도 나의 등과 뒷통수는 자꾸만 침대바닥으로 기울여져만 간다.
어느새 시계를 보니 훌쩍 3시간이나 지나 있다. 그래도 자긴 잔 것이다.
'그래...이만하면 최소한의 피로는 풀렸겠지....'
나는 위안 같지도 않은 위안으로 또 다시 눕는다.
전날에 나를 짓눌렀던 그것들이, 그것도 꿈속에서 꿈처럼 스쳐지나간다.
나는 꿈의 내용을 기억했다.
전날의 악몽의 내용들은 그만큼 내게 각인되고 중압적이었으리라.............
내 육신까지도 찌릿하게 전해오는 피로감 때문에 악몽의 내용들은
밤의 그림자 속에 감춰진, 은밀한 신경까지도 세세히 전해진다.
전해짐으로 인한 떨림으로 나의 머리까지 흔들린다....
어느새 잠에서 깨어나 보니, 지레 다섯 시간은 더 지나 있었다.
몸의 여기저기는 돌덩이를 달아놓은 것처럼 쉽사리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고,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내 두 눈에게서 눈동자를 빼앗아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꿈 아니 악몽의 내용은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이 안남....망각을 넘어서 내 자신에게 있어서 악몽은 상실되고 말았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악몽 따위는 꾸지 않는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았던 건데....'
그렇다.
내게서 쉽게 상실될 것은 기꺼이 소유조차 안하는 게 낫다...................